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 20:07최종 업데이트 20.08.1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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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제방 유실 현장 복구 작업. ⓒ 경남도청

 
섬진강 제방이 붕괴하자 국회의원이나 4대강사업 추진 집단 중 일부가 공익은 뒷전으로 하고 상부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조직의 행동대원처럼 앞뒤가 없는 발언을 했다. 이들은 섬진강에도 4대강사업을 확장해야 했는데 반대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제방이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4대강은 4대강사업 덕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완장을 찬 인물이나 할 만한 이런 말을 꾸짖기나 하듯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직상류에 있는 제방도 붕괴하면서 제내지(하천 제방에 의하여 보호되는 지역)에 있는 농경지와 마을이 침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완장들이 무슨 변명을 할지 참 궁금하다.

제방의 붕괴 원인

제방이 붕괴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홍수로 불어난 강물의 압력을 제방이 이겨내지 못해 붕괴한다. 제외지(하천 제방으로 둘러싸인 하천 측 지역을 말한다)의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강물이 제방에 가하는 압력이 커지고, 제방 규모가 이를 버텨낼 수 없는 작은 규모이거나 물리적 결함으로 생긴 틈으로 물이 흐르게 되면, 즉 파이핑(piping)이 발생하면, 침식이 가속하면서 싱크홀이 발생하거나 틈이 커져 제방이 붕괴한다.


그 외 홍수로 물의 흐름이 거세지거나 (특히 수문이 열려 있는) 댐 또는 보의 고정 부분에 막혀 발생하는 와류(물이 소용돌이치면서 흐름)가 홍수로 거세져 제외지 쪽의 제방 사면이 침식되며 제방이 붕괴하기도 한다. 이 때 제방 사면의 하단이 높은 수압에 따른 마찰력 증가로 침식하면 제방 붕괴는 더욱 빠른 속도로, 큰 규모로 일어난다.

치수에 '약과 병' 동시 처방

이러한 침식을 방지하거나 늦추는 일반적인 방법은 제방 폭을 넓히고 제방 사면을 보강·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방의 조직과 질이 다른 조직의 구조물이 가로지르지 않게 해야 하고, 그런 구조물을 설치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는 틈새로 물이 들어가 침식으로 제방이 붕괴할 수 없게 설계해야 한다.

4대강사업은 주된 내용이 대규모 준설로 하상(하천 바닥)을 낮추고 대형 보 건설로 물의 흐름을 저해하는 것이다. 4대강사업이 하상을 낮추는 준설만 했다면 준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와도 강물이 불어 넘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다만 더 높아진 수위에 따라 증가하는 수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제방 폭을 보강해야만 제방 붕괴를 막을 수 있다.

4대강사업이 대형 보만 건설하여 흐름을 저해했다면 대형 보 건설 이전보다 홍수 수위가 더욱더 높아져 범람할 위험이 한층 더 커진다. 이 경우 제방을 높이고 폭도 보강해야만 범람도 방지하고 제방 붕괴도 막을 수 있다.

4대강사업의 내용은 이러한 약과 병을 동시에 처방한 것이다. 준설로 하상을 낮추었지만 대형 보로 수위를 높였기 때문에 준설로 하상을 낮춘 약의 효과는 없어져 버렸다. 결국 보 사이 구간의 깊어진 수심과 대형 보 때문에 발생하는 병만 키운 것이 4대강사업이다.

게다가 4대강사업은 준설로 보 구간의 하상 기울기를 낮추었기 때문에 느려진 유속과 더 깊어진 수심에 따른 수압 증가로 하상의 마찰력이 커졌다. 물속 아래쪽의 흐름은 느려지고, 위쪽은 빠르게 흐르면서 홍수의 물머리가 파도처럼 치솟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4대강사업 이전보다 범람하거나 제방이 붕괴할 위험성을 더 키운 것이다. 

 

4대강사업에 따른 홍수위 변화. 상단 2개의 그림은 4대강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단순히 인용하여 대형 보 없이 준설만 했을 경우를 사업 이전과 비교해 4대강사업의 홍수 예방효과라고 감사원이 그릇되게 진단한 결과다. 실제는 하단 그림처럼 대형 보가 준설에 따른 홍수위 저하 효과를 상쇄하는 것을 넘어 더 나쁘게 악화했다. 하단 회색은 대형 보에 의한 하상 증고 효과를, 제방을 둘러싸 덮고 있는 노란색은 제방 증고의 필요를 보여준다. ⓒ 2018년 4대강사업 감사보고서 그림 변형

 
제방 붕괴를 초래한 이유

합천창녕보 직상류 250여m에서 제방이 붕괴했다. 대략 4대강사업이 유발할 수 있는 아래의 몇 가지 현상 중 하나나 둘 이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서였을 것이다.

