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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마스크를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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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야권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자신을 향한 공세에 정면 대응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갑)은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표현을 언급하며 "심각한 사안"이라고 이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저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그는 "이미 언론을 통해서 유감표명을 했고 대통령께서도 간접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걸로 안다"라며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도 옳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고, 존경하는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후 이렇다 하는 말씀이 없기 때문에 저는 유감스럽지만 이해를 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에서 "(국정원은)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인데 (국정원장 후보자가)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다?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앞서 박 후보자는 학력위조 의혹과 관련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등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통합당은 '권력형 학력 위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광주교대를 졸업한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학교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광주교대가 아닌 조선대학교를 나온 것으로 학력을 위조했고, 이후 2000년 무렵 위조 사실이 들통날까봐 이를 다시 광주교대로 바꿨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권력형 위조? 내 인격과 모교 생각해달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학력위조" 의혹 제기하는 하태경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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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질의를 시작하기 전 인사청문위원회가 요구한 자료제출 여부에서부터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하태경 의원은 "박지원 후보자 본인이 2000년 당시(문화관광부장관) 권력 2인자일 때, 단국대학교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라며 "확인할 자료로 학적부, 성적표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명분으로 삼았는데, 성적은 우리가 안 봐도 된다. 성적을 위에 좀 가리면 충분히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나는 조선대를 다니지 않았다. 광주교대를 2년 졸업하고 단국대에 편입했다"라며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내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성적 제출 역시 "대학에서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하등의 하자가 없기 때문에 나는 (성적 제출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력형 위조'라는 것은 내 인격도 있고, 내 모교를 생각한다면 그런 말씀은 좀 자제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라며 자료 제출 거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본 질의에 들어가서도 학력 위조 관련 의혹을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하 의원은 "후보자는 이미 2000년 권력 실세였을 때, 후보자의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서 다시 한번 학력을 위조했다"라며 "2000년 단국대에 학력 정정신청을 한 건 사실이지 않느냐. 짧게 답변하시라"라고 질문을 던졌다.

박 후보자는 "내가 청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것은..."이라며 "위조, 겁박, 이런 말을 하면서 나한테는 짧게 답변하라고 하느냐"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후보자의 전략을 잘 아니까 짧게 하라"라고 요구했고, 박 후보자는 "나도 의원의 전략을 잘 안다"라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 의원이 "본질을 흐리지 마라"라며 "회피 전략"이라고 꼬집자, 박 후보자는 "질문을 질문답게 해야 답변하지"라며 "나는 학력을 위조한 적도, 겁박한 적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질문하면 답변하겠다"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끊고 각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며 고성이 뒤섞였다. 결국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중재에 나서야 했다.

"문태고도 문래고로 오기... 이것도 학력위조인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반박하고 있다.
▲ 국회 인사청문회 나선 박지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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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은 학력 위조 의혹을 증명할 증거로 박지원 후보자의 단국대 성적증명서 등을 꺼내들었다. 1965년 당시 시행령에 따라 교양 및 전공 학점 졸업 요건이 지정돼 있는데, 박 후보자의 성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하 의원은 해당 자료가 박 후보자 측이 청문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한 자료라고 설명하자 박 후보자는 자신이 제출한 게 아니라고 나섰다.

하 의원은 "성적 증명서 제출을 부정하는 건가"라며 "옛날에 박지원 후보자는 굉장히 (명석했는데) 판단력이 떨어진 것 같다"라고까지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존경하는 우리 하태경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 21세기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는 분명히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내서 단국대에 편입했다. 그리고 성실하게 수강했다"라며 "단국대에서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을 하라고 했으니까 했지, 학점 안 되니까 졸업하지 마라했으면 안 했다"라는 해명이었다.

이어 이철규 통합당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의 관련 질의에도 박지원 후보자는 "나는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단국대에 정당하게 편입했고, 정당한 학점을 득해서 학교에서 저에게 학위와 졸업장 줬기 때문에 졸업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나는 1960년 목포문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의원이 본 그 학적부에는 1963년 문래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돼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 고등학교도 허위 학력인가"라며 "수기에서 컴퓨터로 넘어오면서 학교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지만, 그러한 사실만을 제가 확인해드린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이 전산상 잘못 기재된 것처럼, 대학교 역시 자신이 허위 학력을 제출한 게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그러자 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문태'를 '문래'로 오기하는 건 있을 법한 일이지만, 광주교대를 조선대로 오기하는 건 너무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졸업연도를 보시라"라며 1960년이 1963년으로 잘못 적힌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오기가 있을 수 있는데 왜 그것을 지적하지 않느냐"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태그:#박지원,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하태경,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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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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