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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이 원·하청 대표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벌이고 있다.
 (사)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이 원·하청 대표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벌이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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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억하기도 싫은, 용균이의 사고소식을 듣고 울부짖으며 보낸 지 1년 7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약속을 믿고 기다렸는데, 아직도 누구도 재판받지 않고 있다."

24살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음에 이르게 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575일을 달려온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이 한 말이다. 김용균재단은 6일 오전 11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서 김용균 노동자 죽음에 대한 원청·하청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엄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용균의 동료 노동자들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과 관련된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주)과 하청회사인 한국발전기술(주)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쳤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김용균 노동자 사고 이후) 유족과 시민대책위, 노동조합은 사고 직후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대표이사, 하청인 한국발전기술과 대표이사를 비롯해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고소·고발 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 "원·하청 대표이사를 비롯해 권한의 정점에 가까운 자들일수록 불기소 처분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아직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며 "발전소 현장도 일부 환경이 개선됐다고 하나, 근본문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다리고 있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김용균들이 일하다 다치고, 병에 걸린다. 2019년 한해에만 202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나갔다"며 "산재로 인정받지도 못한 죽음은 헤아려지지도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이자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판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김미숙 이사장 등은 서산지청 현관 앞에서 '산재는 살인이다. 원청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하청 한국발전기술 대표가 사고의 책임자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특조위 결과 발표 후에도 이행은 지지부진

지난 2018년 12월 10일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세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이 나홀로 근무를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헸다. 김용균과 그의 동료들이 작업장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원청업체는 요구를 무시했고, 결국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냈고,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을 이끌어내기도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19년 2월 5일 당정협의문이 발표됐으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의 단식을 끝으로 2019년 2월 9일 김용균노동자를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했다.

이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씨와 면담을 통해 국무총리실 산하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특조위)'를 설치하고 죽음의 원인을 규명에 나섰다.

김용균 특조위는 ▲ 연결된 작업임에도 원·하청으로 분리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만든 죽음 ▲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기준치보다 낮은 조도에서 벨트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일해야 하는 작업환경과 지시가 만든 죽음 ▲ 2인 1조로 다녔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 ▲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해 하청회사의 배를 불리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 생긴 죽음 등이라는 의견을 담아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처럼 김용균 죽음의 진상이 밝혀져 결과의 이행만이 남은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어떤 것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변화가 있다고 하지만 발전소에서는 여전히 김용균의 동료가, 김용균의 후배가, 김용균의 선배들인 비정규직들이 위험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해 2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다시 이런 사고가 없도록 태안화력발전소 내에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만드는 조형물을 세우기로 합의했지만 그것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원·하청 대표들 고발했으나 기소도 안 해
 
원·하청 대표들을 처벌하라고 외치는 기지회견 참석자들
 원·하청 대표들을 처벌하라고 외치는 기지회견 참석자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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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월 유족과 시민대책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주)과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1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한국서부발전(주)과 한국서부발전대표이사, 한국발전기술(주),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를 포함한 21명을 주위적으로 살인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예비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고소·고발했다.

또 시민대책위와 공공운수노조는 2019년 2월 한국서부발전(주)과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한국발전기술(주),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를 초과 노동 강요, 휴게시간 박탈, 수당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보령고용노동지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이러한 고소·고발 건이 2019년 11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으로 송치됐다는 태안경찰서의 사건처리결과 통지를 받았고, 2019년 12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에 제기한 고소·고발에 대한 사건처리결과 회신을 받았다. 원·하청의 본사 책임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는 소식이었다.

2019년 12월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주간 중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당일인 12월 10일, 추모위원회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앞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원청의 책임이 드러났음에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규탄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그 이후 검찰의 조사는 진행됐고 고소·고발인들은 2020년 4월에 한국서부발전 주식회사 외 20인에 대한 추가의견서를 제출했다. 최근에는 서산지청이 한국서부발전 본사, 태안화력발전소, 한국발전기술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판이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봐주기 기소, 법원이 바로 잡아야"
 
고 김용균의 동료인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대전지검 서산지청 앞에서 원하청 대표들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고 김용균의 동료인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대전지검 서산지청 앞에서 원하청 대표들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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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송영섭 변호사는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포함 10명,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 포함 6명(총 16명+성명불상자)을 주위적 살인죄, 예비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고발했으나 검찰은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기술전무는 무혐의 처분했고, 태안화력본부장, 기술지원처장, 연료기술부 관리자, 석탄설비부 관리자 등 총 7명만 기소의견 송치해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하청 대표이사 등 실권자들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와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용균 시민대책위 법률지원단은 지난 4월 검찰에 제출한 추가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은 작업장 및 작업시설의 법위반(위험시설에 대한 방호조치 미이행, 조도불량, 동력차단장치 불량), 컨베이어 운전원들에 대한 작업수행 방식의 법위반(청소·점검 작업 중 운전정지 미이행, 2인 1조 근무 미실시)이 사망의 원인"이라며 "피고소고발인 김아무개, 백 아무개는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로서 고 김용균이 사망한 컨베이어 벨트 작업장 및 작업시설에 대한 소유, 관리, 운영권한을 가진 주체이며 작업시설에 대한 변경권한을 가지고 있는 결정권자"라고 전제했다.

이어 법률지원단은 "이들은 청소, 점검 중 설비중단 없이 겨울철 24시간 계속 가동하는 운영방식에 대한 결정권자이며, 컨베이어 운전원들의 근무 조를 몇 명으로 편성하고 그에 대한 용역대금을 얼마로 책정할지에 대한 결정권자"라며 "사고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서는 고 김용균의 사망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자인 피고소고발인 김아무개, 백아무개에 대한 형사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사)김용균 재단, #민주노총 대전충남본부,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한국서부발전(주), #김용균특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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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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