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 뮤턴트> 포스터

영화 <뉴 뮤턴트>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스핀 오프(번외 편), 히어로물로는 최초 공포영화이면서 어두운 세계관으로 기대가 높았던 <뉴 뮤턴트>는 거듭 개봉이 연기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히어로 시리즈의 '최초'란 타이틀을 향한 욕심은 연령대를 낮춰 십대를 겨냥했다. 세상을 구한다는 선배 히어로들과는 달리 큰 상처를 입고 허우적거리는 약한 존재로 그려냈다. 정체성을 의심하며 극도로 불안해하는 십 대들의 고뇌는 고통으로 발현되어 히어로도 빌런도 아닌 새로운 돌연변이의 탄생을 알렸다.

그들은 아직 각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계를 모른 채 자칫 세상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사회는 그들을 위험으로 인식했고, 성년으로 자나 사회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컨트롤할 수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돌연변이라는 사실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떠나 소외감과 공포감이 들기 충분했다. 세상은 이쪽으로 가는데 나만 반대쪽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부추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답은 언제나 '알 수 없음'으로 되돌아와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에 돌연변이들은 닥터 레예스(앨리스 브라가)의 도움을 받아 각자 능력을 통제하는 방식을 배워 나갔다. 하지만 규칙을 지키며 안정을 찾고 있던 때 재앙이 마을을 덮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니(블루 헌트)가 합류하며 평정심은 깨지게 된다. 먼저 와있던 라야나(안야 테일러 조이), 레인(메이지 윌리엄스), 샘(찰리 히튼) , 로베르토(헨리 자가)에게 이상한 일들이 거듭되자 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워 차라리 묻어 놓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공포는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십 대들 내면의 공포감
 
 영화 <뉴 뮤턴트> 스틸컷

영화 <뉴 뮤턴트>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비밀에 싸인 뉴 뮤턴트의 능력은 통제 불가 능력을 가진 새끼 뱀이 성체보다 더 무섭다는 '새끼 방울뱀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13세 이상이 되면 능력을 각성하게 되지만, 원해서 얻은 능력이 아니기에 갑자기 찾아온 변화가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럽다. 때문에 지금의 영웅도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다치게 했었다면 애써 그들을 위로한다.

영화는 밀실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관객이 캐릭터의 심리적 공포를 같이 경험하도록 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비밀 수용소라는 공간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무기력과도 맞닿아있다. 이곳에서 두려움을 직시하고 어둠 속에서 세상의 빛이 되어 나가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추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능력을 각성하고 자기제어를 터득한다. 두려움과 어두움을 먹고 자라는 디몬 베어와도 당당히 맞서는 성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5인 체제가 모두 갖추어지기 전까지 대니의 능력을 숨기는 진행 방식은 답답함을 유발한다. 뻔히 답이 보이는 고전적인 서사 방향은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뮤턴트들은 닥터 레예스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며 서로의 능력치를 모아 최종 빌런 디몬 베어를 물리치기 위해 협공한다. 하지만 뮤턴트들의 능력치가 기존에 봐왔던 엑스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식상하다. 색다른 엑스맨 시리즈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기시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영화 <뉴 뮤턴트> 스틸컷

영화 <뉴 뮤턴트>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 뮤턴트>는 히어로 영화의 성격보다 십대를 다룬 성장 영화에 가깝다. 거기에 동성애적 코드까지 넣으며,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내려 애쓴 점이 역력하지만 누구의 서사도 크게 공감 받을 수 없어 아쉬움만 남는다. 단 6명만이 등장하는 단출한 구성이지만 각자 이야기가 따로 놀아 산만하다는 데 있다. 차라리 각자 캐릭터를 충분히 설명하고 한두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재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히어로 최초 호러물이 될 거라는 기대감은 밋밋함으로 바뀌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만 요란스럽게 공포스러워할 뿐 관객에게 그 공포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종 빌런이라 할만한 디몬 베어도 무섭기보다는 성난 곰이 부리는 앙탈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할리우드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안야 테일러 조이, 메이지 윌리엄스, 찰리 히튼, 블루 헌트, 헨리 자가를 한 편의 영화에서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어두운 분위기에서도 안야 테일러 조이 유니크한 매력은 잘 살아있다. 그래서일까. 다음 편을 예고하는 쿠키영상은 없다.
뉴 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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