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장마가 무척 길었다. 비가 잠시 멈춘 동안 포트에 배추씨를 부었다. 포트 구멍 하나에 두세 알씩 배추씨를 넣었다. 모 부은 지 나흘 만에 싹이 올라왔다.
엊그제 이웃집 아저씨가 마스크를 쓰고 놀러 오셨다.
"참 예쁘게도 자라네! 그런데, 요 녀석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 않나?"
"솎아주라는 말씀이죠?"
한 포트에 필요한 모종은 하나. 나와 아저씨는 비교적 떡잎이 실한 걸 놔두고, 시원찮은 모를 골라 배추모를 솎아주었다.
배추모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키워야 서로 싸우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
모를 부은 지 오늘로 딱 열흘이다. 본잎이 나풀나풀 거릴 정도로 제법 자랐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모와 모 사이에 거리를 두니 모두 건강하다. 앞으로 열흘 남짓 키운 후, 더 널찍하게 거리를 두고 본밭에 옮겨 심으면 한아름 김장배추로 자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선의 방역이란다. 김장배추도 거리를 두고 키워야 건강하게 잘 자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