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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1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하고 있다.
▲ "이젠 최전방에서도 휴대전화를" 지난 2019년 3월 1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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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싸지방(군대 내 컴퓨터 사용 공간인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줄여 부르는 말) 시절과 달리 요즘엔 (제보 군인들이) 신상 밝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7월 1일부터 '일과 후 병사 휴대폰 사용'이 전면 시행된다. 2018년 4월부터 일부 부대 시범운영, 2019년 4월부터 전 부대 시범운영을 거친 이 제도가 정식으로 공식화되는 것이다.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군인권센터의 김형남 사무국장은 "그 동안 병사들은 물론 지휘관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병사들은 24시간 내내 공개된 조직생활을 하고 있다"라며 "사적 공간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것이 구타, 가혹행위 등 악·폐습을 만들어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휘관들은 (병사 휴대폰 사용 후) 부대 내 악성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라며 "또한 덩치가 작거나 운동을 잘 못하는 병사의 경우 예전엔 배제되기 쉬웠는데 이젠 다른 놀거리가 생겨 그럴 가능성도 줄었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김 국장은 "최근 처음으로 홈페이지 상담 건수가 전화 상담 건수를 앞질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부당한 징계를 받은 병사의 경우, 예전엔 그 내용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타이핑해 보냈어야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쳐서 보내면 되니 훨씬 용이해진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상담해주는 우리 입장에서도 상황 공유가 실시간으로 잘 되는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인터넷 및 도박 중독, 디지털성범죄 등 부작용을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그러한 문제가 군대에만 있는 건 아니잖나. 그런데 군대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유독 휴대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라며 "사건이 터지면 문제의 본질을 찾아 분석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이유를 휴대폰에서 찾으면 범죄 예방에 더 도움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 국장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홈페이지 상담 비율 늘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자료사진).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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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일부터 병사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시행된다. 이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
"2018년 4월부터 일부 부대 시범운영, 2019년 4월부터 전 부대 시범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운영 방식 자체에 변화는 없다. 최초 시범운영 때 워낙 반발이 심했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철회 가능성의) 여지를 뒀던 것이다."

- 병사와 지휘관들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병사들은 당연히 좋아한다. 지휘관들은 부대 내 악성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병사들은 24시간 내내 공개된 조직생활을 하고 있다. 사적 공간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것이 구타, 가혹행위 등 악·폐습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휴대폰을 통해 통신망이라는 사적 공간이 생기며 그런 악·폐습이 크게 줄었다고 하더라. 또한 덩치가 작거나 운동을 잘 못하는 병사의 경우 예전엔 배제되기 쉬웠는데 이젠 다른 놀거리가 생겨 그럴 가능성도 줄었다고 들었다."

- 휴대전화 사용이 군인권센터에는 어떤 변화를 미쳤나.
"상담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 상담 건수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처음으로 홈페이지 상담 건수가 전화 상담 건수를 앞질렀다.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 접근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부당한 징계를 받은 병사의 경우, 예전엔 그 내용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타이핑해 보냈어야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쳐서 보내면 되니 훨씬 사용이 용이해졌다. 그렇다보니 상담해주는 우리 입장에서도 상황 공유가 실시간으로 잘 되는 편이다."

- 신상 노출 걱정도 훨씬 줄어들었겠다.
"예전에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활용할 땐 누가 제보했는지 찾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병사들이 예전엔 무언가 신고를 하면서도 자기 신상을 잘 안 밝혔었다. 요즘엔 대부분 신상 밝히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문제 해결도 용이해졌다."

- 지나치게 휴대폰만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과 후 내내 휴대폰만 쳐다보고 야외 운동은 전혀 안 한다?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제도가 막 시작됐을 때야 그런 면이 조금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되니 그런 경향도 사라졌다. 일반인들도 하루 종일 휴대폰만 붙들고 있는 사람이 드물잖나. 병사들도 똑같다. 군의 사례는 아니지만, 처음 의경들의 휴대폰 허용 시간이 2시간이었다. 이후 4시간으로 늘렸는데 4시간일 때 오히려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줄었다고 들었다."

- 도박, 디지털성범죄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러한 문제가 군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군인은 하늘에서 떨어진 특수한 존재가 아니다. 모두 사회생활을 하다가 입대한 이들이다. 근데 군대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유독 휴대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사건이 터지면 문제의 본질을 찾아 분석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이유를 휴대폰에서 찾으면 범죄 예방에 더 도움이 안 된다."

- 제도 도입 초반에 보안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최근 국방부의 발표를 보니 시범운영 기간 동안 보안업무규정에서 정한 보안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통상의 문제는 해당 시간 외에 휴대폰을 더 사용하려다 걸리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유심칩을 꽂지 않은 빈 휴대폰을 부대에 제출하고 실제 사용하는 휴대폰은 갖고 있다가 오후 10시 이후에도 사용하는 식이다. 이런 건 보안사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병사들이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이미 제한돼 있다. 군사보안구역의 경우 장군들도 휴대폰 사용이 제한되는데 병사들 휴대폰 때문에 보안사고가 난다는 건 애초에 발생하기 어려운 일을 걱정하는 것이다."

- 병사 휴대폰 사용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병사들의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에게 휴대폰은 단순히 전화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리적인 개인 공간이 생긴 건 아니지만, 통신망에서의 개인 공간이 생겨 가족, 친구 등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어딘가 비빌 언덕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의미 아닐까 생각한다."

태그:#병사, #휴대폰, #사용, #휴대폰 전면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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