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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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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법정 의무교육을 들으러 왔다. 강사가 마스크를 쓰고 강의한다고 한다. 나는 청각장애인이다. 마스크를 쓰고 강의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가 없다.

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주최측은 계속 '지침'만을 강요하면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

"교재에 내용 다 있어요. 맨 앞에 앉아서 들으세요."
"입 모양을 봐야 한다고요. 지금 당신이 말하는 것도 무슨 말인지 못 들었어요. 마스크를 내리고 말씀해 주세요."


그제서야 주최측 담당자는 마스크를 내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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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마스크를 준비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파력이 강력한 전염병 때문이란 걸 안다. 주최측도 난감하겠지만 나는 그것의 몇 배가 더 힘들다. 왜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보다 지침을 이행하는 데 더 방점을 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럴 때는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말할 수밖에 없다. 투명마스크를 준비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나는 오늘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뻔했다.

투명 마스크가 도착하기를 기다린 지 30분 후, 강의가 시작됐다.

오늘같은 상황을 여러번 겪었다. 심지어 지금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있다. 주최측은 수강생 중에 장애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왜 조사하지 않았을까. 장애인은 없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이 가장 큰 문제다. 안이하게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아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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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인터뷰집,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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