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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산적한 수많은 사회문제 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부동산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최근 진성준 의원이 한 토론 프로그램 종료 직후에 했던 실언에 대해, 해석상에 다양한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분노한 일과 청와대 고위 관료들의 다주택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출한 지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우선 부동산 가격 자체가 문제가 된다. 집을 구매하여 안정적인 주거를 하고 싶은 수요자들은 도저히 구매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가버린 부동산 가격을 비판한다. 반면 사실상 이윤이 보장되어 있던 투자로서의 주택을 구매한 이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마뜩찮아한다.

부동산 가격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세금 역시 문제가 된다. 내 집 한 채 가지고 살아가는 중장년층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이 상승하는 지점을 비판한다. 주로 1층에는 영세 상가 2,3곳이 있고 2층에 집주인 거주하는 건물주들은 평생 모은 돈으로 노후준비를 위해 구매한 주택과 임대소득인데 이에 대해 가혹한 세금이 부과됨을 비판한다. 

한 마디로 부동산 문제는 어떤 정책 방향성을 가지고 있든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손을 대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면 한국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과도한 서울 집중 현상, 가장 안정적이고 이윤이 높은 투자처로서의 부동산 시장 변모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가장 본질적인 원인을 지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 존재한다.
 
데이비드 하비,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2012, 창비
 데이비드 하비,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2012, 창비
ⓒ 도서출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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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 하자면,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자본을 증식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된다는 점을 전제한다. 이로 인해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자본을 더 확대시키기 위해 누군가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 지점 중 하나가 도시공간의 인위적 재구성, 즉 부동산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 역시 저자의 주장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자본이라는 현대 사회의 의심할 수 없는 룰 자체가 부동산 문제의 핵심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분석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저작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하비는 맑시즘의 흐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유명한 학자이다. 그러나 그의 자본주의 분석을 면밀하게 다룬 저서는 많이 읽혀지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론이 궁금하다면 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정기적으로 위기를 겪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경제대공황, 비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 그것이다. 맑시즘의 주요 연구 개념인 이윤율 저하 경향들이 실제로 문제화 된 것이 위의 사건들이다.

그러나 자본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실재하지 않는 일종의 투기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지구화된 금융시장이 만드는 공간적 변화이다. 자본가들은 전세계화 된 금융을 통해 제3 세계 개발에 투자, 정확하게는 투기를 하여 자신들의 자본을 증식시킨다. 자본가들의 국가와 이들에게 사실상 종속된 제3 세계 국가들이 사업 자체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번째 자연'이라고 지칭한다. 인간은 그동안 지구라는 환경이 만든 자연 속에서 왔는데, 현재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와 같은 두번째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책 내용 중 갈무리 한 부동산에 대한 하비의 견해
 책 내용 중 갈무리 한 부동산에 대한 하비의 견해
ⓒ 도서출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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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데이비드 하비의 문제 의식을 한국에 적용해보아도 하비의 주장은 사실에 가깝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확실한 투기처였다. 부동산은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이윤율이 높은 투자처였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 등지에 부동산을 마련했고 국가와 자본은 강남 일대를 인위적으로 개발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실제로 경실련이 201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50년간 쌃값은 45배 오른 데 반해, 땅값은 4000배 가까이 상승했다. 논의의 범위를 좁혀 1988년 이후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6배 오른 데 반해 강남3구의 아파트값은 임금 상승치에 43배나 상승했다.

한국의 자본은 자신들의 자본을 극대화 하기 위해 부동산이라는 창구를 활용했던 것이며, 실제로 주거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은 그 유탄에 맞아 과도한 주거비를 지출하게 되거나 하루 두 시간에 가까운 출퇴근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 그 자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부동산이 작용해왔고 그 문제가 현재의 부동산 문제인 것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저자는 인정한다. 더 나아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와 같은 체제 경쟁자들 역시 사라지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마저 내놓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음을 저자는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만든 문제에 대안을 내놓는 모든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들이 연대하여 자본주의라는 상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대안을 내놓기 위한 첫 걸음으로 책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자본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들

데이비드 하비 (지은이), 이강국 (옮긴이), 창비(2012)


태그:#데이비드 하비, #자본이라는수수께끼, #자본론, #도시,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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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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