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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0일 대북정책 조정 기구인 한미워킹그룹이 출범할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것을 '2인용 자전거'(tandem)에 비유했다. 그날 국무부 정책 브리핑에서 '남북 간 협력을 진행하는 한국 정부를 어떻게 보느냐?'는 NHK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폼페이오는 워킹그룹이 남북협력 및 북한 비핵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는 그것들을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2인용 자전거'로 본다"며 "우리는 그것들을 중요한 병행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그룹 아래에서 두 가지가 함께 굴러가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그 자전거는 실제로는 2인용이 아니라 1인용처럼 굴러가고 있다. 핸들을 조작하는 쪽은 미국 혼자인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그저 페달만 열심히 밟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지키고 있다. 또 한반도 긴장 상태를 유지시킴으로써 미국 군산복합체 무기 수출에 유리한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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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용이 1인용처럼 사용되고 한국 국익과 남북교류 증진을 저해하고 있으니, 지난 18일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의 만남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관련 기사: 미국대사 만난 이인영 "한미워킹그룹, 운영·기능 재조정해야"). 

이인영 장관이 "한미워킹그룹은 그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재편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명확히 하고 발전적으로 지향해야 한다"며 한미워킹그룹 2.0을 제안한 것은, 그간 워킹그룹이 끼친 부작용이 매우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외교부·국가안보실과 미국 국무부·재무부·국가안보 회의가 참여하는 '한미워킹그룹'은, 한국이 추진하는 남북협력과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 혹은 대북제재의 속도를 맞추기 위한 기구다. 그런데 이 기구는 남북협력을 억제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도 많이 작동됐다고 본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약화시키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과도한 조처를 하도록 만드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고도 말할 수 있다.

물론 워킹그룹이 남북협력을 무조건 막아온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승인했고 어떤 것은 금지했다. 하지만 승인된 것과 금지된 것을 비교하면, 남북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견제하는 쪽으로 훨씬 더 많이 기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북한학연구> 제16권 제1호에 실린 임상순 평택대 교수의 논문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전략 연구 - 트럼프 행정부 시기를 중심으로'는 미국이 승인한 것들을 이렇게 열거한다.
 
"미국은 한국이 요청한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장비·물자 대북 반출,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을 위한 장비의 대북 반출, 평양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남북 예선전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의 물품 반출을 승인해주기로 합의하였다."
 
가족 상봉이나 학술 또는 스포츠 목적으로 북한에 갈 때 물품을 휴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도 미국에 승인을 받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워킹그룹이 승인해준 것들은 이처럼,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것들이었다.

반면 워킹그룹은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한결같이 승인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요청, 금강산 관광, 북한 개별 관광, 철도·도로 연결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었다. 소위 '돈이 될 만한' 일들은 번번이 막았던 것이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의 '2018년 10월 30일자 부서 언론 브리핑(Department Press Briefing - October 30, 2018)'에 따르면, 로버트 팔라디노(Robert Palladino)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한미워킹그룹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외교, 우리의 비핵화 노력, 제제 이행, 유엔 제재를 따르는 남북한 협력에 대한 우리의 긴밀한 협력을 보다 강화할 새로운 실무그룹"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제재의 틀에 남북협력을 맞출 목적으로 이 기구를 만들었음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남북협력과 대북제재가 한미워킹그룹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남북협력이 대북제재의 하위에 있음을 표출한 것이다. 미국 국익에 따라 남북협력을 억압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셈이다.

국무부, 한미워킹그룹 소개하며 "유엔 제재를 따르는 남북 협력에 대한..."

그러니 한미워킹그룹은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기보다는 저해하는 기능을 더 많이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구는 남북협력을 대북제재의 후순위에 놓음으로써 대북 포위를 위한 제재의 망을 한층 더 촘촘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구로 증진되는 것은 평화보다는 '불안'이다. 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이후의 한반도 평화에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러시아·일본의 대북 교류에 제동을 걸 때는 다른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위 논문은 "미국은 북한 고립화 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북한의 이웃 국가들이 대북 포위망에서 이탈하지 않고 대북 제재를 유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국·러시아·일본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러시아·일본 정상과의 회담에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받았고,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상정할 때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하도록 설득했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단독 제재를 결정할 때 중국과 협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러시아·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요청하는 형식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워킹그룹'이라는 사실상의 간섭 기구를 만들어놓고 상시로 한국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러시아·일본에 비해 한국을 얼마나 차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과거 몽골 제국은 일본 공격을 위한 정동행성이란 기구를 설치해놓고 이를 이용해 고려왕조의 내정에 간섭했다. 일본은 한국 외교를 돕겠다며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으로 한국통감부를 설치해놓고 이를 이용해 대한제국을 '식물 국가'로 만들었다. 한미워킹그룹은 이렇듯 외세에 의한 내정 간섭의 역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한편, 워킹그룹은 또 다른 면에서도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 대북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최근 들어 부쩍 강해지는 하나의 경향이 그런 우려를 낳는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혹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일 동맹이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도 일본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한미워킹그룹을 매개로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입김까지 한국 정부에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고노 다로 방위 대신은 '적 기지 공격' 차원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때에 한국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발언했다(관련 기사: 아베 정부의 이상징후... "한국의 양해가 왜 필요하죠?"). 일본은 이 같은 '대북 공격'뿐 아니라 평화적인 '대북 교류'와 관련해서도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의 '재팬 패싱'를 '코리아 패싱'으로 바꿀 생각이 있는 것이다.
  
     (히로시마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시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최근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으나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긴급사태를 다시 선언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2020.8.9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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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해가 왜 필요하냐" 되묻는 일본의 속내

박정진 쓰다주쿠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2019년 9월에 기고한 '아베 내각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 추진의 배경과 한국의 위치'에서 아베 신조 정권이 '독자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이상 기류들을 열거했다.

내각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이례적으로 대북 문제(납치문제)가 맡겨진 점, 일본 외무성에 북한 전담 부서가 신설된 점, 북한 전문가인 기타무라 시게루가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된 점, 모테기 도시미츠 외무대신이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하면서도 북한에 관해서는 대화 가능성을 공언하고 있는 점, 일본 정·재계 인사들의 북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열거한 뒤 박정진 교수는 아베 정권의 내부 흐름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한일관계의 재편과 북일 관계의 모색이 동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경유하지 않고 북한 위협을 직접 대면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아베 내각의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안보 정책 총론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한국을 경유하지 않는 독자적 북일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대북관계에서 한·일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는 남북관계를 견제하고 북일 관계를 증진하는 쪽으로 일본의 외교 역량이 동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에 제동을 걸고 이로 인해 남북협력이 지연된다면, 일본 입장에선 훨씬 홀가분한 상태에서 새 대북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미워킹그룹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한국의 자율적인 운신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접근과 코리아 패싱을 돕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허울뿐인 2인용 자전거'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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