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이강인(19)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나가고 있다. 프리시즌의 마지막 경기인 카르타헤나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발렌시아는 6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의 안토니스 푸차데스 경기장에서 열린 세군다리가 소속 카르타헤나(2부리그)와의 프리시즌 경기서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발렌시아는 프리시즌 4경기에서 3승 1무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감했다.

'공격 핵심' 이강인, 멀티골로 팀 역전승 견인

이날 이강인은 하비 그라시아 신임 감독으로부터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3-4-3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섰다. 마누 바예호-막시 고메스-이강인이 스리톱을 형성했고, 좌우 윙백은 데니스 체리셰프, 제이손이 포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제프리 콘도그비아-에스케르도로 짜여졌으며, 스리백은 무크타르 디아카비-엘리아킴 망갈라-가브리엘 파울리스타로 구성됐다.
 
이날 이강인은 오른쪽과 중앙 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패스를 받아주고, 공격을 전개하는 플레이메이킹까지 도맡았다.
 
전반 5분 만에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발렌시아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전반 중반에는 날카로운 패스로 바예호의 슈팅을 이끌어냈다.
 
발렌시아는 전반 종료 직전 고메스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20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파울리스타의 헤더 자책골로 리드를 당했다.
 
하지만 이강인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꿨다. 후반 24분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 골키퍼에게 태클을 시도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4분 뒤 제이손의 역전골로 발렌시아는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승부의 쐐기를 박은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패스를 잡아놓은 뒤 한 박자 빠른 왼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강인의 클래스가 느껴진 골이었다.
 
이강인은 후반 43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뒤 프란 페레스와 교체됐고, 팀은 3-1로 승리했다.
 
발렌시아 잔류한 이강인, 그라시아 감독 체제에서 중용 받을까  
 
당초 이강인은 이적을 추진했다. 지난 2시즌 동안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며 출전 시간이 적었던게 주된 원인이었다.

2019-20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마르셀리노 감독에 이어 셀라데스 감독 역시 이강인을 외면했다. 포메이션에서도 이강인과는 어긋났다. 두 감독 모두 주로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으로선 마땅히 설 자리가 없었다. 측면 윙어로 활약하기에는 주력이 부족했고, 2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는 적은 활동량, 수비력에서 약점이 있었다.
 
좌우 측면에서는 페란 토레스, 카를레스 솔레르, 곤살로 게데스, 데니스 체리셰프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최전방 투톱은 막시밀리아노 고메스, 로드리고 모레노, 케빈 가메이로가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특히 이강인은 지난 시즌 리그 17경기를 포함, 총 24경기에 출전해 2골에 그쳤다. 무엇보다 대부분은 선발이 아닌 후반 교체 출전이었다. 이에 이강인은 다수의 팀들과 연결되며 올 여름 떠날 것이란 현지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라시아 감독도 중용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의 경쟁자인 페란 토레스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것도 호재였다.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며 매 경기 출전 기회를 준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최전방 투톱,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윙포워드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카스테욘과의 첫 경기에서 선발 출장했다. 28일 비야레알전에서는 후반 19분 교체 투입돼 투톱으로 활약했다. 하루 뒤 열린 레반테전에서는 이강인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비록 프리시즌이지만 2001년생 이강인이 1군에서 최초로 주장으로 출전한 것은 팀 내 입지가 상승했음을 뜻한다.
 
지난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이강인은 이번 카스타헤나전에서 2골을 터뜨려 가르시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라면 응당 득점이나 도움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시즌 이강인에게 부족한 것은 공격포인트였다.
 
득점력뿐만 아니라 경기를 읽는 능력, 적극적인 움직임과 압박 등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 이날 카스테헤나전서 골키퍼의 드리블 경로를 파악해 과감한 태클로 동점골을 넣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이강인은 압박, 태클과 같은 수비적인 능력에서 의문점을 남긴 바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며 그라시아 감독에게 합격점을 이끌기에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결국 실력으로 자신이 주전으로 뛸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한편, 발렌시아는 오는 14일 레반테와의 20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라운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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