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가수 캡사이신(신봉선)의 '매운 사랑'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신인가수 캡사이신(신봉선)의 '매운 사랑'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 미디어랩시소

 
'사장' 송은이가 또 한 번 일을 저질렀다?  

송은이가 대표로 있는 미디어랩시소는 지난 2017년 더블V를 시작으로 셀럽파이브, 둘째이모 김다비(김신영)에 이어 지난 20일 네 번째 신인가수 캡사이신을 세상에 내놓았다.

'매운 사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이 당돌한 신인(?)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인기 개그우먼 신봉선의 부캐릭터(일명 '부캐')다. 재능 많은 후배 예능인들을 하나 둘씩 모으면서 회사의 규모를 키워온 송 사장은 웬만한 가요 기획사 버금가는 가수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알고보면 신비주의 가수
 
20일 같은 회사 동료이자 셀럽파이브의 멤버 김신영이 진행하는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출연을 쇼케이스 삼아 정식 가수 데뷔에 나선 당돌한 신인가수(?)는 역시 상상 이상의 내용을 생방송에서 보여줬다. 그는 빨간색 모자로 얼굴을 가린채 스스로를 "매운 발라더"라 이름 붙이면서 1시간 내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왜 이름을 캡사이신이라고 지었냐는 DJ의 질문에 "캡은 최고, 신은 God을 의미한다. 즉, 캡과 신사이에 있다"고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모자(캡)사이에 신봉선이 있다"라는 다른 해석을 일찌감치 내놓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가수라면 으레 진행하는 신곡 라이브를 선보였지만, 립싱크와 음이탈이 난무하는, 일반적인 가수라면 민망해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등 캡사이신은 위태롭게 첫 무대를 이어나갔다. "(캡사이신은) KSY (김신영)PD님이 만들었다.  모자가 커서 에어컨 바람도 안 들어온다. 아무래도 자기 혼자 TV 보면서 깔깔대며 웃으려고 만든 것 같다. 벌칙도 이런 벌칙이 없다"라며 제작자를 맹렬히 비난하는가 하면, 앞선 라이브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같은 곡을 한 번 더 부르는 진기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렇듯 캡사이신은 '보이는 라디오'로 이 광경을 목격하는 청취자에게 쉴 틈 없는 웃음을 선사하며 쇼케이스를 마무리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날 오후 6시 음원 공개에 이어 밤에는 또 한 번의 인터넷 쇼케이스를 열면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최근 Vivo TV가 새롭게 제작한 독서 관련 유튜브 콘텐츠 <선안 영향력> 생방송에 등장해 특유의 입담으로 고정 시청자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1부엔 캡사이신, 2부엔 본캐릭터 신봉선으로 등장해 공동 DJ 안영미와 함께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정신 없이 웃음을 선사했다. "저 모자 고추장떡인가요, 김치전인가요?", "너무 매워서 귀에 쿨피스 음료 넣어야겠어요" 등 네티즌들의 재치 넘치는 실시간 댓글 또한 큰 웃음을 줬다. 이렇듯 신봉선, 아니 캡사이신은 하루종일 어수선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가수 데뷔날을 보냈다. 

부캐 홍수 시대...원조집(?)만의 차별성​
 
 Vivo TV의 '선안 영향력'에 출연한 캡사이신(신봉선)

Vivo TV의 '선안 영향력'에 출연한 캡사이신(신봉선) ⓒ Vivo TV

 
최근 예능계에서 부캐릭터가 유행이지만, 너도 나도 부캐를 들고 나오다보니 일부에선 "식상하다, 지겹다"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셀럽파이브를 통해선 "신인 아이돌 걸그룹"을, 둘째이모 김다비로 "칠순 늦깎이 트로트 가수"라는 세계관을 설정하고 성공적인 활동을 펼쳐온 제작자 송은이 및 기획자 김신영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는 트로트를, 또 다른 이는 1990년대 댄스 음악을 들고 나오는 현재 분위기에선 장르 선택 역시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캡사이신은 1980년대풍 가요 발라드라는 다소 이색적인 데뷔작을 들고 나왔다. '너를 사랑하고도'(전유나 원곡)을 연상케하는 마이너풍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곡과 이와는 대조를 이루는 신봉선의 감정 과잉 코믹 연기가 어우러진 뮤직비디오는 여타 개가수(개그맨+가수)의 작업물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둘째이모 김다비를 통해선 '빠른 45년생'이라는 설정을 사전에 만들었지만 캡사이신은 유튜브 시청자들의 실시간 댓글로 1978년 충북 음성 출신에 고추아가씨 출전 등 고추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세계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 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가수 혹은 예능인이라는 이미지 형성의 가능성도 타진해본다.

시중에서 구하지 못해 페인트 칠을 해가며 수제작으로 만들었다는 빨간색 모자는 자신의 정체를 가려야만 하는 MBC <미스테리 음악쇼 복면가왕>도 연상시킨다. 신봉선이 이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인 것을 상기하면, 다분히 계산된 시도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즉, 개그우먼 신봉선의 또 다른 웃음 자아 생성 뿐만 아니라 <복면가왕>이라는 기존의 정체성을 캡사이신이라는 가공의 인물에 모두 담아낸 것이다.

기에  송은이 사장의 과감한 투자와 김신영의 재치 넘치는 기획이 적절히 맞물리면서 다소 식상함이 예상될 수도 있었던 '부캐릭터 예능'의 한계를 극복해낸다. "매워 매워서 그래 이별이 우리 사랑이 / 결국 중독처럼 또 너를 찾을까 두려워"라는 김신영 작사 노랫말처럼 신인가수(?) 캡사이신은 맵지만 중독성 강한 웃음을 만들며 부캐 예능인의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부캐릭터 '캡사이신'으로 솔로 가수 데뷔한 신봉선

부캐릭터 '캡사이신'으로 솔로 가수 데뷔한 신봉선 ⓒ 미디어랩시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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