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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잘 믿기지 않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처음 '실종'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지인들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걱정된다는 대화를 한참 했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자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였던 그가 걸어온 길이 절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은 조심스럽게 짚고 넘어야 하는 일들이 존재한다. 그가 그러한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인 7월 8일 전 비서 A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증거 다량을 경찰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고소 사실이 확인된 8일 밤 서울시 젠더특보 등 시장의 최측근들이 대책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해당 자리에서는 고소인에 대한 사과와 시장식 사퇴 등의 대책이 논의되었다고 전해진다. 

조문을 가지 않겠다는 '공적 선언'

그러나 이제는 당사자가 사망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수사는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피해가 있었음을 주장하는 고소인이자 피해호소인이 존재하므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엄중히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누군가가 겪은 비극에 대해 눈물을 흘리고 예의를 차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류호정 의원은 10일 피해호소인을 최초로 언급하여 이 일이 위계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가해지목인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이 없어져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재의 상태에서 피해호소인이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적인 말하기'를 했다. 류 의원은 또한 13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나와 다시금 피해호소인과의 연대를 이야기했다. 

"그분과 함께 했던 많은 분의 애도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그때 한 사람만큼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고소인 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2차 가해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고소인뿐만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저 같은 국회의원도 있다고,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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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 역시 10일 오후 조문을 마친 뒤,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피해 호소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호소드리고 싶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피해호소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겠다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 순수한 피해자가 아닐 것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국회의원의 위치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공적 발화를 한 것이다. 그들은 '공적으로' 피해호소인을 보듬거나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차린 예의다. 그런데 공적 발화를 통한 정치적 선언을 두고 일부에서는 마치 '나는 조문 가기 싫으니까 나한테 강제하지 말라'고 말한 것인 양 격하시켰다. 

사실 장 의원과 류 의원은 강제하지 말란 말은 하지도 않았다. 공직에 몸담은 자로서 자신이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 설명하고, 그래서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여기서 '누군가 나한테 조문을 강제해서 내가 기분이 나쁘다'라는 맥락을 뜬금없이 도출시켜서는 "'하고 싶은 것'과 '해도 되는 것'조차 분간 못"(역사학자 전우용)하고 "똥오줌"(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도 못 가리는 사람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이들은 은연중에 '20대 여성 국회의원'의 존재를 깎아내리기까지 한 셈이다. 위력에 의한 젠더폭력에 강력히 반대하고 피해호소인에게 연대하겠다는 공적 선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점이 매우 유감일 수밖에 없다. 

남겨진 자들의 의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는 당사자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어 법적인 해결을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더더욱 적극적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고인을 애도하는 일과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의 목소리를 가벼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일은 전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일, 성추행 의혹에 대한 대처를 논의 중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를 냈던 이해찬 대표에 대해 비판이 가해진 것을 의식했는지, 민주당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다. 13일 김해영 최고위원은 서울시가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성폭력) 피해 호소인에 대한 비난이나 2차 가해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일은 조직 내 성폭력과 위력 행사의 문제에 대해 직시하는 일이고, 지난날 여성인권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었던 고인의 뜻을 이어 나가는 일이 아닐까. 피해호소인이 부디 굳건히 버텨내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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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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