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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기로에 서 있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풍부한 문화자산으로부터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찾아내야 합니다.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부터 줄곧 문화정책이 국민 행복은 물론 국가의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신한류로 전 세계 한류 열기를 이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해 온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신한류 정책 브리핑 중 발언이다.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11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논의하고 발표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담긴 Explore Korea 영상 중 <킹덤> 캡처 화면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담긴 Explore Korea 영상 중 <킹덤> 캡처 화면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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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신한류 정책에서 주목되는 내용은 케이팝 등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예술, 전통문화, 스포츠 등 세계적 관심을 끌 잠재력 있는 한국문화 전반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식, 문화재, 전통문화, 공연예술, 문화유산관광 등 '전통한류'가 신한류의 주요한 과제로 포함됐다. 문체부는 한류의 원형이고 문화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국제적 감각으로 재창조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경제성이 없는 추상적 개념의 문화에 대한 시각에서 바야흐로 신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문화의 비중이 높아진 시대가 됐다. 2019년 콘텐츠 산업의 매출액은 125조 원을 달성하여 세계 7위 규모의 문화부국이 되었다.

한류는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연관 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가 여전히 대중문화에 편중된 점,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반한 정서 등은 한류의 지속적 확산을 저해하는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또한 여러 정부 부처에 한류 관련 정책ㆍ정보가 분산되어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졌고, 한류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박양우 장관은 "한류는 세계 문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고, 우리가 문화 부문에서도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고 평가하며, "그러나 지금 한류는 기로에 서 있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양우 장관은 "한류는 연관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콘텐츠 100달러 수출이 소비재 248달러 수출을 유발한다"며 "작년도 콘텐츠 수출액을 고려할 때 한류가 야기하는 수출 견인 효과는 소비재만 해도 258억 달러(약 30조 원)이고 이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506억 달러(약 59조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기존 한류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 2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주재하고 한류와 관련성이 높은 13개 부처와 12개 공공기관이 참여한 한류협력위원회를 출범했다.

6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 소속으로 한류지원협력과를 신설했다. 정부 내에 한류 지원정책의 총괄조직으로 임시기구나 TF팀이 아닌 부서 단위의 한류 담당 정규 직제로는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각 부처와 기관이 분산되어 집행하던 한류 관련 지원 정책과 정보들을 한곳에 모으고 나아갈 방향을 합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7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한류 진흥정책 브리핑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7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한류 진흥정책 브리핑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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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협력위원회는 문체부를 중심으로 기재부(서비스경제과), 교육부(재외동포교육담당관), 외교부(문화교류협력과), 과기정통부(디지털방송정책과), 산업부(무역진흥과), 농식품부(수출진흥과), 복지부(보건산업진흥과), 해수부(수출가공진흥과), 중기부(글로벌성장정책과), 방통위(방송기반총괄과), 문화재청(무형문화재과), 식약처(화장품정책과)까지 13개 부처다.

12개 공공기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세종학당재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식진흥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한국문화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 구성됐다.

박양우 장관은 "한류협력위원회를 통해 범정부적 한류 업무를 협업하고, 반기별로 정책을 점검하여 정책의제를 추가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정재 문체부 한류지원협력과 사무관은 "향후 현안과 안건에 따라 문체부 차관 주재 실무위원회를 유동적으로 수시 개최하여 다양한 기관, 민간단체와 협업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한류는 총 3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한류의 태동기는 1990년대 말 아시아권 국가들의 한국드라마 열풍 이후, 전 세계에 케이팝 등 대중문화 콘텐츠들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이 시기가 한류 1.0이다.

확산기인 한류 2.0은 2010년대 초반까지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 전 세계와의 실시간 직접 소통을 통해 해외 한류 콘텐츠 소비층과의 접촉이 확대됐다.

이후 한류의 세계화로 세계적 스타상품이 등장하게 된 한류 3.0은 최근까지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등으로 한류 확산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에 발표된 신한류(K-Culture)가 4기, 한류 4.0인 셈이다.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한류라는 말도 삼갔다"며 "정부가 한류를 앞세우면 민간의 자율성이 축소될 수도 있고 상대국에서 반감이 있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지금은 전 세계가 한류를 아는 만큼 민간의 자율성을 살리면서 정부가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지난 20여 년간 지속하여 온 한류에서, '신한류'란 기존 한류와 달리 한국 문화 전반에서 한류콘텐츠를 발굴하고,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상호 문화교류를 지향함으로써 지속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한류라며 2020년 이후에 지향하는 한류를 공식적으로 '신(新)한류(K-Culture)'라 지칭하고 정의했다.

이날 발표된 신한류 진흥 정책은 3대 지원전략 9개 정책과제로 △(전략 1 : 확산) 한류 콘텐츠 다양화로 파급력 제고 △(전략 2 : 융합) 한류로 연관산업 동반성장 견인 △(전략 3 : 기반) 지속가능한 한류 확산의 토대 형성을 제시했다.

박양우 장관은 "한류로 인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해외 한식당은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도 함께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그래서 문체부와 농식품부가 협업하여 식당 장식을 위한 한국적 디자인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한류 팬들은 한국문화 원형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래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가 참여하는 무형유산 한류공연을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에서 8월부터 개최한다"며 "코로나 이후에는 한국문화 해외공연을 통해 무형유산이 또 다른 한류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5G 실감형 광화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광화문 일대에 실감형 콘텐츠 체험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더불어 창덕궁, 덕수궁 등의 궁궐 문화유산을 5G 기반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실감콘텐츠도 개발하여 서비스할 계획이다.

전통문화의 해외 진출 활성화 지원을 위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1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하여 '매력적인 한국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생산한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전통예술 기반 한류 공연콘텐츠를 개발하여 '예술한류' 확산을 지속해서 추진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 홍보한다. 백제 고도의 길, 천년 정신의 길 등 7개의 '코리안 헤리티지 루트' 문화유산 방문코스를 제공하고, 한류스타의 '문화유산 방문코스 체험기' 영상을 제작한다.

한편, 외래 관광객의 주요 방문지인 동대문시장에 전통공연예술 창작거점이 조성된다. 현재 8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전통공연예술 창작거점 조성 사업을 이끈 정성숙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예술인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공간은 '전통공연창작마루'라는 이름으로 창작공간, 상품화, 홍보마케팅의 역할을 통해 전통공연예술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특구인 동대문 지역의 특성상 한류콘텐츠 발전소로도 기능할 것이며, 인근 호텔 공연장과 협업으로 '전통한류 관광 상설공연'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한류까지 포함하여 장르를 확대한 이번 신한류 진흥정책의 추진 과제에서 전통공연예술과 관광의 시너지효과 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망된다.

박양우 장관은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적 잠재력과 창의력이 세계무대에서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함께 지원하고 협업해 나가겠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의 새로운 물결로 신한류라는 새로운 역사를 다시 한번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K-방역으로 전 세계에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신한류의 닻이 올랐다. 소프트파워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새로운 문화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가 발행하는 [전통플랫폼 헤리스타]에 함께 실립니다.
*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 예술경영학박사(Ph.D.)


태그:#신한류 진흥정책, #한류, #문화경제,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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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와 문화산업을 화두로 글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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