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예능에 고정출연 하다보면 본업에 충실하기 쉽지 않다. 지난 2010년 8월 <런닝맨> 초창기부터 활동한 김종국이 대표적이다. 1995년 댄스듀오 터보로 데뷔해 그룹은 물론 솔로도로 정점을 찍었지만 김종국의 정규 앨범은 8년 전인 2012년 7집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오랜만에 가수로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긴 했지만 김종국은 '일요일 저녁마다 달리는 근육맨'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지만 지난 2010년8월 <런닝맨>의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이 배우는 예능 활동과 연기 활동을 매우 슬기롭게 병행하고 있다. 8일 첫 방송되는 JTBC의 새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에서 씩씩한 싱글맘 노애정을 연기하는 <런닝맨> '에이스' 송지효가 그 주인공이다.

<여고괴담3>로 화려하게 데뷔 후 슬럼프
 
 <런닝맨>은 슬럼프에 빠질 뻔한 송지효를 구해낸 보물 같은 프로그램이다.

<런닝맨>은 슬럼프에 빠질 뻔한 송지효를 구해낸 보물 같은 프로그램이다. ⓒ SBS 화면 캡처

 
고교 시절부터 눈에 띄는 외모로 기획사들의 구애를 받던 송지효는 경문대학(현 국제대학교) 졸업반 시절이던 2001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잡지와 CF 모델로 활동하던 송지효는 2003년 최강희, 박진희, 김규리,박예진, 공효진 같은 스타배우들을 배출한 <여고괴담>의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에서 무용반 진성 역에 캐스팅되면서 배우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송지효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2006년에 방송돼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궁>이었다. 송지효는 <궁>에서 윤은혜가 연기한 신채경의 연적이자 주지훈의 비밀 여자친구 민효린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송지효는 5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했던 <주몽>에서도 극 중반 예소야 역으로 투입돼 청순한 매력을 뽐냈다. 2008년에 개봉한 영화 <쌍화점> 역시 37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송지효는 꾸준히 인기작에 출연하면서도 한 번도 작품의 주역이 되되지는 못했다. <궁>에서는 서브 주인공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마무리됐고 <주몽>에서도 히로인 자리를 소서노 역의 한혜진에게 내준 채 온갖 고생만 도맡아 했다.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 연기가 최고의 화제였던 <쌍화점>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던 송지효의 불안정한 연기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송지효는 배우로서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던 시기를 예능으로 극복했다. SBS 예능 <런닝맨>은 오늘날까지도 송지효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실 <런닝맨>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바이블 <무한도전>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추격전'을 참고해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워낙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아 여성 출연자가 돋보이기 힘든 프로그램이었지만 송지효는 '꽃병풍' 역할을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에이스'라는 칭호를 획득했다.

<런닝맨>에 출연하면서도 드라마 <강력반>과 <계백>,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자칼이 온다>에 출연한 송지효는 2013년 개봉한 <신세계>에서 골드문과 경찰을 연결하는 중간 관리책 이신우를 연기했다. 물론 <신세계>는 최민식과 황정민, 이정재, 박성웅으로 이어지는 남성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느와르 장르의 영화였지만 송지효 역시 절제된 연기를 통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4명의 남자와 로맨스 연기 
 
 송지효는 2016년 jtbc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호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지효는 2016년 jtbc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호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 jtbc 화면 캡처

 
<런닝맨>을 통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송지효는 2014년과 2015년 tvN 드라마 <응급남녀>, <구여친클럽>에 잇따라 출연하며 배우로서 괜찮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이선균의 아내이자 불륜녀 정수연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15년 만에 드디어 배우로서 대표작을 만난 것이다.

<신세계> 이후 중국에서 두 편의 영화를 촬영한 송지효는 2017년 이병헌 감독의 <바람, 바람, 바람>에 출연했다. 송지효는 <바람, 바람, 바람>에서 SNS와 사랑에 빠진 신하균의 아내 미영을 연기했지만 <바람, 바람, 바람>은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송지효는 차기작이었던 범죄액션물 <성난 황소>에서 마동석의 아내 지수역을 무난하게 소화했고 영화도 160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가던 송지효는 8일 첫 방송되는 JTBC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에서 배우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주연을 맡는다. 송지효는 <우리, 사랑했을까>에서 회사대표의 보증사기로 10억 원이 넘는 빚을 떠안게 된 영화사 프로듀서이자 싱글맘 노애정을 연기한다. 

하지만 <우리, 사랑했을까>는 '사면초가 리부팅 로맨스'를 표방하는 드라마 답게 다양한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나쁜데 끌리는 놈(손호준)을 비롯해 잘났는데 짠한 놈(송종호), 어린데 설레는 놈(구자성), 무서운데 섹시한 놈(김민준)까지 무려 4명의 남성캐릭터가 노애정 앞에 나타난다.  송지효가 각기 다른 매력의 남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가 <우리, 사랑했을까>의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송지효는 매년 연말 연기대상보다는 연예대상에 얼굴을 비추는 게 더 익숙한 배우다.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시청자는 송지효를 '게임 잘하는 예능인' 정도로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송지효는 최근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하는 화제작들을 연이어 만드는 JTBC 드라마에서 단독 주인공을 맡을 정도로 활동이 활발한 배우다.

과연 배우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송지효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jtbc드라마와 궁합이 좋은 송지효는 배우인생 마지막(?) 로코물도 jtbc와 함께 한다.

jtbc드라마와 궁합이 좋은 송지효는 배우인생 마지막(?) 로코물도 jtbc와 함께 한다. ⓒ <우리,사랑했을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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