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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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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무기한파업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저는 의사는 아니지만, 학부 때 동아리에서부터 병원에 입사한 이후 의사들과 아주 가까이서 공부하고 또 함께 일해온 10년 차 간호사입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처럼 의료공공성을 주장하며 파업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병원파업이 가지는 부담감을 경험해본 경험자이기도 합니다.

의사 파업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벌어질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 몇 마디를 보태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도 의사들을 썩 좋아하진 않는 편입니다. 일이 힘들다고는 해도 무례한 사람이 많거든요. 의사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병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침묵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전공의들의 집단휴무와 집회는 지난 7월 23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 발표에 대한 집단 반발입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은 당정협의를 통해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더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료전달체계 등이 왜곡되어 있고, 적절한 의료 수련 환경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 공급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정부 발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총파업이 우려스러운 이유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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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공의가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알려드리자면, 전공의란 대학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1년과 각 진료과에서 레지던트 3~4년의 수련과정을 밟는 의사들을 말합니다.
  
수련과정이라고 해도 전공의들은 학생이 아니라 정식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이기 때문에 학생인 동시에 임금을 받는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그 업무량은 어마어마합니다. 기본적으로 전공의법상 그들의 근무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일반 노동자들보다 최소 2배 이상 일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퇴근 시간이라고 해도 환자가 잘못될 것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선 칼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공의는 주당 8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니, 전공의 99.9%가 주 80시간보다 초과근무를 하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번 전공의 총파업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들이 그간 떠받치고 있던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대신해줄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병원 내 의사 직군 중에서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설령 전공의 업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의료법상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하루 이틀이야 그동안 해왔던 대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굴러갈지 모르나 계속 새로운 환자가 오고, 환자들의 상태가 변하고, 백업해주던 각 진료과 교수님들이 소진되면 사고가 발생할 것입니다. 심하면 사망자까지 나올지 모릅니다. 아니, 파업이 길어지면 나오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면, 파업을 감행한 노동자들에게 쉽게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하지만 파업을 멈출 수 있는 열쇠는 행위자인 노동자들에게도 있지만, 그 반대편 사측에도 있습니다. 왜냐면 파업은 노동자들이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측이 그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하면 파업은 즉시 멈출 수 있습니다. 현재 전공의 파업의 경우 반대편 측이 개별 고용주가 아니라 복지부이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복지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파업을 멈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벽을 향해 달리는 열차의 브레이크는 양쪽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정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양측이 주장하는 통계 중 어느 쪽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알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로 따져보았을 때, 복지부의 주장이 맞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은 복지부가 물러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의대 본과 4학년들은 국가고시까지 포기하겠다며 단체로 시험접수를 취소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품고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파업결의를 했다고 합니다.

지금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배수진을 치고 파업에 임하는 이 상황에서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절벽을 향해 달리는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지는 자명합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 혹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교수님들이겠죠. 환자가 의료사고로 죽거나 백업하던 의사가 과로사로 죽는 등 누군가 죽어나갈 것이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이 시국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흘러가겠지만, 죽은 사람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그냥 그대로 멈춰버립니다.

제가 알기론 전공의협의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전면 재논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정도 수준이라면 복지부가 전공의협의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물러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의 현주소, 전공의에게 닥칠 미래일 수 있다
 
 
 2019년 3월 3일 저녁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간호사연대NBT 주최로 열린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박 간호사 동료들이 쓴 글을 앞에서 메모하고 있다.
 2019년 3월 3일 저녁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간호사연대NBT 주최로 열린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박 간호사 동료들이 쓴 글을 앞에서 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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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대학의 경우에도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10년간 무분별하게 입학정원만 늘려왔습니다. 왜 간호사들의 50%가 장롱면허인지, 왜 1년도 채 못 되어서 병원을 떠나는지,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대학정원만 늘려온 결과는 끔찍합니다. 매년 2만 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 간호사들을 일회용품처럼 함부로 쓰고 버리는 병원과 그런 지옥같은 환경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의 연이은 자살입니다.

현재 매년 배출되는 간호대 졸업생은 2만3000 명 정도라고 합니다. 참고로 2019년 우리나라의 한 해 출생아 수가 30만 명입니다. 간호대학의 남녀 성비를 따져보았을 때, 이대로라면 지금 태어나는 여자아이들의 최소 10% 이상이 간호대에 진학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간을 특정한 목적에 쓰기 위한 도구로서 대량생산하는 것 같은 기괴한 느낌마저 듭니다.

지금 간호대 학생들에게 듣는 간호대학 실습의 현주소는 끔찍합니다. 간호학과 정원이 2배로 늘어났으나 병원은 2배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실습을 할 수 있는 부속병원이 없는 학교들도 많고, 한 학년이 200명~300명씩 되어서 실습할 수 있는 적당한 병원을 구하지 못해 우리 실습생 좀 받아달라 구걸하다시피 가서 실습시간을 채우는 곳도 많습니다.

실습병원의 조건을 충족하지도 못하는 작은 병원에서 실습하거나, 실습시간 내내 수액박스 나르기, 검사실에 샘플 운반하기, 냉장고 스티커 떼기, 침대 바퀴에 먼지 떼기 등 간호학과 실습과 전혀 무관한 심부름만 하다 왔다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런 병원임에도 혹시 심기를 거스르면 실습생들을 안 받겠다고 할까봐, 실습할 병원이 한 군데 더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며 병원의 온갖 갑질에도 부당하다고 말 한마디 못하곤 합니다. 
  
학생 수에 비해 강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심폐소생술 실습시간에 각 조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학생이 나머지 학생들을 가르치게 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호사 선배로서 정말 참담하고 죄스러운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만약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됐을 때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치밀한 준비가 없다면, 의과대학의 미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겠죠. 만약 무책임하게 정원만 늘려준다면 등록금 장사에 눈먼 대학들의 배만 불려주고 부실한 실습이 많아질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다니는 학교가 어딘지에 따라서 같은 의과대학이라도 실습환경이 차이가 크게 난다고 합니다.

흉부외과 실습을 하지만 개흉수술이 실습병원에 단 한 건도 없어서 영상만 봤다는 친구가 있는 반면,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실습을 한 친구는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교수님이 환자의 뛰는 심장을 직접 만져보게 해줬다고 감격에 겨워 했습니다.
  
전공의 수련환경도 마찬가지겠지요. 의료인 양성은 콩나물 기르기가 아닙니다. 덮어두고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게 아닙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을 뽑아놔도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이끌어줄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꽃을 피우긴커녕 씨앗이 흙 속에서 썩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덕분에'라는 말보다 행동이 필요하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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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부가 의료인을 정말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면, 진짜 공공재로 취급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쉬울 때만 공공성 찾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화하고 외면하지 말고, 혹사시키고 착취하지 말고, 가천대 길병원의 고 신형록 전공의처럼 과로사로 죽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짜 공공의 자산처럼 잘 관리하고 소중히 다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련환경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출신학교를 불문하고 일단 입학을 시켜놨으면 실습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책임지고 연계해주거나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으면 합니다. 결국 그 학생들이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될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합니다. 전공의 파업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그건 복지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지부는 지금 여론대로라면 의사들만 욕을 먹을 걸 뻔히 알면서도 파업을 멈출 브레이크에서 손을 떼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이 소중하다면 먼저 파업을 멈추고 대화를 하세요.

'덕분에'라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랍니다. 의료인들이 환자, 보호자와의 라포를 포기하고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가며 파업에 나서는 건 굉장힌 결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미 결심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는 힘들어요. 일단 이 파업을 멈춰주세요. 복지부, 제발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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