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팀 레스터 시티 FC에서 활약 중인 제임스 매디슨(왼쪽) 선수와 제이미 바디(오른쪽) 선수의 모습.

레스터 시티 ⓒ AP/연합뉴스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으로 3위 자리를 위협받던 레스터 시티가 모처럼 승리를 따냈다.

레스터는 지난 3일 오후(한국시각) 영국 레스터에 위치한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EPL) 32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아래 C.팰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터진 이헤아나초와 제이미 바디의 멀티골에 힘입어 C.팰리스를 3-0으로 물리쳤다.

이로서 레스터는 17승 7무 9패의 성적으로 승점 58점을 기록해 3위자리를 지켜내며 위태로워보였던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대한 희망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전술변화 꾀한 로저스 감독, 지지부진한 공격의 전반전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로저스 감독은 C.팰리스전에서 전술변화를 꾀했다. 그동안 이어오던 4-2-3-1, 4-1-4-1 포메이션 대신 3백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조니 에반스를 중심으로 찰라르 소윤주, 제임스 저스틴이 3백에 포진한 가운데 벤 칠웰과 마크 알브라이튼을 양쪽 윙백에 배치했다. 이어 중원에는 은디디, 틸레만스, 아요세 페레스를 포진시킨 로저스 감독은 투톱에 제이미 바디와 켈레치 이헤아나초를 배치시키는 3-4-1-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로저스 감독의 전술변화 이유는 명확했다. 오른쪽 풀백 히카르두 페레이라가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공격력이 약해진 레스터는 이 경기에선 제임스 메디슨마저 부상으로 출전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로저스 감독은 양쪽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들의 연계플레이를 바탕으로 바디, 이헤아나초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함을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이헤아나초를 바디와 투톱으로 출전시키면서 경기력이 떨어진 바디의 부담도 덜어주고자 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로저스 감독의 변화에도 레스터의 공격은 지지부진했다. 전반전 7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위협적인 득점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전반 9분 이헤아나초의 헤딩슛으로 첫 슈팅을 기록한 레스터는 전반 14분 공격진영까지 침투한 제임스 저스틴이 페널티박스 바깥쪽 부근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선제골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어 전반 17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알브라이턴이 낮게 올려준 크로스를 아요세 페레스가 슈팅으로 연결시켰지만 수비 맞고 골라인 아웃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이 과정에서 레스터 선수들은 아요세 페레스가 슈팅을 할때 C.팰리스 선수 팔에 맞지않았느냐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주심은 레스터의 코너킥을 선언하였다.

이후 레스터의 공격은 지지부진했다. 후방에서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가운데 전반 21분에는 벤 칠웰이 부상으로 인해 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악재까지 겹쳤다. 또한 공격진영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틸레만스, 아요세 페레스가 바디, 이헤아나초에게 패스를 공급해주려는 움직임도 루카 밀리보예비치, 게리 케이힐, 마마두 사코가 중심을 이룬 C.팰리스의 수비벽에 막혀 차단되기 일쑤였다.

멀티골 기록 바디, 마침내 침묵 깨다

이날 레스터의 공격이 어떠했는지는 전반 39분 나타났다. 전방에서 아요세 페레스가 내준 스루패스를 제이미 바디가 받았지만 바디의 트래핑이 너무 길면서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비센테 과이타 골키퍼가 잡아냈다. 이 기회를 놓친 바디는 이후 장면에서 골 포스트를 발로 차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바디의 이 행동이 전반전 레스터 공격을 표현했다 해도 무방했다.

그렇게 답답하기만 하던 레스터의 공격은 후반전 터졌다. 후반 4분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한 레스터는 왼쪽 측면으로 침투한 틸레만스가 낮게 크로스를 올렸고 이 크로스를 이헤아나초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레스터가 1-0으로 앞서나갔다.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못해 그동안 답답한 경기를 펼쳤던 레스터는 마침내 상대 측면을 무너뜨리면서 득점으로 터뜨렸다. 아울러 이헤아나초를 선발로 기용한 로저스 감독의 선택도 함께 적중했다.

레스터의 득점이 터지자 그동안 침묵하던 바디의 득점도 함께 터졌다. 전반 39분 볼 트래핑 미스로 기회를 놓친 뒤 골 포스트를 걷어차며 아쉬움을 표현한 바디는 전반전 두 차례 득점기회를 놓친데 이어 후반 10분 결정적인 득점기회에서는 옆그물을 맞히면서 이 경기에서도 득점을 터뜨리기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후반 33분 마침내 바디의 득점이 터졌다. 그 전 상황에서 바디의 슛이 골라인 아웃되며 C.팰리스의 골킥으로 재개된 상황에서 C.팰리스 수비수 마마두 사코가 볼 트래핑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하비 반스가 볼을 가로챘다. 볼을 소유한 반스는 페널티박스 중앙에 노마크로 위치하고 있는 바디에게 볼을 내줬고 바디는 빈 골대에 여유있게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점수차를 2-0으로 벌렸다.

하지만 바디의 득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종료직전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바디는 하비 반스의 패스를 받아 하프라인서부터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이후 비센테 과이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이했다. 이 상황에서 바디는 침착하게 로빙슛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멀티골을 기록한 바디는 C.팰리스전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된 리그 경기에서 바디는 이전보다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레스터의 부진에 원인가운데 하나였다. 여기에 공격기회에서 볼을 받는 횟수가 줄어들며 슈팅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는데 바디는 지난 리그 3경기에서 4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C.팰리스전에선 이 전보다 볼을 기회가 늘어난 바디는 6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2골을 기록한데 이어 종료직전 득점장면에선 스피드, 침착함 모든면에서 바디의 원래의 모습이 돌아왔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줬다.

팀에 승리가 필요할때 멀티골로 화답한 바디는 지난 3월 10일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이후 115일만에 공식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바디는 리그 21호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갔으며 동시에 본인의 EPL 통산 100호골까지 기록했다.

고비 넘긴 레스터, UCL 진출 가능할까?

C.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모처럼 다득점차 승리를 거둔 레스터는 3위자리를 지키면서 다음 시즌 UCL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갔지만 3위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함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향후 일정이 레스터에게 불리하다. 5경기가 남은 현 상황에서 레스터는 8일 아스널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본머스-셰필드-토트넘-맨유와의 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3~4일 간격으로 치뤄지는 타이트한 일정도 그렇지만 상대팀들이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아스널과 셰필드, 토트넘은 다음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팀이라는점에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강등권에 쳐져있는 본머스가 확실한 1승 상대로 보이지만 강등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본머스의 현 상황에선 의외로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즌 최종라운드가 UCL 진출권을 놓고 경쟁해야하는 맨유와 치른다는 점도 레스터에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반면 경쟁팀인 맨유는 7월 10일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사우샘프턴-C.팰리스-웨스트햄-레스터시티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레스터시티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팀들이란 점에서 레스터보단 유리한 상황이다. 첼시역시 셰필드, 리버풀, 울버햄튼을 제외하곤 C.팰리스, 노리치시티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레스터보단 일정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레스터에게 다행인 것은 에버튼전을 시작으로 C.팰리스전에서 경기력이 조금식 올라오고 있다는 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바디의 득점이 터졌다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재개 후 첫 3경기에서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들을 놓친 것이 마지막 5경기에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인데 레스터에겐 이제 매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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