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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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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간에 '한미실무그룹' 조정이나 대북정책에 대해 정관관계나 언론을 통해 전개되는 논란의 모습을 보면 미국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전 방위적인 공세를 펴는데 비해 한국은 당사자 외에 적극적으로 논리를 개진하는 일이 드물어 설득력, 대응력 등에서 큰 차이가 나고 있다. 그 양과 질, 치열 성 등에서 너무 현격한 차이가 있어 한국이 한반도 당사국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사회적인 고민과 대책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실무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며 일부 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절대 안 된다는 논리를 다양하게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개진한 인물들을 보면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등이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8월 25일). 미국정부가 대외홍보매체로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월 24일 한국 정부의 남북 물물교환 사업과 대북관광 재개 구상에 대해 유엔의 대북 제재 2321호, 2375호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화학무기에 대한 보고서도 내놓았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최대 60개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6개를 새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일각에서는 2020년 내에 100개까지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학무기 보유량도 최대 5천t으로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밝혔다(<미국의소리>, 2020년 8월 18일). 미국 국방부 육군부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 <북한 전술>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핵 공격 위협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정권 교체를 고려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북한 지도자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김 씨 일가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가 2003년 핵무기를 포기한 이후 발생한 것과 같은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이인영 장관의 남북관계 시도와 미국의 반대 등을 보도하거나 부정적인 논평을 내보냈지만 '한미실무그룹'이 한미동맹관계에서 어떤 비중인지, 그리고 이런 실무그룹의 발상이 어떤 법리적 근거에서 비롯되었는지 등 근본적인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나아가 이 실무그룹이 거대한 한미동맹 시스템이나 구조 속에서 어떤 비중이며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응할 수 있는 이슈가 무엇일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논지를 전개하는 전문가나 전직 관료는 언론에서 소개한 적도 거의 없다. 또한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는 식으로 만들어진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어떻게 돌파해 남북물물관계나 대북 관광 재개 등을 할 수 있는지를 밝힌 전문가 등을 통해 설득력 있게 소개한 사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 한미간의 군사, 외교 등에서 정부 수립이후 수십 년간 미국이 '슈퍼갑'의 위치를 유지해 왔고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구호 아래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던 입장이라 한국의 목소리가 관철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인 탓인지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세계 10위권에 도달했는데도 한미 두 정부 간 이견에 대한 사실관계, 그 경중 등에 대한 확인과정에서 한국은 냉전시대와 큰 차이가 없어 미국에 비해 너무 뒤지는 형편이다.

이뿐 아니라 국내 정치권과 학계, 언론에서도 미국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고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외견상 부처 간 충돌로 비치는 일도 있다. 예를 들면 유엔사의 국제법적 위상과 관련한 논란을 들 수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가 운영하는 <연통TV>와의 인터뷰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 유엔에서 예산을 대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주한미군에 외피를 입힌 것일 뿐이다. 이것이 우리 남북관계에 관해서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은 송 의원의 뉴질랜드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외교관에 대해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한 뒤 나와 두 번째 설화(舌禍)를 빚었다는 식의 비판 기사를 내놓았다(<아시아경제>, 2020년 8월 20일). 송 의원의 발언은 미국이 지난 수년간 유엔사를 보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유엔사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실력행사를 하고 있지만 유엔사의 국제법적 위상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이에 대해 진지하게 보도한 언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 유엔사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유엔사의 국제법적 지위가 애매한 것은 사실이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1994년, 코피 아난 총장은 1998년, 디칼로 유엔사무부총장도 2018년 유엔사는 유엔과 무관한 조직임을 공식 확인했다(<오마이뉴스>, 2020년 6월 14일). 

