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협회장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우승의 순간 덕수고 선수들이 뛰어나오고 있다.

31일 열린 협회장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우승의 순간 덕수고 선수들이 뛰어나오고 있다. ⓒ 박장식

 
8월 31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2020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고교야구전국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14일간 49개 학교가 한데 어울려 펼친 협회장기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운명의 결승전에 진출한 학교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두 조합, 덕수고등학교와 세광고등학교였다. 

경기 결과 덕수고등학교가 13-6로 승리했다. 이날 덕수고는 세광고의 마운드를 상대로 적재적소에서 귀중한 안타를 때려내며 앞서나갔다. 마운드 위에서는 1학년 신인 투수인 심준석이 6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돌려세우는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렇다고 해서 세광고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세광고는 경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며 끝까지 경기를 놓으려 하지 않았다. 우승 팀과 준우승 팀은 있어도, 울며 돌아가는 팀은 없었던 현장이었다.

터진 타선, 1학년의 쾌투... 완벽한 덕수고의 첫머리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선취점을 올린 덕수고 선수들을 다른 선수들이 축하하고 있다.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선취점을 올린 덕수고 선수들을 다른 선수들이 축하하고 있다. ⓒ 박장식

 
1회부터 덕수고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2아웃 상황 3번 타자 박찬진이 중견수 뒤를 훌쩍 넘기는 홈런을 때려내며 깔끔한 선취점을 가져갔다. 마수걸이를 홈런으로 때려내니 다음 이닝에도 득점이 쏟아졌다. 덕수고는 상대 실책 등을 활용해 2회에도 석 점을 올렸다.

3회에도 한상훈과 안제연, 김현태의 연속 안타가 터져나오며 두 점을 더 올린 덕수고는 6-0 상황까지 세광고를 몰고 갔다. 이어 5회에도 연속된 폭투로 한 점을 더 올린 데 이어 6회에는 앞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장재영까지 적시타를 때려내 스코어를 9-0까지 만들어내며 앞서나갔다.

마운드 위에서는 1학년 투수인 심준석 선수가 괴력투를 선보였다. 고교 입학 후 처음 나선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선발로 출장한 심준석은 6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면서도 1개의 실점만을 기록하는 호투를 펼쳤다. 특히 심준석은 두 번의 이닝에서 삼자범퇴를 기록하는가 하면, 위기 상황을 스스로 돌파하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괴력투를 선보인 덕수고 심준석 선수.

결승전에서 괴력투를 선보인 덕수고 심준석 선수. ⓒ 박장식

 
심준석이 특히 대단했던 건 최대 153km/h짜리 직구와 그에 못지않은 무브먼트 좋은 변화구로 무려 12탈삼진을 기록하며 세광고의 타선을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승전에서 덕수고는 미래의 에이스 투수를 미리 발굴하면서도, 그 투수가 여러 이닝을 책임지는 기분 좋은 성과를 얻어갈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은 세광고, 훌륭한 스포츠 정신

6회 한 점의 득점을 올리며 기회를 노렸던 세광고는 7회 심준석이 한계 투구수를 채워 강판되자 기회를 노렸다. 선두타자 허준서가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임완현이 볼넷으로, 이어 박지호가 적시 2루타로 루상에 나갔다. 류주열은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하는 등 7회에만 석 점을 올리며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덕수고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심준석에 이어 투수판을 밟은 강홍주가 주자를 모두 내보내는 등 난조를 보이자 바로 김효준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선수들 역시 추가점을 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덕수고도 8회 1사 1,2루 상황 김현태가 펜스까지 굴러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내며 두 점을 더 달아났고, 9회에도 대타로 타석에 선 조승모가 2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스코어 13-4 상황에서 이번 대회의 마지막 순간인 9회말 1아웃이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덕수고의 에이스 장재영이 대회의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 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광고가 포기하지 않았다. 박지호가 157km/h까지를 던지는 장재영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낸 것이었다.
 
 협회장기 결승전의 마무리를 책임진 덕수고 장재영 선수.

협회장기 결승전의 마무리를 책임진 덕수고 장재영 선수. ⓒ 박장식

 
이어 장재영이 박동우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세광고 류주열이 좌측 담장을 때려내는 2루타를 만들어내며 극적으로 한 점을 따라잡았다. 이어 이영빈까지 같은 코스의 2루타를 만들어 스코어를 13-6으로 만들자, 세광고 덕아웃은 마치 역전한 듯 기뻐했다.

하지만 7점을 아웃카운트 하나 안에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장재영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2루수 땅볼로 만들어내며 덕수고의 전국대회 22번째 우승이 만들어졌다. 덕수고 선수들은 모두가 기뻐하며 그라운드 위로 달려나갔고, 마운드 위에서 모두가 얼싸안는 등 우승을 서로 축하했다.

하지만 세광고의 모습도 스포츠맨십을 느끼게 했다. 패배해 침울해하는 보통의 모습과는 달리, 덕수고 덕아웃 방향으로 박수를 보내고 인사를 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38년 만의 정상 도전에 실패한 점은 선수들에게도 분명 아쉬웠겠지만 경기 내내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야구 팬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선수들이 즐겁게 잘 해준 덕분이죠"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우승한 덕수고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축하를 나누고 있다.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우승한 덕수고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축하를 나누고 있다. ⓒ 박장식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결승 다음날 진행한 전화 통화에서 "주변에서 3년 만의 우승이라고 하는데, 작년 정말 큰 대회였던 100주년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가져갔다. 야구 역사와도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의미가 크지 않나 싶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선수들의 초반 페이스들이 좋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경기가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지난 대회에서 고전했었는데 심기일전으로 준비해 이번 대회 모두 잘 해주었다. 감독은 하나도 한 것이 없다. 선수들이 잘 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 김용선 감독님이 훌륭한 덕장이시다. 아이들이 끝까지 응원하고, 끝나고 나서도 최선을 다 했다고 독려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라며 "조병현 선수가 결승 때 던졌으면 더 박진감 넘치는 승부였을 것 같다. 정말 오늘은 상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긴장 말고 잘 하자고 했더니 선수들이 그렇게 해 주었다. 선수들이 즐겁게 잘 해준 덕분"이라며, "선수들이 마음껏 잘 해주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준석 뿐만 아니라 2학년 선수들 중에서도 김준모라든가, 김예서, 하혜성과 같은 좋은 선수들이 있어, 그 선수들과 봉황대기 잘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주요 수상은 장재영이 휩쓸었다. 그는 최우수선수상과 홈런왕, 타격왕, 타점왕을 휩쓰는 4관왕을 기록했다. 우수투수상은 엄청난 활약을 펼친 심준석이, 감투상은 세광고의 에이스 조병현이 받았다. 수훈상과 도루상은 덕수고의 박찬진과 경기고의 임상우가 각각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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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협회장기 덕수고등학교 세광고등학교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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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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