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모던포크 가요의 수작 '귤'과 '눈오는 날'이 수록된 데뷔앨범 <재주소년>을 발표했던 듀오 재주소년(박경환과 유상봉). 벌써 가요계에 디지털싱글과 앨범, 공연 등을 통해 음악활동을 한 지 18년이 됐다.

재주소년이 멤버 박경환의 1인체제가 돼 활동을 이어온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그는 한 음악레이블의 메인 프로듀서로서 여러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원 및 앨범 발매에도 조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달 6월 29일 디지털 싱글 '혜은이'를 발표, 박경환은 자신의 유년기 및 성장기를 함께 했던 노래 '파란나라'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선배 음악인 혜은이를 위한 헌정 곡을 세상에 공개했다.

이번 노래가 우리가요계 한 시대를 상징했던 한 음악인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음은 물론 자신이 앞으로 펼쳐나갈 음악세계의 변환점이 된 작품이기에 더욱 소중한 곡으로 남을 거라고 말하는 재주소년 박경환.

기존 활동이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작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재주소년 박경환과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속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혜은이 선배 위한 헌정 곡 발표한 재주소년 박경환

혜은이 선배 위한 헌정 곡 발표한 재주소년 박경환 ⓒ 애프터눈레코드

 
한 시대 상징하는 아티스트, 혜은이 위한 오마쥬

- 어떻게 '혜은이'란 곡을 만들게 됐나?
"EBS-TV 음악 다큐멘터리 <싱어즈> 중 혜은이편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물론 이전 고 길옥윤 작곡가의 저서 <경음악 편곡 법>을 읽으면서 혜은이 선배님의 존재를 알게 됐고 두 분이 스승과 제자란 상상을 했다. 선배님의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70~80년대 동영상을 보면서 더욱 흠모하고 존경하게 됐다."

- 헌정곡 작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선배님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 찡한 스토리에 가사와 멜로디로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 평소 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혜은이 선배님의 '뛰뛰빵빵', '감수광', '제3한강교' 등 여러 히트곡에는 그 시대의 우리나라 정치사회상이 반영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들이 더욱 내 마음에 와 닿아 헌정 음악작업의 계기가 된 것 같다."

- 디지털싱글의 커버도 인상적이다.
"회사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감사할 따름이다. 곡 제목에다가 혜은이 선배님의 사진까지 곡의 커버 이미지로 사용하기에는 송구한 마음이 들어 그림을 그리는 것에 관한 아이디어를 말씀드렸고 허락을 얻어 완성될 수 있었다."

'혜은이' 발표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선배님께 감사

- 혜은이씨에게 연락을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선배님께서 대학로에서 5월과 6월에 걸쳐 한 달 동안 콘서트를 치렀다. 공연밴드에 참여했던 음악계 지인 분들을 통해 직접 가서 인사도 드리고, 밴드마스터 분의 메일로 음악작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전달해 드렸다. 선배님께서 노래제목과 앨범커버 등 관련된 부분에 있어 모두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 곡 발표 후 특별히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었나?
"음원이 발매된 날 혜은이 선배님께서 다른 분에게 전한 말을 텍스트로 받았다. '정말 소녀가 돼 손을 잡고 제주도로 데려가 준 느낌이다'란 글을 봤을 때 황홀했다.(웃음)"

- 혜은이의 히트곡을 재해석 할 생각은 없었는지?
"원곡들의 편곡이 워낙 뛰어나 리메이크 할 계획은 전혀 갖지 않았다. 특히 70년대 발표된 주요 히트곡들은 악단이 녹음에 참여한 경우도 많아 새롭게 편곡을 하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웃음)"

 
  혜은이 선배 가수 위한 헌정 곡 발표한 재주소년 박경환

혜은이 선배 가수 위한 헌정 곡 발표한 재주소년 박경환 ⓒ 애프터눈레코드

 
재주소년 음악의 전환점이 된 곡, '혜은이'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혜은이의 곡은?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혜은이 선배님의 곡은 '파란나라'다. 1985년에 발표된 곡으로 2살 때 처음 접해 기억은 없지만 내겐 오르골과 같은 의미로 남아 있다. '피노키오'란 노래와 함께 어린 시절에 정말 많이 듣고 자랐다."

- '혜은이'란 곡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지?
"음악인으로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 특히 노랫말에 있어서 가슴으로 품고 있었던 부분을 비로소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연애의 감정 또는 생각을 가사로 담아냈다면 '혜은이'란 곡부터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남편이자 아빠로서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왔다. 억지스러운 내용이 아닌 샘솟아 빚이 나는 노랫말을 세상에 던지고 싶다. '혜은이'란 곡 작업을 하면서 기분이 너무 좋고 행복했다.(웃음)"

- 올 하반기 활동계획 알려 달라.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재주소년의 일곱 번째 정규앨범 발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정규음반을 4년 전에 내 기다리는 팬들도 꽤 있고, 나 역시 목표가 생겼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쌓고 있는 중이다. 레이블의 음악프로듀서로서 올 하반기에도 발표예정인 소속 뮤지션들의 작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몇 작품을 소개하자면 재즈뮤지션 송용창의 정규 4집, 피아니스트 이사라와 싱어송라이터 유해인의 피아노 협업앨범 작업에 프로듀서로 함께 하고 있다."
재주소년 혜은이 박경환 헌정음악 파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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