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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살았던 고향집 앞에는 폐기해야할 가재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필자가 살았던 고향집 앞에는 폐기해야할 가재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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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지리에 시집온 지 70년이 됐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여! 요렇게 큰물이 날지 알았으면 먹을 것이라도 챙겼을 텐데…"

지난 11일, 필자의 고향집에서 대문을 마주보며 살던 깨복쟁이 친구 어머니의 말씀이다. 올해로 86세인 친구 어머니(위엽분)는 물이 들어온다는 방송을 듣고 입을 것만 걸치고 마을회관으로 피난을 갔다가 물이 허리까지 잠기자 지대가 높은 오곡면 종합복지센터로 자리를 옮긴 뒤 숙식을 해결하며 지낸다. 친구 어머니는 날이 밝자 휴가를 내 찾아온 아들들과 함께 집을 복구하고 있었다.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씻는 모습. 고향집 대문 바로 건너편에 사는 깨복쟁이 친구집에는 휴가를 내고 찾아온 친구 형제들의 손길이 바빴다.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씻는 모습. 고향집 대문 바로 건너편에 사는 깨복쟁이 친구집에는 휴가를 내고 찾아온 친구 형제들의 손길이 바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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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난리 소식을 듣고 외지에 나가있던 지인들이 휴가를 내고 달려와 폐기해야할 가재도구들을 쌓아놓고 있다.
 물난리 소식을 듣고 외지에 나가있던 지인들이 휴가를 내고 달려와 폐기해야할 가재도구들을 쌓아놓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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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앞에는 수해를 입은 가재도구며 생활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폐기 처분을 위해 내놓은 물품의 품목도 다양하다. 세탁기, 대형냉장고, 장판, 매트리스, 책, 장롱, 이불, 옷가지, 책상, 의자 등등.

곡성 주민들 "수자원 공사 원망해"

필자의 고향 집은 기차마을 바로 아래에 있는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로 섬진강 변에서 약 1km쯤 떨어져 있어 홍수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필자가 어린아이였던 때(약 55년 전쯤),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명산저수지가 터진다는 방송을 듣곤 높은 지대인 당산으로 피난을 간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물이 동네를 덮쳤다. 더구나 허리까지 물이 찼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어릴 적 뛰어놀던 마을 곳곳을 돌아보다가 집안에서 폐기할 물건을 내다 버리던 고향 선배를 만나 인사하며 취재차 왔다고 했더니 선배가 목소리를 높였다.

"수자원 공사가 일기예보를 듣고 물을 미리 방류했더라면 이런 물난리가 없었을 텐데. 세금으로 월급 받아먹는 사람들이 도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섬진강댐에서 하루에 200톤만 방류하던 물을 일시에 1800톤을 방류했으니… 주암댐물이 압록에서 합류하자 역류해 동네가 침수됐네."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 방류단은 지난 7일 오후 호우경보가 발령되자 초당 400톤을 방류했다. 하지만 계속 수위가 오르자 8일에는 1869톤의 물을 방류했다. 평소 200톤 물을 방류하던 섬진강 유역에 9배의 물이 쏟아지자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고향마을인 오지리에 홍수가 들이닥친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홍수 난 당일 모습을 지인이 촬영해 전송해줬다.
 고향마을인 오지리에 홍수가 들이닥친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홍수 난 당일 모습을 지인이 촬영해 전송해줬다.
ⓒ 오성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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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변에서 과수를 재배하는 농민의 관리동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섬진강변에서 과수를 재배하는 농민의 관리동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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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물이 도로를 덮쳐 쓰레기들이 자전거 도로 방책에 걸려있고 근로자들이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고 있었다. 도깨비마을 인근 도로 모습이다
 엄청난 물이 도로를 덮쳐 쓰레기들이 자전거 도로 방책에 걸려있고 근로자들이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고 있었다. 도깨비마을 인근 도로 모습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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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육두문자를 퍼부으며 수자원 공사를 성토했다. 동네에서 만난 대부분의 지인도 마찬가지였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지점인 압록은 곡성에서 10km 이상 떨어져 있다. 그러나 승용차를 타고 여수에서 고향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올라오는 섬진강 강변 도로변 방책에는 쓰레기들이 걸려있었고 여러 곳에서 도로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물이 도로를 덮쳤다는 얘기다.

