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OTT 업체 왓챠, 웨이브, 티빙

국내 토종 OTT 업체 왓챠, 웨이브, 티빙 ⓒ 왓챠/웨이브/티빙

 
넷플릭스의 성장세와 더불어 국내 OTT(Over The Top) 업체들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감염 우려로 기존 극장을 찾는 관객은 급감한 반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할 때 개인 기기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 플랫폼 사용 빈도는 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와중에 최근 콘텐츠 공급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생각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아래 수배협)에서 국내 OTT 플랫폼에 콘텐츠 제공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수배협은 지난 7월 17일 자체 공청회를 거친 후 국내 OTT 서비스 플랫폼인 왓챠와 웨이브 등에 영화 콘텐츠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이에 왓챠는 8월 5일 입장문을 냈고, 14일 다시 수배협에서 이를 반박하는 2차 입장문을 냈다.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이견
 
영화 산업 자체가 플랫폼 위주로 돌아가는 흐름이고, 콘텐츠가 거기에 따라가는 상황이라는 문제의식이 배경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입장문을 통해 수배협은 총 세 가지의 이유를 들어 국내 OTT 업체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는 OTT에 제공하는 영화의 값어치를 콘텐츠 공급자가 정하지 못한다, 둘째는 제공 영화가 얼마나 팔렸는지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하다, 셋째는 한 달에 한 번 받는 정산서조차 제대로 된 서식이 적용되지 않는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부가판권, 즉 극장 상영 외 영화 콘텐츠가 수익을 얻는 시장은 IPTV 사업자가 채택한 건별 결제(T VOD, Transactional Video On Demand) 중심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결제할 때마다 금액을 지불하는 건데, 일정 기간(Hold Back, 극장 독점 상영) 이후 금액이 할인되는 식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해 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OTT 업체는 월별 정액제 방식(S VOD, SubscriptionVideo on Demand)이다. 달마다 일정 금액을 내고 해당 플랫폼의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청한 횟수만큼 일정 비율을 저작권료로 배분하는 건별 결제에 비해 월별 정액제는 전체 영상 콘텐츠 중 시청 비율을 따져 정산하기에 크게는 전자에 비해 약 30분 1 정도의 저작권료가 발생한다. 이런 걸 바로잡자는 게 수배협 요구다.
 
그에 반해 왓챠는 "왓챠에는 건별 결제가 거의 없는 구작이 들어오기 때문에 오히려 저작권자들에게 새로운 수익 발생의 기회가 생긴다"며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수배협 주장은 구독형 OTT 모델 자체를 버리고, IPTV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구작으로 분류된 영화들이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오랫동안 소비되길 바라며 영화 시장 자체의 크기를 키워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수배협은 "OTT 서비스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정산 방식과 형평성 문제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 재반론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주최한 VOD 시장 전망과 대책 공청회 당시 사진.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주최한 VOD 시장 전망과 대책 공청회 당시 사진. ⓒ (사)수입배급사협회

 
"지금 아니면 기회 없을 수도"
 
현재 수배협은 국내 OTT 업체를 비롯해 부가판권사, 배급사, 정책 관계자 등 영화계 전방위 담당자들과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상태다. 예정대로면 8월 중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손희준 수배협 사무국장은 24일 <오마이뉴스>에 "돈을 더 받겠다가 아니라 영화 콘텐츠 제공자와 논의 없이 정산 방식이 정해지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한 것"이라며 "분명 플랫폼 흐름이 OTT 쪽으로 가고 있는 건 맞다. 한국에 맞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같이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라 말했다.
 
"도서나 음반 쪽에서도 이런 수익 배분 방식(월별 정액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능 프로 같은 건 광고로 이미 선 수익이 발생한 상태에서 추가로 OTT에서 따로 횟수대로 수익이 발생하는데 영화는 한 편을 볼 때부터 과금이 되는 거잖나. 우리가 얼마를 원한다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한국에 맞는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다신 얘기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기에 우리 시장에 맞게 IPTV 사업자, 망사업자, 수입사, 제작사, 소비자들까지 함께 얘길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손희준 사무국장)
 
다만 국내 OTT라 할지라도 웨이브와 왓챠 등 업체에 따라 조금 입장이 다르다. 왓챠와 달리 웨이브는 S VOD 방식과 함께 건별 결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웨이브의 김용배 홍보부장은 "우린 개별 협의를 하고 있다. 수배협에 속한 회사와 직접 거래하진 않고 중간 CP(Contents Provider)를 통해 거래하고 있는데 월정액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는 곳이 있으면 단건 판매로 전환할 수도 있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토론회에 대해서 김 홍보부장은 "시기나 내용에 대한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내용을 들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왓챠 또한 열린 자세임을 강조했다. 허승 PR 매니저는 "1차 입장문은 (수배협 요구에 대해) 설명 필요하다 싶어 길게 쓴 것이고, 콘텐츠 공급자인 만큼 그분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뭔가 발전적 협력 방법을 찾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수배협 요구 대상에서 넷플릭스가 빠진 이유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각 콘텐츠 제공자와 직접 판권을 거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사이기도 하기에 수익 배분 시스템을 논하기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게 수배협 측 설명이었다.

다만 손희준 부장은 "현재 다른 해외 영화 배급사들도 넷플릭스에 판권을 팔지 않으려는 추세는 있다"며 "크게 보면 넷플릭스 또한 한국 시장에 맞는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수입영화 수입배급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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