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강릉고 선수들이 최재호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대통령배 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강릉고 선수들이 최재호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 박장식


 
갑작스럽게 그라운드에 찾아온 소낙비 속에서 두 학교가 혈투를 벌였다. 22일 열린 대통령배 고교야구전국대회 결승전에서 신일고등학교와 강릉고등학교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펼쳤다. 한 학교는 전국대회 우승과, 다른 한 학교는 대통령배 우승과 인연이 없었기에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혈투의 끝은 강릉고의 환호성이었다. 강릉고등학교는 김진욱의 호투와 김세민의 쓰리런 홈런을 섞어 신일고를 7-2로 제압하며 우승기를 들어 올렸다. 이날의 우승으로 강릉고는 학교를 넘어 강원지역 학교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을 가져가는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비가 멈춘 경기, 열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강릉고등학교의 선발투수는 2학년 최지민 선수, 신일고의 선발로는 3학년 사이드암 투수 지명성이 나섰다. 지명성 선수는 앞선 두 번의 경기에 등판해 13.1이닝 3실점,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최지민 선수 역시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 등판해 도합 9이닝동안 무실점하며 역할을 해냈던 '믿을맨'이었다.

경기는 2회부터 강릉고가 김예준의 적시타로 선취득점을 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국지성 호우가 갑작스럽게 내리며 그라운드가 물에 푹 젖어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1시간 30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었고, 비가 어느정도 잦아들어서야 경기가 재개되었다.
 
 강릉고등학교의 김진욱(왼쪽)과 신일고등학교 지명성(오른쪽)은 이번 대통령배 결승전 마운드를 책임진 선수들이었다.

강릉고등학교의 김진욱(왼쪽)과 신일고등학교 지명성(오른쪽)은 이번 대통령배 결승전 마운드를 책임진 선수들이었다. ⓒ 박장식

 
3회 말 강릉고의 흐름이 꺾인 틈을 타 신일고가 반격했다. 볼넷과 안타를 만들며 최지민을 강판시킨 신일고는 이어 등판한 김진욱을 상대로 김휘집이 중전 안타를 때려내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김진욱 역시 더욱 위기가 이어질 수 있는 2사 2,3루 상황 내야 뜬공을 유도하며 위기를 탈출했다.

이어 김진욱과 지명성의 호투가 이어졌다. 지명성은 3회부터 5회까지 타선 한 바퀴를 모조리 막아내는 3이닝 퍼펙트 호투로 상대를 잠재웠고, 김진욱 역시 5회 말 몸에 맞는 볼과 볼넷 등을 내주며 일사만루 상황을 만들었지만 권혁경을 상대로 삼진, 최병용을 상대로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하며 극적으로 위기를 막아냈다.

균형이 깨진 것은 6회였다. 강릉고등학교가 연타석 안타에 이은 최정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간 것이다. 7회에는 이동준이 스퀴즈 번트를 한 데 이어, 김예준이 예술적인 홈인으로 귀중한 1점을 더 얻어냈다.
 
이어 정준재의 안타가 나와 주자 1,2루가 된 다음, 3번 타자 김세민이 결정적인 공을 쳐냈다. 1-1 상황 좌측 담장을 넘겨버리는 쓰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다섯 점 차로 달아났다. 결국 지명성은 안타까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8회에도 강릉고는 이동준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나며 7-1 스코어를 만들었다.
 
 강릉고 김세민 선수가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홈런을 쳐낸 뒤 홈인하며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강릉고 김세민 선수가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홈런을 쳐낸 뒤 홈인하며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박장식

 
8회 말 신일고가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더 얻어냈지만, 다섯 점 차의 경기를 뒤집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9회 말 김진욱이 경기 마지막을 유격수 땅볼로 끝내자, 선수들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마운드로 뛰어나와 우승을 축하했다. 지난해부터 세 번의 준우승을 거쳐 만든 우승이었기에 모두가 고대해왔던 순간을 축하했다.

"네 번이나 올라갔으니... 한 번쯤 우승한다고 생각했죠"

최재호 감독은 "좋은 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3회와 4회에 경기를 어렵게 하니 점수차가 벌어져 불안했는데, 그래도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많은 동문들이 목동에 모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TV로 많이 응원하셨을텐데, 우승 트로피를 안겨드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우승이 없었던 징크스를 깨게 되어 다행"이라며, "저학년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 내년에도 올해 못지 않게 좋은 성적이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넌지시 '헹가래' 후 허리 고통을 호소했던 감독들이 많아 대비는 했는지 물어보자, "선수들이 잘 해주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진욱 선수는 우승과 함께 전국대회 출전을 마쳤다. 김진욱 선수는 "결승에 네 번이나 올라갔기 때문에 한 번쯤은 우승하리라고 생각했다. 우승하는 순간에 마운드에 있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루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기도, 홀가분하기도 하다.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다"며 마지막 고교 등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승부처는 5회 1사 만루 상황이었다. 김진욱은 상대의 큼지막한 파울을 보고 삼진을 이끌어 냈다며, "그 타구 때문에 욕심이 났으리라고 생각해 더욱 공격적으로 피칭을 했다. 그 덕분에 이닝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진욱 선수는 "프로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맞춰서 뛰겠다. 몸 관리 잘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고 선수들이 대통령배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마운드로 달려나가 축하하고 있다.

강릉고 선수들이 대통령배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마운드로 달려나가 축하하고 있다. ⓒ 박장식

 
이날 우승의 쐐기를 박은 홈런포를 때려낸 2학년 김세민 선수는 "방망이가 맞지 않는데 코치님들이 편하게 치라고 하신 덕분에 홈런을 때려낼 수 있었다"며 "3학년이 되면 학교의 중심 타선도 노려보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김세민 선수는 "김하성(키움) 선수가 롤 모델"이라며 "잘 치시고 잘 뛰시는데, 수비도 잘 하셔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신일고 정재권 감독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닌데 많이 아쉽다"며, "조금 더 끈질기게 했어야 했는데 너무 공격적으로만 했다 아쉬운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스포츠는 이기기 위해서 존재한다. 앞으로 있을 주말리그 잔여경기나 봉황대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릉고는 해방 이후 전국대회 우승이 없었던 강원도 내 고등학교가 고교야구 대회에서의 우승을 기록한 첫 사례가 되었다. 이날 최우수선수와 우수투수상에는 김진욱이, 감투상에는 지명성이 올랐다. 수훈상에는 강릉고 최정문, 미기상에는 강릉고 김선우가 올랐고, 감독상에는 최재호 강릉고 감독이 수상했다.

이번 대회 타격상에는 대구상원고의 장재원 선수가 5할 4푼 5리로 올랐고, 최다 타점상에는 7타점의 강릉고 전민준이 올랐다. 최다 안타와 도루는 강릉고 정준재가 10안타, 4도루를 기록했고, 배명고 주한울이 2개의 홈런으로 최다 홈런상에 올랐다. 시상이 끝나고 선수들은 강릉고 최재호 감독을 헹가래하는 등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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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대통령배 강릉고등학교 결승전 신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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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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