첫째, 4대강사업의 준설로 깊어진 수심 때문에 제방 사면에 가해지는 수압의 침식력이 커져 제방 사면이, 특히 사면 하단이 지속적으로 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홍수로 수위가 급상승해 급증한 수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면이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4대강사업 시 새롭게 조성된 제방의 구성분이 균질하지 못해 제방 곳곳에서 수위 상승으로 생기는 압력을 이겨내는 정도가 달라 균열이 생기고, 균열로 물이 흐르기 시작하여 (파이핑) 침식이 확장하면서 제방이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배수 시설과 제방의 조직이 달라 생기는 틈새로 물이 흐르는 정도(파이핑 현상)가 홍수에 따른 수위 상승으로 강해지면서 침식이 발생해 제방이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가능성을 예측하고 배수시설을 설계·축조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파이핑에 의해 싱크홀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제방이 빠르게 붕괴했을 가능성을 말한다.
 

수압에 의한 파이핑. 제외지 수중의 화살표 길이는 수심에 따른 수압 크기를 대략적으로 나타낸다. 출처: 그림7 변형, M. L. Taccari & R. Meij. 2E3S Web of Conferences 9, 19001 (2016). DOI: 0.1051/e3sconf/20160919001 ⓒ 2E3S Web of Conferences 9

 
넷째, 어처구니없게도 강우로 제방이 상부부터 침식돼 파이며 붕괴했을 낮은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다섯째, 대형보에서 불과 250여m 정도로 가까운 상류에서는 수문으로 물이 빠져나갈 때 물 흐름에 대한 고정보의 저항 때문에 직상류에서 와류가 발생한다. 홍수로 이 와류가 제방 사면을 치는 침식력이 커지면서 제방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수문을 열 경우 특히 홍수로 대량의 물이 수문으로 빠져나가려 할 때 고정보에 부딪히며 직각에 가깝게 튕겨나가는 수류가 수문을 막아 실질적인 통수단면(물 따위의 유체가 이동하는 통로의 수직 절단면 크기)은 수문의 설계 통수단면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 따라서 수문을 통과하는 수위와 유속도 단순한 설계보다 더 증가하고 보 직상하류 와류도 더 강해진다. 이에 따른 침식력 증가로 보 직상하류에 끼치는 수해 유발 효과가 상당하다.

이외에도 잦은 대형 보 수문 조작에 따른 잦은 수위 변동도 제방 사면의 붕괴나 싱크홀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목적 댐 건설로 생긴 상류의 호수는 자연스러운 연중 수위 변동에 따라 작은 산사태가 발생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된다. 그러나 제방의 경우는 사면을 잘 보강하고 유지해야만 제방 사면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제방 붕괴 원인 조사 등 대안 시급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제방이 유실되었다. ⓒ 곽상수

 
이번 제방 붕괴의 경우는 근래에 보기 드문 긴 장마와 큰 홍수량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취약한 제방이 붕괴한 것이므로 왜 제방이 취약해져 붕괴했는지 초기에 진단해야만 한다.

사실 실시간으로 제방이 붕괴하는 모습이 담긴 자료는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붕괴 직후 빨리 붕괴된 단면과 유실·침식·퇴적 되는 모습의 변화를 조사·기록하고 붕괴의 원인을 분석·추론해야 했을 텐데 그러한 조처가 제대로 취해졌는지 모르겠다. 그저 정쟁에만 빠져 그러한 조사에 게을리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올해의 강수 양상과 강수량이 앞으로도 빈번히 발생할 일인지 아닌지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모든 수해를 완벽하게 방지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피치 못 하게 제내지 이용에 대해 사회적인 결정을 해야 하며, 필요하면 상습 수해가 발생할 지역의 주민을 국고를 들여 안전 지역으로 이주하게 해야 한다.

'책임 회피' 물관리위원회, 해체되거나 개혁돼야

4대강은 4대강사업의 준설에 따른 수심 증가와 대형 보의 흐름 저해로 인해 제방 붕괴든 범람이든 홍수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진 상태에 놓여 있다. 만일 올해와 같은 강수 양상이 매년 혹은 빈번히 되풀이된다면 4대강은 물론 모든 강과 지천이 수해로 얼룩질 것이다.

그런데도 4대강의 건강한 생태문화를 위해 4대강의 대형 보를 포함해 4대강사업의 내용을 되돌릴 것인지, 그대로 둔다면 강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떠한 이·치수 대책을 마련할지 결정할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 관리 일원화를 구실로 만들어진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이러한 결정을 할 중대한 임무가 있는데도, 그런 위원회가 있는지, 작동하고는 있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단순히 4대강사업 찬반 정쟁의 눈치만 보고, 자리만 지키며,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결정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해체하거나 개혁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정쟁의 승자나 패자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국민은 치수를 위한 관리를 잘해 수해 걱정이 없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정부와 국회를 원한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더는 미적거리며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하루빨리 대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정민걸 기자는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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