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샤오(주동우)와 첸칭(정백연)은 2007년 춘절을 앞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다. 첫 만남부터 샤오샤오에게 호감을 가진 첸칭은 옆에서 그를 도와주며 가까워진다.

샤오샤오(주동우)와 첸칭(정백연)은 2007년 춘절을 앞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다. 첫 만남부터 샤오샤오에게 호감을 가진 첸칭은 옆에서 그를 도와주며 가까워진다. ⓒ 넷플릭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궁금증이 마구 솟아오를 때가 있다. 아니 저, 배우는 누구지? 다른 작품에서도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 영화가 끝나면 스마트폰을 열어 허겁지겁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해본다. 나는 좋은 배우를 발견했다는, 반갑고 벅찬 감정을 최근에 느꼈다.
 
그래서 찾아낸 영화가 <먼 훗날 우리>(감독 유약영)이다. 2007년 섣달그믐. 수십 명의 사람이 기차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 좌석보다 사람이 많아 보이는 기차 통로에서 승무원이 표를 검사한다. 승무원 앞에서 뒷모습의 한 여성이 당황한 듯 주머니를 뒤진다. "분명 샀단 말이에요." 승무원이 철도경찰에 무전을 날릴 때 저만치의 어떤 남자가 여자를 쳐다보더니 말을 건넨다. "저기요. 이거 그쪽 표 아니에요?"

그렇게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인 만남이 되는 린 첸칭(정백연)과 팡 샤오샤오(주동우). '베이징, 누가 이기나 보자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빠르게 다가선 기분이 든다'라며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서의 삶을 다짐하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 가진 게 많이 없어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먼 훗날 우리>는 미래를 향한 꿈은 높지만 그만큼 높은 현실의 벽에 치이는, 불안한 조건에서 피어나는 두 젊은이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고향이라는 안정된 공간을 박차고 대도시로 올라온 건 좋았다. 하지만 어딜 가든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직장도, 잠자리도 뭐든지 열악한 이 공간에서 피어난 사랑은 처음부터 불안함을 머금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 조건에서 개인이 가진 불안함은 자존심이 되어 무너지기 딱 좋다.

늘 그렇듯 연인들은 자존심을 운운하다가 작은 다툼이 생기고 이내 큰 다툼이 된다. 첸칭과 샤오샤오도 다르지 않다. 영화는 마주 봤던 두 얼굴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적이면서도 낯익은 연애를 그린다. 그런데도 끝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진 않는 두 사람. 어떻게든 베이징에서, 대도시에서 악착같이 버티겠다는 모습에서 두 사람은 불안함에서 벗어나고자 연애를 '선택'한 것처럼도 보인다.

"아이 미스 유(I miss you)"
 
 <먼 훗날 우리>에서 샤오샤오를 맡은 배우 주동우.

<먼 훗날 우리>에서 샤오샤오를 맡은 배우 주동우. ⓒ 넷플릭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 그래, 연애라는 게 다 그렇지. 둘이 좋아서 만났다가 헤어지고 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도 때로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크기가 다르다.

10년 전에 우연히 만나 그로부터 10년 후에는 남이 되어버린 두 사람을 보기까지 나의 감정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기쁘다가도 안타깝고 마음 끝이 마침내 아련해져 버렸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이별이 얼마나 아픈 것임을 알기에 첸칭과 샤오샤오가 겪은 모든 일은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였고 나의 일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이 영화를 찾게 된 이유. 좋은 배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와 얼마 전 개봉한 <소년시절의 너>를 보고 눈에 들어온 배우 주동우.

그가 흑백의 화면에서 첸칭에게 영어로 말하는 대사 "아이 미스 유(I miss you)"는 정말 잊기 힘든 장면이다. 첸칭이 그 말을 받으면서 이어지는 이야기. "나도 보고 싶었어" "내 말뜻은 내가 널 놓쳤다고" 그러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샤오샤오. "옛날 일이 바로 어제 같아. 지금도 어렸을 때처럼 유치하게 굴고 있잖아. 넌 아직도 철이 덜 들었어. 옛날하고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 안 그래?"

얼마 전에 막 20대 중반을 넘어선 이 배우가 이렇게 깊은 얼굴을 하고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울고 있다. 이 배우의 연기를 찾길 잘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먼 훗날 우리 주동우 정백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