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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 (자료사진)
 갯벌 (자료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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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카드뉴스에서 군산 선유도 얘기 나왔는데, 무슨 농게들을 이사 시킨대. 게들을 어떻게 이사시키는 거야? 게들은 갯벌에 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 딸이 물었다.

"그렇지. 게들이 살 곳은 당연히 갯벌이지. 요즘 군산시가 선유도의 편의시설로 주차장을 확장하는데 그 구간 속에 게들이 살고 있데.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라는 거야. 나도 얼마 전 뉴스에서 보았고, 환경시민단체들과 공기관의 주장도 들었어."

"엄마도 그곳에 한번 가 봐요. 우리 동아리 활동할 때 갔던 선유도 망주봉도 보고 바닷바람 맞으며 할아버지 생각도 하시고요."


그렇게 선유도로의 여행을 잡았다. 군산 시내에서 가면 20여 분 거리지만 도시에서 섬으로 가는 여정은 늘 설렌다. 특히 흰발농게의 대이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을 보고 싶었다. 흰발농게는 일반 게와 어떻게 다른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고대 전투장수의 굵은 팔뚝을 연상시키는 하얀 앞발이 강한 이미지로 눈에 들어왔다.

선유도는 전북 군산시의 서남쪽 약 50㎞ 해상에 있는 고군산군도(群島) 중의 하나이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仙遊島)를 비롯하여 야미도·신시도·무녀도·장자도 등 6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16개의 유인도가 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세종 때 수군부대가 옥구군 진포(현 군산)로 옮겨가면서 진포가 군산진이 되고 기존의 군산도는 옛 군산이라는 뜻의 고군산군도으로 바꿔졌다고 전한다.

고군산군도의 중앙인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변은 해수욕장과 기암절벽, 낙조가 유명하여 예로부터 '선유 8경'이라 불리울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다. 군도 사이를 어선으로만 왕래하던 일은 이젠 옛말, 새만금공사 이후 방조제와 섬을 연결하여 언제든지 자동차로 섬을 들어가고 나올 수 있다. 이런 과정 중에 주요 섬인 선유도, 장자도, 신시도, 야미도 등은 인위적 개발이 진행되기도 했다.

평일 점심 때 찾은 선유도는 아직은 피서철의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듯 매우 한산했다. 나는 고향이 위도 섬이어서 섬에 들어가기 직전의 특유의 바다, 갯벌의 냄새를 잘 맡는다. 아버지가 고향 섬에서 운전했던 배와 비슷한 3톤짜리 조각배들이 썰물에 드러난 갯벌에 정착해 있었다. 갯벌 위에 앉아있는 바위 둘레에는 거주민들이 바지락, 고동 등의 조개류를 캐고 있었다.

흰발농게 이주 현장을 보기 위해 해수욕장 입구를 지나가는데 도로의 폭이 좁았다. 일차선의 도로 옆으로 갯벌이 맞닿아 있고, 그 위에 도로 확장을 표시한 그물대가 세워있었다. '아, 이곳이 흰발농게들의 서식지구나.' 남편과 함께 그물의 시작점인 선유도의 명물 망주봉 아래턱까지 들어갔다. 선유도의 상징인 망주봉(望主峰)은 152m의 낮은 바위산이다. 옛날 선유도에 유배된 충신이 매일 산봉우리에 올라 북쪽의 한양에 계신 임금을 그리워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화도 있다. 잘 들여다보면 한 서린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 자국 같은 흔적이 엿보인다.

선유도 해수욕장 입구부터 망주봉까지의 도로 오른쪽 밑의 갯벌 위에 설치된 그물대와 빨간 깃발의 표시가 소위 '흰발농게'의 서식지였다. 남서해안에 분포하며, 해안가 개발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수컷의 큰 집게발이 흰색이어서 '흰발농게'라고 부르고 '주먹 대장'이라는 애칭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내 최대 흰발농게 서식처가 바로 선유도해수욕장 일원이며 흰발농게 63만여 마리가 산다고 보고되었다.

그럼 왜 군산시는 흰발농게의 이주를 시작했을까. 멸종위기생물종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기획을 했을까 궁금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군산시는 이곳의 배후 부지를 매립해서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과 생태형 관광단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 뜻하지 않은 복병인, 흰발농게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의도했던 매립지의 크기를 줄여서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도 보전하고 편의 시설도 확보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즉, 서식지 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하기로 하고, 현재 일부 매립지에 서식 중인 흰발농게를 이주시키는 방법으로 절충안을 찾았다고 했다.

군산시가 이 작전을 공개적으로 홍보해서 그런지 '흰발농게 이주작전'은 지역뉴스로 바로 나왔다. 미끼를 이용한 트랩으로 흰발농게를 유인하여 대체 서식지로 옮긴단다. 흰발농게는 소리에 매우 민감한 생물이어서 기계적 진동을 주어 스스로 옮겨가도록 하거나 사람의 손으로 직접 잡아 옮기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대체 서식지는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는 선유도의 모래사장이다. 4만여 마리의 농게를 이주 시키는 데 드는 시간은 포획틀 설치부터 대체서식지로의 안착까지 대략 2주 정도다. 이주 작업은 흰발농게의 본격적인 산란기인 7월 이전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신 발소리에 농게들이 보일 리 없네. 조용하게 한자리에서 지켜봐요. 저기 구멍들 속에서 슬며시 머리를 내밀 테니. 이미 이 친구들도 연락망을 놓아서 생존전략을 다 세워 놓았을 거네. 지난주 한 참 시끌벅쩍하게 난리를 쳐 놓았으니, 이제는 그 누구든지 적군인 셈이야."

남편이 말했다. 그랬다. 역지사지라고 농게가 되어보니,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을 지켜준 모래도 바다도 다 무서워졌을 흰발농게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다.

'그까짓 농게쯤이야', '그것도 일부만이야', '더 좋은 곳으로 이사시키는 거야'라는 말들을 한다. 지금까지 새만금이란 허상에 충분히 하늘도 땅도 사람도 지칠 만큼 지쳤다. 멀쩡한 바다를 메우더니, 바다 위 태고의 아름다운 섬들을 섬이 아닌 막지로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피켓을 들기 전에 사람이 대대손손 살아갈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한다.

바다의 섬은 바늘 끝에 솟아있는 바늘귀와 같다. 인간이 발로 내디딜 수 있는 가장 끄트머리 영역인 섬의 귀를 도려 내여 주차장을 만들어야만 우리가 잘사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모든 길을 자동차로 가야만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걷고 싶고, 배도 타고 싶고, 어려움과 불편함도 견뎌내고 이겨내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익숙해진 용어 중 하나가 '언택트(Untact)'다. 전염병의 원인도 인간에서 나온 것임을 공감하는 시대이다. 인간의 전체 집합은 바로 자연이며 우리는 단지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선유도 '흰발농게'의 이사가 언젠가 거주민들이 이주로 이어질까 두렵다. '흰발농게'야 말로 우리가 언택트라는 그물로 보호하고 감싸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만이 자연생태의 섬과 기생하는 생물체, 그리고 우리 인간이 공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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