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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간 우리 사회는 줄기차게 남성독립운동가 위주로 선양해왔다. 그런 차별적 흐름을 깨기 위해서라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다."

최근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를 펴낸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의 일침이다.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는 최근 10년 동안 이윤옥 소장이 취재한 여성독립운동가 46인의 삶을 재조명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전작 <서간도에 들꽃 피다>의 확장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 책표지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 책표지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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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각 권당 20명씩 총 10권으로,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200명의 생애를 조명한 책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 수록된 200인 중에서도 추리고 추린 46인의 생애를 36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14살 댕기머리로 독립만세 시위에 앞장선 목포의 김나열 지사, 3.1 만세시위날 왼팔이 잘리는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을 외쳤던 윤형숙 지사, 김좌진 장군과 함께 뛴 만주의 여걸 오항선 지사, 해녀의 신분으로 일제에 항거한 김옥련 지사 등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 다수 등장한다.

3년 만에 이뤄진 후속 인터뷰

기자는 3년 전 여름, 이윤옥 소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 7권 출간 기념 인터뷰가 계기였다(관련 기사: "아는 여성독립운동가는 유관순뿐... 동풍신은 자료 한 줄 없어").

이번 신간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그를 만났다. 지난 7월 말, 서울 용산의 모 중식당에서 3년 만에 후속 인터뷰가 이뤄졌다.
 
 기자에게 자신의 취재담을 들려주는 이윤옥 소장
 기자에게 자신의 취재담을 들려주는 이윤옥 소장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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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윤옥 소장과의 일문일답.

- <서간도에 들꽃 피다> 출간 당시 자비출판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간이 나와 반갑기도 하고 너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말해달라.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취재하면서 그분들의 삶에 늘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계속 미뤄왔다. 그러다 이번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실시하는 '2020 우수출판콘텐츠' 공모에 선정, 제작 비용을 일부 지원받은 덕분에 출간을 결심할 수 있었다."

- 출판도 출판이지만 책에 수록된 독립운동가들을 추적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미국 등 그야말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했다.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어느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취재 비용을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번에 다룬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하와이, 미 본토, 러시아, 일본, 중국 등지를 찾아갔는데 많이 힘들었다. 따로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기에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돈이 조금 모이면 출발하는 식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 기존 <서간도에 들꽃 피다> 시리즈에서 소개했던 여성독립운동가의 숫자는 200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46명만 소개가 됐다. 특별히 이분들을 고른 이유가 있나?
"원래 계획은 56인이었다. 그러나 책의 분량이 감당이 되지 않아 편집 과정에서 46명으로 줄였다. 이번에 추린 46명은 여성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분들이다.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 46인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나?
"1919년 3.1혁명 당시 천안 아우내에서 일제 경찰의 칼에 찔려 순국한 최정철(1853~1919) 지사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흔히 아우내장터 만세시위 하면 유관순 열사를 꼽지만, 아우내장터 만세시위를 주도한 이가 바로 최정철 지사와 그의 아들인 김구응(1887~1919) 지사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김병조 선생이 쓴 <한국독립운동사략(韓國獨立運動史略)>이라는 책에 보면 두 모자(母子)가 시위 주동자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유관순 열사에 비해 덜 조명됐다. 천안에 있는 이들 모자의 무덤에는 안내용 팻말조차 없는 현실이다(유관순 열사는 작년 3.1절 100주년을 맞아 1등급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서훈 등급이 격상됐다. 그러나 최정철·김구응 모자는 4등급 애국장에 불과하다. - 기자말).
 
 3.1혁명 당시 천안 아우내 만세시위를 주도한 최정철 지사의 묘(위)과 김구응 지사의 묘(아래)
 3.1혁명 당시 천안 아우내 만세시위를 주도한 최정철 지사의 묘(위)과 김구응 지사의 묘(아래)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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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3.1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도 독립운동가 선양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덕분에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많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물론 동의한다. 그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희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독립운동가 1만5454명이 서훈을 받을 동안 여성독립운동가는 고작 477명(2020년 3월 1일 기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얼마나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었나 알 수 있는 자료다. 이러한 원인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단순한 조력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한 남자들 뿐만 아니라 그를 뒷바라지한 아내들도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들이 독립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보조한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2018년 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 이은숙 지사가 서훈(건국훈장 애족장)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석주 이상룡 선생의 부인 김우락 지사도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았다. (건국훈장 애족장) 이분들의 서훈이 있기 전까지는 주로 여자광복군이라든지, 만세운동 등으로 형무소 수형 기록이 있는 분들 위주로 포상이 이뤄졌다."

-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서대문형무소수형자카드)를 살펴보면 강귀남, 강간난, 김귀현 등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수형기록이 있음에도 여전히 서훈되지 못한 상태다. 미서훈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포상이 시급하다. 아울러 포상뿐 아니라 선양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독립운동사 연구하는 개개인에 대한 지원 필요

이 소장은 여건이 되는 한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도 시리즈로 낼 계획이다. 분량 문제로 담아내지 못했던 다른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후속편으로 다룰 생각이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위인이 있다고 해도 알리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포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책이 나와도 잘 팔리지 않는 현실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개개인이 책을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작년에 3.1혁명 100주년이라고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행사까지 치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회성 행사에 불과했다고 본다. 본인처럼 발품 팔아 취재하고 책을 발간하는 개개인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개인적으로 독립운동 관련 책을 쓰는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 이윤옥 저, 얼레빗, 2020.7.24.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

이윤옥 (지은이), 얼레빗(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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