유엔군사령부의 운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에 의해 유엔이 아닌 미국 주도 하에 있으며 또한 유엔 사무총장이 1994년 6월 24일 북한에 보낸 편지에는 "유엔군사령부 해체는 어떤 유엔 기관의 책임에 속하지 않고 미국 정부의 권한 내에 있는 문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시아경제> 2019년 7월 8일). 이는 유엔사가 유엔과는 무관하며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결정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 이상,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강제할 수 있는 그 어떤 국제법 문서도 존재하지 않으며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문제는 미국의 정책결정 여하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한미연합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시에도 주한미군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공개해 유포했고 한국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령부로 나뉘는데, 유엔사는 1950년 북한에 대항해 창설된 부대이고 유엔사가 맡고 있는 업무가 바로 정전협정 관련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이 유엔사가 없어지게 되지만 한미연합사는 그렇지 않다. 한미연합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78년에 설치된 부대다. 이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것에 대한 미국의 대비책이라는 성격으로 읽힌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는 한 한미연합사는 계속 주둔하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도 바로 이 한미연합사가 가지고 있다. 평화협정과 한미연합사 즉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인 것이다.

유엔사의 국제법적 지위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관련 발언이 주목된다. 정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유엔군사령부 창설 70주년 축하 서신을 통해 "유엔사가 한국군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를 상호 협력과 존중의 정신으로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을 지속해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인 한반도에서 유엔사 등의 깃발을 앞세워 자국 이익을 강화하는 조치를 그물망을 치듯 겹겹이 치는 것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챙길 때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의 치밀한 대외관계를 추진하는 의도가 관철된 것으로 걱정된다.

유엔사가 정 장관의 발언처럼 그 역할이 보장될 경우 한국 정부가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할 경우 유엔군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유엔군사령부의 승인 없이는 남북이 철도·도로를 연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남북한 정부가 남쪽 열차를 신의주까지 운행하며 북쪽 철도 구간의 상태를 남북이 함께 점검하려던 계획이 유엔군사령부 불허로 한때 무산된 바 있다. 유엔사의 이런 태도는 북한 비핵화 조치와 남북 경협·군사적 긴장완화 속도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됐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한국전쟁 발발 뒤인 1950년 7월에 창설됐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한국군 59만 명을 포함해 17개국 총 93만2964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뒤 그 역할이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 임무로 축소됐고 현재 한국을 포함해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사시 유엔기를 들고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제1조 제9항 및 제10항에 따라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측 2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통제 권한 및 관할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 정치권·학계·언론계가 규명해야 할 일 

미국이 최근 적극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유엔사는 평화협정 체결 이전까지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익을 보장받을 조치를 담당하는 기구로 설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에 대해 국내 정치권, 학계, 언론계 등은 그 실상을 규명해야 한다.

유엔사는 북한에 대한 공격권 또는 북한 지역 영토 관할권을 주장하는 등 미래에 미국의 이익을 대행할 장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과도 겸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유엔사 사령관 모자를 쓰고 한반도에서 점령군 행세를 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가져갈 경우 유엔사를 통해 남북교류에 개입하거나 대북선제공격 등의 전략 유지를 도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부속협정인 주둔군지위협정, SOFA와 이 SOFA의 예외 협정인 주한미군방위비분담특별협정, SMA에 의해 미국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더 싼 비용으로 한국에서 주둔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미국이 향후 주한미사령관으로 하여금 유엔사령관직을 행사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보장된 미군의 특권을 계속 요구할 경우는 없을 것인가? 국가간 관계는 힘의 관계로 유지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오늘날 한미간에 논의가 되고 있는 전작권이양이 완료된다 해도 유엔군의 권한을 앞세운 미군사령관에 의해 한국군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이 유엔사령관의 입장에서 한국에게 갑질을 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하겠다. 미국은 해외파병 역사에서 연합군에 소속된다 할 경우 사령관직은 내놓은 적이 없다. 미국이 이런 오랜 전통을 한반도에서 깰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미국은 한국이 현행 국제적인 대북 제재 틀 속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적극 반대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미 상하원은 주한미군을 현 상태에서 계속 주둔시키는 국방수권법을 경쟁적으로 통과시켰다.

한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고 지휘관인 유엔사의 위상을 인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군사력을 수단으로 한반도 미래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기반을 굳혀주고 있다. 이처럼 한미관계는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 겹겹이 쌓아놓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어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치밀한 사실관계 확인과 대안 마련 등의 작업이 절실하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좀 더 치밀한 전문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대처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정계나 학계, 언론계는 국력이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나라의 주권을 확립해 평화통일을 달성할 자주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미관계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과학적 타당성에 입각한 자주성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한반도 미래 전략이나 동북아 평화안정을 정착시킬 방안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프레시안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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