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렵게 관중 입장이 재개된 프로 스포츠가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아직 시험적으로 소수의 관중들에게만 경기장을 개방했음에도 팬들의 시민의식과 구단의 방역관리 등에서 연이어 허점이 노출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5월 늦게 시즌을 개막한 이후에도 줄곧 무(無)관중 경기로 리그를 진행해왔다. 최근 코로나 확산이 다소나마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로 제한적으로나마 관중 입장 재개를 허용했다.

프로야구는 지난 26일부터 관중석의 10% 규모로 관중 입장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무관중 경기로 수익 측면의 피해가 극심했던 프로야구단이나 관련 상권들, 직관을 기다리던 야구팬들에게 모두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관중 입장이 재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곳곳에서 빈틈이 생기고 있다. 첫날부터 좌석간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연인이나 친구, 가족으로 추정되는 팬들이 가까이 붙어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파울 공이 날아오면 일부 팬들은 공을 잡기 위하여 한쪽 구역으로 몰리기도 했다. 단체 응원을 금지 한다는 매뉴얼과 달리 일부 팬들은 깃발을 흔들며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하물며 일부 관중들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고 응원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KBO는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구호나 응원가, 접촉을 유도하는 응원 등은 제한하며, 거리두기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관람객에겐 경고 및 퇴장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운영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현장에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었지만 막상 강력하게 제재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경기장마다 응원단장들이 음성으로 자제를 호소했지만,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관중입장 재개 첫 경기부터 기본적인 방역관리가 아예 무너진 장면까지 등장했다. 지난 28일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에서는 시작부터 1m 이상의 관중석 거리 두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관중을 사방으로 2칸 이상씩 띄워 앉게 한 다른 구장과 달리, 사직구장에서는 관중들이 전후좌우 좌석 한 칸씩만 비워 앉았고 일부 관중들은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나란히 옆자리에 붙어 앉아 관람하기도 했다.

이날 유료 관중 개방을 앞두고 롯데 구단이 관중들 선호도가 높은 응원석인 1루 내야석과 중앙석 예매만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자연히 관중들이 특정 구역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사직구장은 가뜩이나 1루간 좌석의 거리가 다른 구장에 비하면 좁은 편인데, 좌석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도 않았다.

경기진행요원이 100명이나 투입되었다는데도 관중 입장 후 제대로 통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설상가상 관중들의 시민의식 결여도 심각했다. 관중들이 평상시와 다를 것 없이 붙어서 앉은 채 단체 응원까지 펼치는 장면이 TV 중계방송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롯데 구단 측은 관중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선호도가 높은 좌석 위주로 예매를 받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경기부터는 외야를 제외한 전체 좌석으로 예매를 확대하고 좌석 관격을 3칸까지 늘리는 대책으로 수습에 나섰지만,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애초에 관중들이 입장한 이후 상황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한 번만 돌렸더라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 심지어 예매 과정에서 사직구장 직관 경험이 있는 롯데 팬들이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하여 사전에 우려를 표시했지만, 구단은 결국 문제가 터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관중을 받아들일 준비 자체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롯데 구단은 정부와 부산시, KBO리그로부터 돌아가면서 엄중 경고를 받는 망신을 당했다. 정부 방역당국은 30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하여 사직구장의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앞으로 프로 스포츠의 관중 입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었는데 초기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관중 확대는 물론 수용 규모의 10% 관중 입장 허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대표적으로 야단을 맞은 꼴이 됐지만, KBO리그 모든 구단들이 공통적으로 귀담아 들어야할 경고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최대 관중수용 규모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허점이 속출하는데, 30~50% 이상으로 관중 수용 규모가 커지면 과연 통제가 가능하겠는가이다. 더구나 8월부터는 야구에 이어 축구 K리그도 관중 입장 재개를 앞두고 있다. K리그도 야구의 사례를 참고하여 조심스럽게 관중 입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자칫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에 벌어진 이태원 유흥시설이나 기업체에서 벌어진 집단감염 사태가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홍천의 야외 캠핑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야외도 코로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려준다. 실내보다는 감염 위험이 낮다고 하지만 야구장처럼 한정된 공간 안에서는 사람간의 접촉이 늘어나고 응원시에 비말이 튈 수도 있는 위험이 큰만큼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포츠 팬들 개개인의 높은 시민의식과 프로구단의 책임감 있는 시스템 관리가 균형을 맞춰야한다. 경기장 내 마스크 착용, 음식물 섭취 금지,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관련 법률에 따라 현장에서부터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고 기껏 즐기러간 스포츠 경기장에서 사람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다수의 안전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칫 프로야구장에서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다시 무관중 경기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추가 감염의 공포로 인하여 각종 단체-사회활동이 위축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다시 지불해야하는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나만 즐기면 된다' 혹은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같은 작은 이기심이 빌미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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