도미닉 팀. 베이스라인에서 멀찍이 떨어져 공격 테니스를 구사한다. 코트 커버 범위가 가장 많은 선수 중 한명이다.

도미니크 팀 ⓒ 위키미디어 커먼스

 
남자 단식 빅 3로 불리는 '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이 준결승 대진표에 없다. 실력 말고 운도 따라야 한다는 그랜드 슬램 빅 게임을 치르며 첫 번째 타이틀을 노리는 다크호스들에게는 이것이 위대한 첫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다. 지난 해 이 대회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2-3으로 아쉽게 패했기 때문에 다닐 메드베데프는 반드시 결승에 올라 빛나는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판정에 불만을 품고 평정심을 잃은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은 테니스 게임 흐름상 결코 쉽지 않았다. 올해 호주 오픈 준우승자 도미니크 팀이 이 빈틈을 그냥 흘려보낼 이유가 없었다.

세계 남자 테니스 단식 랭킹 3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이 한국 시각으로 12일(토) 오전 9시 뉴욕에 있는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US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세계 랭킹 5위)를 2시간 55분만에 3-0(6-2, 7-6, 7-6)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세계 랭킹 7위)와 첫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다투게 되었다.

평정심 잃은 '다닐 메드베데프'

첫 세트 여섯 번째 게임 듀스 상황에서 서버 다닐 메드베데프가 아웃 판정에 불만을 품고 본인은 챌린지를 신청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표현이 분명하지 않아 체어 엄파이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순간 흥분한 메드베데프는 상대 코트에까지 넘어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 행동은 테니스 게임에서 상대 선수를 위협할만한 위법 행위였다. 곧바로 상대 코트에 서서 기다리는 도미니크 팀에게 사과는 했지만 이 행동으로 경고 조치를 받은 다닐 메드베데프는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를 인정받지 못해 억울했겠지만 2-6으로 무너진 첫 세트 결과는 스스로 불러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 첫 세트는 다닐 메드베데프가 이번 대회에서 세트를 상대 선수에게 넘겨준  첫 기록이어서 더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다닐 메드베데프는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애를 썼다. 두 번째 세트 도미니크 팀의 첫 서브 게임부터 침착한 스트로크 싸움을 펼치며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 브레이크에 성공한 뒤 곧바로 이어진 자기 서브 게임까지 따내 2-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트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은 열 번째 게임이었다. 메드베데프의 서브 게임이었지만 도미니크 팀은 과감하게 네트 앞으로 달려가 절묘하게 네트를 살짝 넘어가는 포핸드 크로스를 성공시켜 두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아냈고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로 세트 흐름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메드베데프가 두 번째 세트를 6-4로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막아내고 5-5까지 따라붙은 도미니크 팀은 이어진 자기 서브 게임을 꽤 오래 끌었다. 듀스가 무려 여섯 번이나 이어졌고 이 게임 시간만 10분이나 걸렸으니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을 만난 것이다. 여기서 도미니크 팀의 과감한 포핸드 역 크로스가 상대 코트 오른쪽 옆줄 안쪽을 빠져나가며 게임 스코어가 6-5로 뒤집혔다.

두 번의 타이 브레이크 기회 모두 거머쥔 '도미니크 팀'

이어진 열두 번째 게임도 듀스까지 이어졌지만 메드베데프가 위력적인 서브로 위기를 모면한 뒤 스트로크 싸움에서 이겨 타이 브레이크가 시작됐다. 한 포인트가 중요한 타이 브레이크에서 메드베데프의 어이없는 네트 앞 깎아치기 실수가 나왔다. 이 여파가 타이 브레이크 스코어 9-7 결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그 깎아치기 실수도 모자라 스트로크 힘겨루기 중 백핸드 샷을 엉뚱하게 띄우는 바람에 도미니크 팀에게 흐름을 넘겨줬다. 발목이 삐끗했지만 통증을 참고 달려온 도미니크 팀은 날카로운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메드베데프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메디컬 타임 아웃을 요청한 도미니크 팀은 응급 치료를 받고 세 번째 세트를 시작했는데 두 번째 자기 서브 게임에서 흔들리며 메드베데프에게 0-3까지 끌려갔다. 세 번째 세트 중간에 베이스 라인에서 미끄러져 분노하기도 했던 도미니크 팀은 무기력하게 세트를 내줄 것 같았지만 아홉 번째 게임에서 듀스 끝에 브레이크 포인트를 가져와 4-5까지 따라붙었다. 

바로 다음 자기 서브 게임을 따내 게임 스코어를 5-5 원점으로 돌려놓은 도미니크 팀은 두 세트 연속 타이 브레이크까지 끌고 갔다. 메드베데프는 이 타이 브레이크를 백핸드 스트로크 실수로 출발하더니 가장 중요한 갈림길에서 결정적인 더블 폴트까지 내주는 바람에 1-5로 궁지에 몰렸다.

이후 잠깐 정신을 차린 메드베데프가 4-5까지 따라붙었지만 서브권 두 개를 쥔 도미니크 팀은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을 펼치면서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6-5에서 서브권이 다시 메드베데프로 넘어갔지만 도미니크 팀은 두 번째 매치 포인트 기회에서 스트로크 싸움 끝에 다닐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를 이끌어내며 2시간 55분이 걸린 이 준결승전을 끝냈다.

이제 도미니크 팀은 앞선 준결승 첫 게임을 3-2 대역전 드라마로 이긴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세계 랭킹 7위)와 14일(월) 오전 5시에 시작하는 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 누가 이겨도 생애 첫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이니 이번 US 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은 안방에서 응원하는 테니스 팬들이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

2020 US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준결승 결과
(12일 오전 9시, 아서 애시 스타디움-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센터, 뉴욕)

도미니크 팀 3-0(6-2, 7-6{9TB7}, 7-6{7TB5}) 다닐 메드베데프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도미니크 팀 2개, 다닐 메드베데프 12개
더블 폴트 : 도미니크 팀 3개, 다닐 메드베데프 4개
첫 서브 성공률 : 도미니크 팀 59%(67/114), 다닐 메드베데프 59%(74/125)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도미니크 팀 79%(53/67), 다닐 메드베데프 76%(56/74)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도미니크 팀 55%(26/47), 다닐 메드베데프 41%(21/51)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도미니크 팀 76%(22/29), 다닐 메드베데프 69%(18/26)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도미니크 팀 40%(4/10), 다닐 메드베데프 25%(2/8)
위너 갯수 : 도미니크 팀 22개, 다닐 메드베데프 29개
언포스드 에러 : 도미니크 팀 33개, 다닐 메드베데프 44개
총 뛴 거리 : 도미니크 팀 4.297km, 다닐 메드베데프 3.962km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테니스 도미니크 팀 다닐 메드베데프 US 오픈 알렉산더 즈베레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