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창호 KFA 심판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지난 11일 치러진 K리그 포항스틸러스 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중 삼성 김민우 득점 취소 판정과 관련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7.13

원창호 KFA 심판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지난 11일 치러진 K리그 포항스틸러스 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중 삼성 김민우 득점 취소 판정과 관련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7.13 ⓒ 연합뉴스

 
지난 1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0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삼성의 11라운드 경기 막바지에 의문의 판정이 나왔다. 이 장면은 이날의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축구팬들 사이에서 며칠간 뜨거운 논란을 자아냈다.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39분 수원 김민우는 상대 골키퍼가 펀칭해 튕겨 나온 공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경기 시간을 감안할 때 수원의 결승골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병진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후 득점을 취소했다. 김민우의 득점 상황에서 타가트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는 판단이었다. 수원 벤치는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경기는 결국 1-1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오프사이드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판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공개적인 심판 언론 브리핑을 개최했다. 여기서 내려진 결론은 김민우의 골 취소가 '정심'이라는 입장이었다.

원창호 심판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김민우의 득점 취소는 오프사이드룰 중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포항 골키퍼 강현무는 당시 김민우의 슈팅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치상 타가트가 골키퍼 시야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만일 골키퍼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강현무는 슈팅 여부에 반응하여 제 2동작을 취하려고 하는 움직임이었다. 주-부심도 처음에는 오프사이드 여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골이라고 판정을 내렸으나 VAR를 통하여 다시 체크하는 상황에서 타가트의 발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특히 강현무의 시선이 어디를 주시하는지를 확인한 이후 최종 판정을 내렸다는 게 심판위원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수원삼성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해석이었다. 일단 강현무는 앞선 상황에서 수원 염기훈의 크로스를 차단하려다가 공중에서 포항 팀 동료인 수비수 김광석과 충돌하면서 넘어졌는데, 하필 타가트 앞이었다. 타가트로서는 크로스에 맞춰 헤더슛을 시도하기위하여 골문 앞으로 달려가는 상황이었고 강현무와의 신체접촉은 없었다. 타가트가 고의로 강현무의 시야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 강현무가 먼저 타가트에게 시야가 가릴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넘어졌기에 양측 모두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

문제는 만일 이것을 공격 측의 시야 방해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문전 혼전 상황에서 애매한 판정이 무더기로 속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슈팅을 시도할 때 골키퍼가 슈터보다 앞선 위치에 있는 공격수를 역으로 이용하여 시야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꼼수'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VAR이 오히려 혼선을 더 부추길 수도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창호 위원장도 이번 장면이 판정을 내리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었음은 인정했다. "시야방해라는게 원래 판정을 내리기가 정말로 어려운 부분이다. 똑같은 장면이라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논란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운 게 아니라면 현장에 있는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심판의 비합리적인 결정까지 지지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애매한 상황에서는 가급적 심판의 판단과 권한을 지지해달라는 것인데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맞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그 판정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쪽에서는 그저 억울해도 참아달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수원은 지난 4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득점 상황과 관련된 판정 논란을 겪었다. 당시 수원이 3-2로 앞서가던 후반 13분 양상민이 김진야에게 태클을 했고, 주심은 이를 파울로 선언했다. 그러나 중계화면으로 보면 양상민의 태클은 김진야의 발을 걸기에 앞서 공을 먼저 걷어냈다.

하필 문제의 판정으로 서울이 얻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고광민의 동점골이 터졌고, 경기는 결국 3-3 무승부로 끝났다. 심지어 이 장면은 심판위원회에서도 추후에 명백한 오심이었음을 인정했다. 수원으로서는 이번 포항전을 포함하면 판정 때문에 2승을 추가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2무에 그치며 승점 4점을 날린 셈이 됐다. 억울하게 손해본 2골만 아니었다면 현재 8위였던 수원의 순위는 6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다. 수원 구단과 팬들이 판정에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K리그와 심판위원회가 판정 논란에 대하여 예전처럼 권위적으로 대처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이렇게 공론화를 통하여 투명하게 대처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애매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팔이 안으로 굽는 듯한 해석이 나온다면 심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만 봐도, 논란을 정리하기 위하여 심판위원회가 공개 브리핑까지 열었지만, 이후로 오히려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만 더욱 거세졌다. 그 부담은 결국 현장의 심판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했을 때 K리그 심판들의 판정이 얼마나 일관성있게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수원포항 오프사이드룰 타가트 시야방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