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의 전성시대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기점으로 현재 보유한 화려한 스쿼드에 특급 유망주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흐름이다.
 
프랑스는 지난 6일과 9일 열린 2020-21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리그A 그룹3에서 스웨덴, 크로아티아에 각각 승리를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월드컵 우승 이후 주춤했던 2년간 행보
 
디디에 데샹 감독은 2012년 7월 프랑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무려 8년 동안 장기집권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8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2년 뒤 홈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피파컵을 들어올리며, 정점에 올랐다. 자국에서 개최한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이어 통산 2회 우승이자 원정 첫 번째 월드컵 우승이라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데샹 감독은 팀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있어 저해하거나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제외하고 새로운 얼굴들을 발탁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카림 벤제마를 배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선수들을 적절하게 응집시키고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데 주력했으며, 능동적이고 유연한 전술 변화를 통해 화려함 대신 실리축구를 구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부진한 좌우 풀백 벵자멩 멘디, 지브릴 시디베 대신 수비력이 뛰어난 뤼카 에르난데스, 벵자멩 파바르를 선발로 기용했으며, 중앙 미드필더 블레이즈 마튀디를 2선 왼쪽 윙어로 이동시켜 공수 밸런스를 맞췄다. 또, 신예 음바페를 주전으로 기용하며 팀의 속도를 높인 것도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이후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프랑스의 행보는 다소 더뎠다.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독일, 네덜란드와 한 조에 속해 조2위에 그치며, 4강 토너먼트에 실패했다. 특히 네덜란드 원정 경기에서는 졸전 끝에 패하며 실망감을 남겼다. 네덜란드의 빠른 기동성, 볼 점유율, 활동량에서 모두 열세를 보인 것이다. 결국 초대 네이션스리그 우승은 포르투갈이 차지했다.
 
프랑스는 유로2020 예선에서도 실망스러웠다. H조에서 8승 1무 1패 1위로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아이슬란드, 알바니아, 안도라, 몰도바 등 약체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전부였다. 정작 터키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무 1패에 머물렀다. 터키의 견고한 수비를 맞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고, 상대 빠른 역습에도 흔들렸다. 1년 연기된 유로 2020 본선과 다가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게 절실했다.

이번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달라진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11월 이후 무려 10개월 만에 2020년 첫 A매치가 재개됐다. 데샹 감독은 전혀 색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포백이 아닌 스리백으로의 전환이었다. 그동안 4-2-3-1, 4-3-3을 메인 포메이션으로 가동한 데샹 감독은 이번 네이션스리그 2연전에서 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두 경기 모두 3-4-1-2 포메이션을 가동해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전에서 위고 요리스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스리백은 다요트 우파메카노-라파엘 바란-프레스넬 킴펨베로 구성됐다. 좌우 윙백은 뤼카 디뉴, 레오 뒤부아, 허리는 아드리앙 라비오-은골로 캉테, 공격형 미드필더는 앙투안 그리즈만, 투톱은 킬리앙 음바페-올리비에 지루가 출격했다.
 
완전히 생소한 전술에도 불구하고 스리백의 단단함은 유지됐다. 하지만 공격에서의 속도는 떨어졌고,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답답했다. 그나마 음바페의 번뜩이는 개인 전술로 일궈낸 득점 덕분에 승리를 거뒀다.
 
크로아티아전에서는 골키퍼 요리스, 센터백 우파메카노, 중앙 미드필더 캉테,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즈만 등 4명만 고정이었고, 무려 7명의 자리가 바뀌었다.
 
데샹 감독은 바란, 킴펨베 대신 클레망 랑글레, 뤼카 에르난데스를 스리백에 기용했다. 좌우 윙백 역시 페를랑 멩디, 무사 시소코를 넣었으며, 캉테의 파트너는 스티븐 은존지, 투톱은 비삼 벤 예데르-앙토니 마시알을 내세웠다.
 
결과보다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본 실험에 가까웠다. 스웨덴전과 비교해 공격력은 한층 향상됐다. 마시알, 벤 예데르, 그리즈만이 환상적인 원터치 패스로 동점골을 합작하는 등 공격의 세밀성이 돋보였다. 또, 측면 크로스, 세트피스 등을 통한 다양한 공격 루트로 다득점 승리를 이끌어냈다. 물론 스리백의 조직력 향상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아직까지 손발을 많이 맞춰보지 않은 탓인지 센터백 좌우 사이 공간과 뒷 공간을 노출하며 크로아티아에 2골을 헌납했다.
 
프랑스는 크로아티아와 월드컵 결승에서 격돌한 이후 2년 만에 벌어진 리턴 매치에서도 4-2라는 같은 점수를 재현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면 중앙 미드필더 캉테의 활용 방안이다. 주로 수비 라인 보호에 주력한 캉테에게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다. 캉테가 전진하면 파트너 라비오, 은존지가 뒷받침하는데 주력했다. 캉테의 소속팀 첼시에서 부여받은 롤을 살려주기 위한 데샹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동안 최전방에서 활약한 지루가 정적인 것에 비해 마시알, 벤 예데르는 민첩한 돌파와 연계 플레이로 팀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우파메카노-카마빙가,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점진적인 세대 교체 진행
 
유망주들의 등장도 프랑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네이션스리그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1998년생 우파메카노는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데샹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엄청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빠른 대인 마크, 커버 플레이, 제공권 등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크로아티아전 후반 20분에는 세트피스 헤더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결승골마저 작렬했다.
 
2002년생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도 크로아티아전에서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17세 303일의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빠른 공간 침투, 테크닉, 유연하고 성숙한 플레이로 미드필드에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914년 2월 17세 4개월 5일에 모리스 가스티제의 A매치 데뷔전 이후 무려 106년 만에 프랑스 최연소 A매치 데뷔 기록이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는 요리스, 지루, 시소코, 은존지를 제외하면 전부 10대와 20대로 채워질만큼 평균 연령대가 매우 어리다.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2년전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에서 선발 출장한 폴 포그바(코로나19 확진 판정), 마튀디, 파바르, 움티티가 제외될 만큼 프랑스의 스쿼드는 매우 화려하면서도 두텁다. 이밖에 킹슬리 코망, 우스망 뎀벨레, 스티븐 망당다, 코랑탱 톨리소들도 언제든지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이미 프랑스의 전술은 노출된지 오래다. 데샹 감독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4-2-3-1과 4-3-3을 고집했으며, 최전방 지루를 축으로 그리즈만, 음바페를 활용하는 공격으로 일관했다. 2018-19 네이션스리그, 유로 2020 예선에서 다소 정체됨을 보이자 이번 9월 A매치 2연전에서는 3-4-1-2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술 변화와 새 얼굴들의 가세에 힘입어 데샹 감독으로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짐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프랑스 축구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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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네이션스리그 음바페 데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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