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포스터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포스터 ⓒ 씨나몬㈜홈초이스

대다수 직장인들은 고용주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가기도 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성취해간다. 과거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가 커리어(경력)에 크게 작용했지만, 최근엔 먹고 사는 문제에 자아실현 혹은 성공이란 것이 덧붙어 있기도 하다. 이렇듯 직업은 단순히 삶을 살아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러 가고, 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씩 옮기며 삶을 살아간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들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집안 일과 육아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차츰 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현재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아직도 남성들이 '임원'을 독식하는 회사들이 많고, 성차별 역시 존재하며 성별간 임금 격차 또한 뚜렷하다. 그리고 한편에선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일부 남성들이 그들을 억누르고 있다. 

폭스 뉴스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보수적인 미국 케이블 방송사 폭스뉴스 내부에서 벌어진 실제 성추행 사건을 다룬 영화다. 작품에는 세 여성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메긴 켈리(샤를리스 테론), 내부에 있다 퇴출되어 내부를 잘 알고 있는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그리고 방송 진행자가 되길 원하는 신입 케일라(마고 로비)는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경험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영화 속 세 인물과 모두 연결된 인물은 폭스 뉴스의 사장인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폭스 뉴스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폭스 뉴스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루퍼트 머독(말콤 맥도웰)이지만 해당 방송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실질적 리더는 로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레첸, 메긴을 차례로 키워 간판 진행자로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그레첸, 메긴은 진행방식이나 방향성 그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로저와 대화로 푼다. 그래서 이들과 업무로 대화를 나누는 로저의 모습은 업무적으로 감각이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성공할 수 있는지 알고, 문제 해결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이 때문에 로저와 마주앉은 그레첸과 메긴은 약간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논의에 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가 상사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지적이나 생각 등이 업무적으로 어느 정도 옳다고 보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그레첸과 메긴의 위치는 다르다. 그레첸은 점점 방송국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다가 급기야는 한순간 퇴직하게 된다. 반면 메긴은 방송사의 메인 진행자로서 당시 대통령 후보와 격렬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메긴은 더더욱 긴밀하게 회사의 사장인 로저와 논의를 이어간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장면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장면 ⓒ 씨나몬㈜홈초이스

 
과거, 현재, 미래의 여성을 대표하는 세 인물

그레첸, 메긴과 달리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가상 인물인 케일라는 사건 발생 당시 회사 내 여성의 위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폭스 뉴스라는 회사 내에서 그레첸은 이미 전성기를 지난 과거, 메긴은 현재 최정점에 있는 인물을 의미한다면, 케일라는 그레첸과 메긴이 지나왔을 법한 신입 시절의 현재를 보여준다. 이 세 사람은 로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레첸이 가장 먼저 성추행을 당했고, 그다음 대상이 메긴이었다. 그리고 케일라는 현재도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각 커리어상의 위치를 보여주면서 그 일이 과거로부터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케일라는 어느 날 로저의 방으로 초대되고, 그에게 자신의 생각과 능력을 어필한 기회를 갖게 된다.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던 로저는 'TV는 시각적인 미디어'라며 몸을 보자고 한다. 케일라는 로저의 눈에 띄었다는 사실에 들뜨면서도 치마를 더 올려보라는 그의 요구에 당황스러워한다. 자신의 꿈을 꼭 이루고 싶었던 그는 결국 로저의 요구를 들어주고 만다. 그런 비자발적 행위는 상당기간 지속된다.

그레첸은 커리어의 정점을 찍어 회사 내에서 다소 힘을 잃은 인물이다. 과거에 화려했지만 페미니스트 적 생각과 발언을 공공연히 방송에서 하던 그는 로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비인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다가 결국 해고당한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온 대로 로저의 성추행 문제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 놓는다. 그레첸의 용기가 없었다면 이 일은 결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회사 내부에 있을 때 관련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사실을 상기할 때 내부 고발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하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인물인 메긴은 내부 고발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여전히 내부에서 중요하고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캐릭터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민감하고, 내부에서 더욱 성공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망이 가득한 그는 자신도 로저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그레첸의 법적 고소를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쓴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장면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장면 ⓒ 씨나몬㈜홈초이스

 
사실 영화 속에서 가장 고심을 많이 하는 인물은 메긴일 것이다. 또한 그레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군 또한 메긴일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엔 직접적인 끈이 없고 만날 기회도 적었지만 그들은 로저의 성추행을 공론화 장으로 내놓는다. 과거 성추행을 경험한 퇴직자들의 증언들에 내부에 있는 메긴이 연대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는 완전하게 밖으로 꺼내어졌으며, 로저에게 진정한 복수를 진행하게 된다.   

여전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의 주인공들은 결국 과거의 아픔을 꺼내어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로저는 결국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다. 아마도 폭스 뉴스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동일한 일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차츰 여성들의 성공이 늘어나고, 그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성추행이나 권력남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이를 몰아내려면, 이런 사건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시각에서 흥미롭게 사건에 접근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무엇보다 샤를리스 테론의 연기는 복합적 인물인 메긴의 고민을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현재 시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던져주는 수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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