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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는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며 각종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말하는 '대학 개혁'의 실체는 지방 대학 구조조정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어진 대학기본역량진단 정책도 결국엔 지방 대학 구조조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설정된 각종 지표를 바탕으로 모든 대학을 평가해, 평과 결과에 따라 정부의 재정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 대학기본역량진단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수도권 중심의 고등교육 정책과 재정 지원 편중 결과 이미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로 기울어져 지방대학의 일방적 소멸은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대학 구성원들은 지금과 같은 대학 구조조정은 지방대학 몰락을 막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재정 지원을 핑계로 평가 방식을 통한 대학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대 정부가 대학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이유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대학이 학생 충원을 제대로 못 하는 건 우리나라 대학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이유이다.

과연 그럴까? 학령인구 감소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예측된 사실이다. 그러나 1996년 김영삼 정부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대학설립 요건을 크게 완화 시켰고 이를 계기로 대학은 꾸준히 늘어났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전에는 '대학설립 예고제'에 따라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도서, 기숙사, 실험실습설비 및 교재 교구 확보 기준이 명시되었고, 대학 설립 계획단계에서 최종 설립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대학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후에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정부는 대학 설립을 인가했다. 서류상으로 조건만 맞으면 대충 대학 설립 승인을 내준 것이다.

2000년 들어 최근까지 여러 대학이 재정 부실, 족벌 경영, 부정부패 등으로 문을 닫거나 학내 분규가 일어났는데, 이들 대학 대부분이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설립된 학교들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정부는 대학 설립 과정에서부터 설립 이후 대학이 제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감시 감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학생 감소를 예상해 대학 수를 관리했어야 할 역대 정부는 꼼꼼한 점검 없이 서류상으로만 판단해 대학 설립 인가를 내주었고, 이들 대학은 대학 설립 이후에도 부실, 부패의 징후를 보였지만 정부는 솜방망이 징계로 이들의 간덩이를 키워 부실(부패) 대학 난립의 책임이 교육 당국(역대 정부)에도 있는 것이다.
  
대학 수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책임도 만만치 않기에 학령인구 감소를 뻔히 알면서 대학 수를 늘려왔고, 부실대학 양산에도 책임이 있는 역대 정권이 자기반성 없이 지금과 같은 지방대 축소 방식의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몰염치한 짓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은 "정말로 우리나라 대학 숫자가 많냐?"는 것이다.

교육 당국, 대학 경영진,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관련 당사자 모두 거리낌 없이 하는 말이 있다.

"대학이 너무 많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은 '대학이 많다'가 아니라 '대학 규모가 너무 커서 문제다' 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감안해도 '대학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을 충원하지 못해 지방대학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허구이다.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생들이(학부 정원이) 지나치게 많다. 해외 잘 나간다고 말하는 대학은 학부 정원이 기껏해야 1만 명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은 웬만하면 2만 명을 훌쩍 넘긴다. 이들 대학은 많은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학생 증원에 열을 올려온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대부분은 등록금 수입이 전부이다. 대학 경영진들은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한 자체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학생을 늘려 늘어나는 등록금 확보에만 매달려 왔고, 이를 위해 대학들이 정권과 결탁해 학부 정원을 늘려 온 것이다.
대학의 교수, 직원들도 학부 정원 확대로 생기는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 '자기네 대학이 살아야 한다'는 이기주의로 침묵하고 동조한 공범자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대처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지방 대학 구조조정 방식은 해결책이 아니다. 지방에 학생이 없는 것은 대학 숫자가 많아서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진단으로 '대학 개혁'이라는 제대로 된 처방을 할 수 없다.

2009년 국정감사 당시 안민석 의원실이 밝힌 정책자료 중 아래 <표> 미국, 일본, 한국의 고등교육 기관 숫자 통계를 보면 지방 대학에 학생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 일본, 한국 고등교육기관 수 비교 주) 한국 : 사이버대학, 대학원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제외
▲ 미국, 일본, 한국 고등교육기관 수 비교 주) 한국 : 사이버대학, 대학원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제외
ⓒ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통계서비스시스템,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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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나라의 인구 대비 대학 수를 비교해 보면 미국은 6만8835 명당 대학이 1개, 일본은 10만3949 명당 1개이고, 우리나라는 13만671명 당 1개 대학이 존재해 인구 대비 대학 수는 우리나라가 가장 적다.
  
