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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의 비거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이에 강주인문학연구회가 문헌 등에 나타나 있는 ‘비거’와 관련한 글을 보내와 싣는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찬반 논쟁글을 기다린다. [편집자말]
 
진주시가 만든 '진주재조명 역사 미니다큐 - 비거'의 한 장면.
 진주시가 만든 "진주재조명 역사 미니다큐 - 비거"의 한 장면.
ⓒ 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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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비거, 과연 진주성 위를 날았을까

3) 비거에 관한 두 번째 옛 기록 - 오주연문장전산고

비거에 관해 두 번째로 언급되어 있는 기록은 신경준보다 70여 년 후에 태어난 이규경(1778~ ?)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들어 있는 '비거변증설'이다.
 
비거변증설(飛車辨證說)

근세의 신 승지[경준. 호남 순창군 사람이니, 곧 신말주의 후예라고 한다]가 일찍기 '수레에 관한 계책에 대해 말하였다. 임진년에 왜적이 창궐했을 때, 영남의 고립된 성이 사방이 몇 겹으로 둘러싸여, 망하는 것은 조석에 달려 있었다. 어떤 사람이 성주와 아주 친한 사람이 있었는데, 기이한 기술을 바탕으로 '비거(飛車)'를 만들어 성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의 친구를 타게 해 30리를 날아가 땅 위에 내려 적의 예봉을 피하였다. 그렇다면 옛날부터 그것(비거)을 만드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할 수 있었는데, 다만 세상에 전하지 않았을 뿐이다. 기굉(奇肱, 은나라 탕왕 때의 나라이름)의 수레나 영남 사람이 만든 것은 곧 악라(鄂羅:"俄羅斯" 곧 러시아), 서오(西隖: 서역의 나라이름)의 (비거 만드는) 방법이다.

近世申丞宣【景濬。湖南淳昌郡人。卽申末舟後裔云。】 嘗對策車制曰。壬辰倭酋猖獗也。嶺南孤城。方被重圍。亡在昕夕。有人與城主甚善。而素抱異術。迺作飛車。飛入城中。使其友乘而飛。出行三十里。而卸於地上。以避其鋒。若然。則自昔有其制。而東人亦能之。特未之傳於世也。奇肱之車、嶺人之制。乃是鄂羅、西隖之法也。----
[五洲衍文長箋散稿, 人事篇, 器用類, 舟車]
 

이규경은 신경준의 '거제책'의 기록을 인용하여 '비거'에 관한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옮기면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고려말 왜구'의 침략을 '임진년에 왜적'의 창궐로 변조해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까지 확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있는 '비거'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신경준의 여암유고에 비거 사용 시기를 '홍무연간(고려말)'이라 한 것을 '임진년'으로 변조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 변조는 후세 사람들이 '임진왜란' 때 비거가 사용되었다고 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2) 비거를 만든 사람을 성주와 친한 사람이라고만 하였다.
(3) 성주가 비거를 타고 30리(12km)를 날아가 적의 예봉을 피하였다.


이규경의 이 기록도 믿기 어렵다. 신경준의 거제책을 인용한 글이니 신경준의 거제책에 나와 있는 기록이 믿을 수 없는 것과 같이(제보자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까닭)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 비거 사용 시기를 근거도 없이 '임진년'으로 변조했으니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다.

4) 비거에 관한 두 번째 옛 기록(2) - 비거변증설

이규경(1778~ ?)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들어 있는 '비거변증설'에는 비거 제작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윤달규'라는 사람을 비거 제작자로 소개하며 비거 만드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규경에 이 기록에 따르면, '윤달규'는 최초로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비거 제작자인 셈이다.
 
… 어떤 사람이 전해 주는 말에 의하면 원주 노산(魯山)에 비거에 관한 책이 갈무리되어 있다고 하는데,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어떤 이가 말하기를 "전에 원주 사람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보았는데, 바로 비거에 관한 기술이었다. 풀로 만들어 네 사람이 타는데, 고니 모양으로 만든 다음 배를 두드려 바람을 일으키면 곧 공중으로 뜬다. 백 장의 거리를 갈 수 있는데, 회오리바람이 불면 앞으로 날아가지 못하여 추락하고, 광풍을 만나도 날아갈 수 없다. 이 기술이 수치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전주부 사람 김시양이 말하기를, "호서(湖西) 노성(魯城: 논산)에 사는 윤달규(尹達圭)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명재(明齋)의 방계 후손으로서 교묘한 기구를 만드는 재간이 뛰어났다. 또 비거 만드는 기술도 기록하여 두었는데 비밀에 부치고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상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有人傳。北原與魯山藏飛車之書者云。無乃齊東之說也歟。【有人以爲。嘗見原州人所藏一書。則飛車制。以草乘四人而作鵠形。鼓腹生風。則浮上空中。能行百丈。然過半角風。則不得前進而墜。遇狂風則不可行。全州府人有金時讓言。湖西魯城有尹達圭者。明齋之支裔。善造巧器。又有飛車制度記載以置。然秘不示人云。未知其詳也】…)

…진실로 그 만드는 것을 모방하고자 한다면, 우선 수레를 솔개와 같이 만들고 거기에 날개를 붙이고 그 안에 기구를 설치하여 사람이 타게 하라. 기계를 돌려 마치 수영하는 사람이 헤엄치는 것처럼 또한 자벌레가 굽혔다 폈다 하는 것처럼 하여 바람이 생기게 하라. 그러면 양 날개가 스스로 날개짓하여 곧 순식간에 천 리를 날아갈 수 있는 기세를 만들 것이다.…(苟欲倣象其制。先作一車如飛鳶而摶羽翼焉。設機其內。人乘其中。轉機若泅之遊泳。似尺蠖之屈伸。俾生風氣。則雙翮自能翱翔。奄作一瞬千里之勢)
이 기구에는 오로지 동아줄이 종횡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서로 얽혀 있는 끈을 신축하여 기구를 움직이며, 가죽주머니를 두드려서 바람을 내면 두 날개가 움직이면서 거침없이 센 바람으로 공중에 떠오른다. 그 기세는 막을 수 없은즉 이는 공기를 기구로 삼은 것이요, 새를 스승으로 삼은 것이다…"(其機專在於絙索縱橫聯絡。伸縮互纏絙行機中。鼓櫜生風 則兩翅扇勳。劃然浮泛於勁風大氣之上。其勢有不可渴。此是以氣爲機。以鳥爲師) [오주연문장전산고, 인사편, 기용류, 주거편]
 

이 기록을 통해 우리 선현들이 하늘을 나는 기구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흔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 기록에 있는 '비거' 만드는 방법과 '비거'를 날게 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수레를 솔개와 같이 만들고 거기에 날개를 붙인다.
2. 그 안에 기구를 설치하여 사람이 타게 한다.
3. 기계를 돌려 마치 수영하는 사람이 헤엄치는 것처럼 또한 자벌레가 굽혔다 폈다 하는 것처럼 하여 바람이 생기게 하라.
4. 종횡으로 연결된 동아줄을 신축하여 기구를 움직여라.
5. 가죽주머니를 두드려서 바람을 내면서 두 날개가 움직여라.


이런 엉성한 설명으로 유인 비행체인 '비거'를 제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바람을 일으켜 유인 비행체인 '비거'를 떠오르게 하여 30리를 날아가게 할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비행체는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비행체를 만드는 방법만이 아니라 그 비행체로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실험도 해야 한다.

그런데 만들어진 비행체로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다. 그러니 위의 비행체 제작에 관한 이야기는 상상에 불과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지 아닐까?

태그:#비거, #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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