고향 집 인근 도로변에는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 외지에서 달려온 친지나 자제들의 차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너도나도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가재도구를 치우느라 땀 흘리고 있었다.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촬영하다가 선배인 고병렬씨를 만났다. 선배 집을 찾아가 제품을 보관하고 있던 냉장고를 살펴보니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은 모두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선배는 <새환경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환경 관련 글을 쓰는 고병렬씨가 홍수로 물에 잠겼던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환경 관련 글을 쓰는 고병렬씨가 홍수로 물에 잠겼던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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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에서 물러나 고향땅에 자리잡은 선배의 집모습. 자신이 그린 70~80점의 작품과 유명인사들의 유작도 물에 잠겨 폐기해야할 운명에 처했다.
 공직에서 물러나 고향땅에 자리잡은 선배의 집모습. 자신이 그린 70~80점의 작품과 유명인사들의 유작도 물에 잠겨 폐기해야할 운명에 처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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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전라선 철길로 이어지는 제방을 넘지는 않았지만 철길 밑으로 난 도로를 통해 들어왔고 오지리 당산쪽 2구 제방이 낮아 마을이 침수됐네. 홍수에 대비해 철길 밑 도로에 개폐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방 높이도 1~2미터 올려야 해. 섬진강댐은 평소에는 물을 가둬 섬진강 하류에 사는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정작 홍수로 물을 가둬야 할 때 방류해 이중으로 고통을 주고 있네. 이번 기회에 항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

오지리에서도 가장 피해가 심한 당산쪽 2구로 접어들자 광주전남 적십자사 직원 4명과 자원봉사자 5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빨래를 하고 있었다. 이불과 옷가지를 세탁하는 차량에서는 7대의 대형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천변에 가득 쌓인 폐기물을 뒤로 하고 예쁜 기와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빨래와 책 그림들을 넓은 마당에 널어 말리는 집이 있었다. 관심이 있어 집으로 들어와 인사를 하니 고위 공직에 있다 퇴직해 고향마을에 내려온 선배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그는 공직에 재직할 동안 틈나는 대로 그림 공부를 한 후 퇴직해 대한민국 신상미술대전에서 특선,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 미술 공모전 입선 등의 경력을 가졌다. 그가 소장한 책 중에는 19세기에 발행했던 책과 조봉암, 하남호 등의 명망가 유작이 있었으나 모두 수장되어 폐기되어야 할 운명에 처했다.

곡성군 호우 피해... 사망 6명, 피해액 539억 원
 
 물에 젖은 이불과 옷가지를 빨래해주기 위해 광주 전남 적십자사 직원 4명과 자원봉사자 5명이 수재민들을 돕고 있는 모습
 물에 젖은 이불과 옷가지를 빨래해주기 위해 광주 전남 적십자사 직원 4명과 자원봉사자 5명이 수재민들을 돕고 있는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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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피엠씨텍 직원 10여명이 구호물품을 들고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손길이 수재민들의 힘을 북돋아준다.
 광양피엠씨텍 직원 10여명이 구호물품을 들고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손길이 수재민들의 힘을 북돋아준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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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을 돌아본 후 오곡면 사무소를 들른 뒤 곡성군 홍보담당자를 만나 호우 피해 현황을 청취했다. 호우경보가 내린 8월 7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평균 강우량은 429mm였고, 옥과면에는 555mm가 내렸다.

엄청난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는 6명이다. 오산 성덕면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5명이, 고달면에서는 급류에 휘말려 1명이 사망했다. 구체적인 피해 현황을 보면 도로 유실 12곳, 산사태 27곳, 주택침수 374채, 농경지 침수 560㏊ 등이다.

수재민을 돕기 위한 지원인력도 도착했다. 전남도청과 31사단 병력, 곡성경찰서 70명, 자원봉사자 30명이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0일까지 복구지원에 나선 연인원은 1249명이었고 11일에도 곡성군청 직원을 포함해 987명이 참여했다.

아픔을 함께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석곡농협에서 백세미 500㎏, 옥과농협에서 김밥 50인분, 함양재해구호협회에서 바닥매트, 모포, 칸막이 등 6개 품목 1663개의 구호품을 보내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직원 12명을 파견해 침수지역인 곡성읍 신리, 대평리에서 자가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에 적힌 피해액은 10일 현재까지의 잠정 추계액으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담당 팀장은 "침수된 주택복구가 가장 시급합니다. 하지만 대평리와 신리 쪽은 농경지가 침수되어 앞으로 농민들이 큰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홍수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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