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자들의 뚜껑이 열렸다. 전국 단위 지명이 가능해지며 8월 31일로 지명을 미룬 롯데와 한화를 제외한 8개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원석과도 같은 선수들을 고르고 골라 결정했다. 여덟 명의 선수들은 빠르면 내년부터 프로 무대에서 팬들과 만날 전망이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는 두산 내야수 안재석(서울고), 키움 투수 장재영(덕수고), SK 투수 김건우(제물포고), LG 투수 강효종(충암고), NC 투수 김유성(김해고), kt 투수 신범준(장안고), KIA 투수 이의리(광주일고), 삼성 투수 이승현(대구상원고). 모두 각 학교에서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던 선수들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름을 넘어 숫자로 선수들의 면면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숫자에 포인트를 담아 이번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 담긴 면면을 살펴보았다.

이번 드래프트에 지명된 야수의 숫자, 1명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답게 투수에 대한 지명 선호도가 높았음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8구단이 지정한 8명의 선수 중 7명이 투수로 지명되었고, 단 한 구단, 두산 베어스만이 내야수인 안재석을 지명했다. 두산 베어스에서는 이번 지명으로 17년 만에 내야수를 1차 지명했단다.

흥미로운 점은 여러 해 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0 드래프트 당시 1차 지명이 된 야수는 장충고의 외야수 박주홍(현 키움)이 유일했고, 2018 드래프트 때는 광주동성고의 포수 한준수(현 KIA), 경남고의 내야수 한준희(현 롯데)만이 1차 지명에서 유니폼을 입은 야수 자원이 되었다.

두산이 내야수인 안재석을 지명한 것은 17년 전 드래프트로 뽑힌 유격수 김재호의 후계 구도를 위해서이다. 마침 안재석의 롤 모델은 김재호. 안재석 선수가 롤 모델의 가르침을 받아 내년 프로 무대에서 바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란히 1차 지명된 U-18 동메달의 주역, 2명
 
 지난 2019년 안방인 부산 기장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U-18 야구 대표팀 선수들.

지난 2019년 안방인 부산 기장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U-18 야구 대표팀 선수들. ⓒ 박장식

 
지난 2019년 안방인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WBSC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한 두 명의 2002년생이 모두 1차 지명 명단에 올랐다. 그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덕수고등학교 장재영과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된 대구상원고등학교 이승현. 두 선수 모두 당시 U-18 대표팀에 승선한 둘 뿐인 고등학교 2학년 선수였다.

장재영과 이승현은 모두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이승현은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갑작스러운 코피에도 불구하고 투구를 이어간 '코피 투혼'으로 주목을 받았고, 장재영은 대회 당시 마운드에서 활약이 크게 빛나지 못했지만 야수로 출전했을 때에는 적시타를 여럿 뽑아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프로에서는 U-18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배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kt의 소형준, LG의 이민호는 선발투수 자리를 꿰차며 신인왕 경쟁에 불을 붙였고, 삼성 김지찬, 허윤동도 소속팀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장재영과 이승현도 이들처럼 내년에 바로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만도 하다.

이번 1차 지명에 오른 왼손 투수의 수, 3명

이번 1차 지명에는 세 명의 왼손 투수와 네 명의 오른손 투수가 올랐다. 좌완 투수는 이의리와 이승현, 그리고 김건우가 그렇고, 장재영과 강효종, 김유성과 신범준 등이 우완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왼손 투수가 주요 선발로 자리하는 KBO 리그에서 이런 선발 자원의 등장은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의리는 양현종 이후를 이끌어나갈 선발 자원으로 벌써부터 KIA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김건우는 1학년 때부터 SK 지역 연고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승현 역시 청소년 대표팀 경험도 있는데다, 대통령배 대구상원고의 4강 진출을 견인했기에 모두 좋은 자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

그렇지만 우완 투수들도 훌륭한 매력을 갖고 있다. LG에 지명된 강효종은 충암고의 에이스로 좋은 활약을 펼쳤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던 장재영 역시 ML 스카우터들이 집중했을 정도의 높은 구속이 자랑거리이다. kt 신범준 역시 창단 첫 해였던 2015년 수원야구장에서 시구를 했던 등, 구단의 성골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민이 깊어지는 지난해 9위, 10위 구단

지난 2019 KBO 리그에서 9위와 10위를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스카우트들은 남은 일주일 동안 1차 지명 대상에 맞으면서도, 높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좋은 자원을 지명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졌다. 특히 지명 대상을 반쯤 정해두었던 롯데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성적에 따라 삼성과 한화, 롯데는 전국 단위 지명이 가능하다. 연고지 내 선수 중 좋은 선수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지역의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것인데, 삼성은 연고지 내의 이승현을 고르며 고민을 덜었다. 롯데는 당초 덕수고의 나승엽을 지명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나승엽이 MLB 진출을 선언하며 사실상 무산되었다.

한화 역시 지역 연고 내의 선수를 선발해야 할지, 또는 선수를 고를 지 고민이 큰 상황. 오는 31일이면 두 팀이 고민을 거듭해 고른 선수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 지역 내의 선수를 우선해서 뽑을지, 아니라면 지역 바깥의 기량 좋은 선수를 뽑는 '깜짝 발표'가 있을지도 주목해볼 만 하다.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품에 안긴 덕수고 투수 장재영.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품에 안긴 덕수고 투수 장재영. ⓒ 박장식

 
아직 남은 프로의 문

고교야구, 그리고 대학야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꿈과도 같을 프로 무대로의 문이 아직은 남아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지명할 두 명의 선수는 오는 31일 발표되고, 나머지 100명의 2차 지명 선수들은 9월 21일 각 구단에서 10명씩을 선발할 예정이다.

100명이 남은 2차 지명 역시 볼거리가 많다. 1차 지명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선수들이 몇 라운드에서 어떤 구단의 품에 안길지 보는 재미도 있고, 프로 데뷔 이전부터 숱한 이야기를 낳은 선수들이 어느 구단에 지명되나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 2년 전 드래프트의 한선태(LG), 작년의 안권수(두산)처럼 에피소드가 있는 선수가 프로에 지명되는 모습도 볼 수 있을테다.

코로나19 탓에 야구 경기는 커녕 훈련를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숱하게 왔지만, 그런 난관을 이겨내고 이번에 지명되는 선수들이야말로 박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를 이기고, 9월까지 고교야구와 대학야구가 모든 일정을 치러 마지막 지명의 순간 웃는 선수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2002년생이 프로에 온다

이번 1차 지명에서 대졸 선수들을 따로 지명하지 않음에 따라, 프로 구단들의 품에 안긴 선수들은 모두 2002년생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들은 앞으로 길게는 20년동안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좋은 자원으로 이름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 

2002년생 선수들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모습에 반해 야구를 처음 시작한 '베이징 키즈'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나이가 7세였기에, 베이징 키즈의 마지막 세대가 될 가능성도 크다. 대표적으로 삼성에 지명된 이승현이 베이징 올림픽 당시 류현진의 모습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야구장 안에 2002년에 태어난 선수들이 많아질 참이다. '새천년'이었던 2000년 태어난 선수들도 야구장 안에서 주전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고, 2001년 태어난 선수들은 한창 신인왕 경쟁을 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억하는 '마지막 베이징 키즈'인 2002년생 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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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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