미국, 일본,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대학 수 비교  주) 한국 : 사이버대학, 대학원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제외
▲ 미국, 일본,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대학 수 비교  주) 한국 : 사이버대학, 대학원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제외
ⓒ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통계서비스시스템,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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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만 명 당 대학 수를 비교해도 우리나라 대학교가 가장 적었고, 오히려 인구 1만 명당 대학생 숫자는 많다고 통계는 말한다.
  
미국, 일본, 한국의 인구 수/학생 수 비례 대학 수 비교 주)한국 : 사이버대학, 대학원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제외
▲ 미국, 일본, 한국의 인구 수/학생 수 비례 대학 수 비교 주)한국 : 사이버대학, 대학원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제외
ⓒ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통계서비스시스템,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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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자료들이 보여주는 결론은 우리나라는 대학 숫자가 결코 많지 않고, 오히려 학령인가 감소 시기이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학생 수는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지방에는 학생들이 없다고 아우성일까? 바로 수도권 대학과 지방의 주요 사립대 학부 정원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적 학생 수 3만 명 이상 대학은 15개나 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 1곳당 평균 정원은 8554명으로 일본(2467명), 미국(3447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많다.

세계적으로 이름 좀 알려졌다는 미국 하버드대·예일대의 학부생 수는 5천∼6천 명 수준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일본 도쿄대, 중국의 베이징대 등이 학부생 수가 1만∼1만5천 명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만 학부생 수가 1만5천 명 이상인 대학이 14개, 전국에는 28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 2만 명 이상인 대학도 수도권이 8개, 전국에 16개나 된다.

결론은 우리나라에 대학이 많고, 학생이 적은 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주요 사립대들이 학생들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즉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학부 정원이 지나치게 많아서 지방에 학생이 없는 것이다.
  
 2014년 기준 각 대학 재적학생 수(재학생+휴학생)
 2014년 기준 각 대학 재적학생 수(재학생+휴학생)
ⓒ 대학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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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기준 학부 재학생수, 본?분교 합산 기준. 국내 및 외국 주요 대학 학부학생 수 비교
 2015년 기준 학부 재학생수, 본·분교 합산 기준. 국내 및 외국 주요 대학 학부학생 수 비교
ⓒ 대학알리미, 각 대학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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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주요 대학과 국내 주요 대학 학생 수 비교
 해외 주요 대학과 국내 주요 대학 학생 수 비교
ⓒ 각 대학 홈페이지, 교과부, 국정감사 제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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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1990년 대비 2008년 대학 수 및 대학 입학정원 수 변동 추이
 지역별 1990년 대비 2008년 대학 수 및 대학 입학정원 수 변동 추이
ⓒ 교육부, 교육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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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 시기, 대학 개혁을 위해서 대학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조금은 거칠지만, 국공립대를 제외한 모든 사립대학의 학부 정원을 일률적으로 10% 이상 줄여야 한다. 특히 수도권 사립대와 지역의 주요 사립대는 단계적으로 정원을 40% 이상 줄여야 한다. 물론 대학들이 정원을 감축할 경우 몇 년간 재정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을 수도권, 주요 사립대가 싹쓸이해 가기 때문에 지방이, 지방대학이 공동화되고 있는데 "수도권 사립대 정원 대폭 감축"을 말하지 않고 내놓는 각종 대안은 꼼수에 불과하다.

"대학 개혁을 해야 한다,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립대 교수, 직원, 학생 등도 '사립대 정원 대폭 감축'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대학 관계자,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지방대학 살리기 방안은 그럴듯한 포장일 뿐이지 수도권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방식이 아니다.

구조적 문제,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 대학을 살리는 대학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헛웃음만 준다. 

지방대학 살리기 핵심은 수도권 사립대 정원 대폭 감축이 첫걸음이다. 

[기획 /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① 기형적인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 http://omn.kr/1nzkj
② 고등교육 공교육비 84% 민간 재원, 정부 재원은 16%에 불과http://omn.kr/1o2ia 
③ 국립대 운영, 국가 아닌 '학부모 주머니'에서 시작된다 http://omn.kr/1o7pn
④ 왜 대학에 추가로 지원하냐고요? 이 법이 말합니다 http://omn.kr/1oa36 
⑤ 국립대 역할과 사회적 책임,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http://omn.kr/1ocp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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