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와 코스믹보이의 싱글 'surf'

죠지와 코스믹보이의 싱글 'surf' ⓒ 크래프트앤준

 

누군가가 올해를 '인생 최악의 여름'이라고 평하는 것을 보았다. 그 말처럼 허무하게 지나간 여름이다. 여름은 높은 습도와 더위 때문에 불쾌 지수가 높아지는 계절이지만, 그것을 달래기 위해 보내는 시간들 때문에 기대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축제가 있고, 산과 바다로 떠나는 피서 여행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야기한 펜데믹은 올해의 여름을 그 어느 때보다 생경하고 따분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례없던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바깥으로 나가는 것 자체도 두려워졌다. 그때마다 방으로 들어가, 위안으로 다가오는 음악을 찾아보곤 한다. 하릴없이 신곡 플레이 리스트를 살펴보기도 한다. 이때 귀에 들어온 노래 중 하나가 죠지와 코스믹 보이가 함께 발표한 노래 'surf'다. 올해 충분히 즐기지 못한 여름을 위안하듯 다가오는 음악 중 하나였다.
 
알앤비 가수 죠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법과 재치로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뮤지션이다. 2018년 디깅클럽서울 프로젝트에서 김현철의 노래를 시티팝 스타일로 재현하는 등 '레트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Can I Cosmic?'이라는 시그니쳐 사운드로 유명한 프로듀서 코스믹 보이는 사운드 클라우드를 기점으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우주비행 크루의 일원인 그는 기리보이, 최엘비, 한요한 등의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힙합신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음악은 힙합이라는 울타리에 한정되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추구한다. 특히 몽환적인 비트와 유라(yura)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Can I Love?'는 음악팬들 사이에서 코스믹보이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곡은 입소문을 타면서 유튜브에서 8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뮤지션은 이미 'camping everywhere, 'wishlist', '주입식 교육' 등의 노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1960년대 록밴드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로 대표되는 '서프 음악(Surf Music)'은 낙관적이며 경쾌한 젊은이들의 서프 문화를 녹여낸 음악이었다. 죠지와 코스믹 보이의 노래 'surf(서프)' 역시 활기찬 서프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앨범 재킷부터 경쾌한 이미지다. 래시가드를 입은 강아지가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하는 모습은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잘 요약하고 있다. 여름 막바지에 발표된 곡이긴 하지만 이 곡은 여름의 풍경을 충실히 그리고 있다. 뮤직비디오 역시 호주 현지의 서퍼(surfer)에게 도움을 받아 제작되었다. 

리드미컬한 드럼 리듬과 함께 곡 전반에 깔린 매력적인 베이스 사운드, 여유와 낙관을 녹여낸 가사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곡 속에 등장하는 화자 죠지는 일관되게 나른한 목소리로 노래하면서 곡의 중심 정서를 완성한다. 노랫말을 읽고 있으면 펜데믹 시대와 동떨어진 섬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surf를 들으며 모두 시원해지길. 코로나 훠이훠이~'라는 곡 소개 글이 보여주듯, 지친 이들을 위한 피서곡의 역할에 충실한 노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해야 하는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다시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곡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넣어놓지 않겠는가. 끝도 없는 낙관만이 담긴 음악을.
 
"살다 보면 지쳐 나도 알지만 어쩔 수 없네 고민은 없어
걍 이 순간을 즐길래 모래에 누워 캔맥 그거면 everything's okay"
죠지 코스믹보이 SU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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