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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배민커넥트편. 방송인 장성규씨가 실제 배달에 나선 장면.
 워크맨 배민커넥트편. 방송인 장성규씨가 실제 배달에 나선 장면.
ⓒ 스튜디오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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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8월, 군에서 제대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구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적당한 채용 자리를 찾아보며 지원하기를 여러 번. 하지만 내가 살고 있던 곳은 경기도의 중소도시였고, 서울이나 여타 대도시처럼 상권이 크게 형성된 곳도 아니었다. 게다가 채용공고도 많지 않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그러던 중 친구 한 명이 배민커넥트 후기를 남긴 걸 우연히 보게 되었고, 만 19세 이상 성인에 자전거나 오토바이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곧바로 신청서를 넣게 되었다. 배달의민족 센터에서 교육만 이수하면 얼마든지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보니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교해 진입 장벽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다.

게다가 세상의 모든 일자리를 체험하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도 소개된 바 있었다. 배민커넥트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오니, 배민커넥트는 그즈음 젊은 층 사이에서 떠오르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 오랫동안 타지 않은 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배민커넥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교육을 받으러 갔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센터에는 20대에서 40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교육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전자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는 하늘색 안전모와 음식을 담을 가방과 기타 장비를 받음으로써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배민커넥트 활동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 전 지역과 인천, 경기도 일부 도시와 기타 광역시에 한정됐다. 서울에서도 그나마 가까웠던 노원구까지 통근해야 했지만, 이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작년 12월부터 배민커넥트 일을 시작했다.

배민커넥트의 기쁨과 슬픔
 
배달지와 픽업지를 이은 이동 동선. 배달량이 많을 때는 세 건씩 묶어갈 수 있다.
 배달지와 픽업지를 이은 이동 동선. 배달량이 많을 때는 세 건씩 묶어갈 수 있다.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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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활동지였던 노원구 일대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었기 때문에 길을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거기다가 지역 특성상 대부분 평지여서 자전거를 타기에도 괜찮았고,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상업 지구 노원역을 중심으로 반경 1~2km 내에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동선을 짜기에도 수월했다.

두 개씩 묶음 배달을 갈 경우엔 보통 노원역을 중심에 두고, 같은 방향의 배달지로 건수를 잡는 구조였다. 가끔 도봉구까지 가는 일도 있었지만, 배달 건이 많은 주말엔 하천과 지하차도까지 건너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시간 엄수가 생명인 배달의 특성상 음식을 받은 지 20분 이내에는 무조건 배달을 완료해야 하고, 두 건씩 묶어갈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이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고, B마트 전담 제도의 등장으로 일의 판세가 바뀌게 되었다. 그때쯤 배달의민족에서는 한창 '번쩍 배달'을 키워드로 마트에서 파는 소량 물품을 배달해주는 B마트를 밀었다. 버스나 포털사이트에는 언제나 B마트 광고가 노출되었음은 물론 실제로 배달량도 꽤 많았다.

조리 시간이 길고 두 건씩 묶어서 갈 경우 다음 픽업지의 조리 완료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반 음식점과 달리, B마트는 기본적인 준비 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배달 건을 채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거기에 배달량이 많은 평일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는 한 번에 세 건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갑작스러운 배달비 인하와 B마트 배달량 감소에 다른 전담제도 폐지에 따라 뒤안길로 사라졌다. 실제로 2020년 2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의 배달료 정책이 변경되자, 라이더들이 "일방적인 변화"라고 반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지금까지 쭉 배민커넥트를 틈틈이 해본 결과, 본인이 하고 싶을 때 업무를 시작할 수 있고, 배달 건만 완료하면 언제든 마음대로 업무를 끝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정된 날에 반드시 배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가 따르지 않고, 일정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것으로 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험상, 배달량이 많은 시간대를 활용하면 평균 시급 1만 원에서 1만2000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날마다 책정되는 프로모션 요금이 다르므로 편차는 어느 정도 있다.
 
눈길에 미끄러져 반깁스를 감은 모습.
 눈길에 미끄러져 반깁스를 감은 모습.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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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배달을 수행하는 시간 내내 자전거를 타야 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크다는 거다. 거기다 도심에서 자전거를 주행해야 하는 만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피해야 한다는 위험부담을 안아야 한다.

또, 정해진 시간 내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도 어느 정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엔 큰 사고가 난 건 아니었지만, 자전거를 타다 미끄러져 발목에 반깁스를 한 적이 있었다. 배민커넥트를 할 때 수익금에서 산재보험료, 운전자보험료 등이 나가지만, 이번의 경우 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에 그냥 개인적으로 비용을 내고 치료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걸을 때만 아플 뿐, 자전거를 탈 때는 아무렇지 않아서 깁스를 한 채로 배달을 했다.

덧붙여서 일부 음식점 업주가 배민커넥터를 향해 무례한 언행을 보일 때가 있다. 또, 배달지에 도착했음에도 고객이 나타나지 않는 등 고객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단순히 배달업계 종사자만의 고충이 아닌,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서비스업계 종사자 모두의 고충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듯, 사소한 말 한마디지만 고객 요청 메시지에 남겨진 따뜻한 말들이 큰 힘이 될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라'는 말이나 '안전 운전하라'는 말들이 그랬다. 

배민커넥트를 시작하기 전,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소비의 주체'일 때의 나는 그저 음식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 일을 하게 된 후부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의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음식이 빨리 오는 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며, 라이더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본 상계동 일대.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서울을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본 상계동 일대.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서울을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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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감상 하나 더. 나는 배민커넥트를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던 노원구를 구석구석 쏘다녔다. 이병률 산문집 <끌림>에는 파리를 여행한다는, 파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파리지앵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쩌면 그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노원구에서 보냈던 나. 지금도 외가가 노원구에 있어서 일 년에 몇 번씩은 오갔지만, 돌이켜보면 정작 그 동네를 주의 깊게 둘러본 적은 없었다. 그저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동네였는데,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다시 돌아보니 바뀐 것들이 많다.

넓게만 느껴졌던 골목은 내 키가 자라면서 좁아졌고, 집 앞의 동네 슈퍼는 편의점으로, 고물상은 공영주차장으로 변했다. 또, 오래된 빌라들은 허물어지고 원룸형 주택이 들어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할 것은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변하지 않은 것들이 고맙게 느껴졌는데, 유년 시절의 추억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다. 이제 상계동엔 내가 없다. 어린 날의 흔적도, 어린 날에 사귀었던 친구도 남아 있지도 않으며 십여 년이 지나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나만 있을 뿐이다. 

태그:#긱 이코노미, #배민커넥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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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마음에 품고 현실을 바라봅니다. 열아홉 살의 인도와 스무 살의 세계일주를 지나 여전히 표류 중에 있습니다. 대학 대신 여행을 택한 20대의 현실적인 여행 에세이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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