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KBO리그는 팀별 45경기에서 48경기까지의 정규 시즌을 치렀다. 팀당 정규 시즌 144경기를 치른 점을 감안하면 대략 3분의 1을 치른 시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1달 이상 늦게 시작했지만, 2위부터 5위까지의 승차가 3경기 반에 불과하고, 5위 팀을 뒤따라가는 중하위권 3팀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 등 순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선두 NC 다이노스는 10팀 중 가장 먼저 30승을 돌파, 28일까지 32승 14패의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2016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NC는 올해 정규 시즌 초반부터 고공 행진을 하면서 창단 첫 우승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2위 키움 히어로즈도 NC와 3경기 차이(30승 18패)로 역시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위 키움 바로 뒤에는 3위 두산 베어스(28승 19패)가 1경기 반 차이로 추격하고 있으며, 최근 연패에서 탈출한 LG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27승 20패). 5위 KIA 타이거즈(24승 21패)와 6위 삼성 라이온즈(24승 24패)의 승차도 1경기 반에 불과하며, 7위 롯데 자이언츠(22승 23패)도 5위 KIA를 2경기 차로 따라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이 1년 미뤄졌고 이로 인해 비게 된 3주의 일정을 정규 시즌 경기로 편성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올스타 게임도 취소되면서 휴식기까지 사라지게 되었고 이번 시즌은 다른 시즌보다 훨씬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루틴이 흔들린 선수들의 부상도 속출하고 있다.

개막 지연으로 깨진 루틴, 피로도 증가로 인한 부상 위험

보통 프로야구 선수들은 2월부터 스프링 캠프를 통해 3월 말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고 10월 말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한다. 예를 들어 선발투수들은 스프링 캠프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하여 개막 시점에는 개인 차에 따라 경기에서 80구에서 100구 전후를 던지는 루틴이다.

그런데 3월 말 스프링 캠프가 종료된 이후 예정되었던 시범경기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로 인해 각 팀은 경기장의 방역과 더불어 다른 팀과의 교류 경기도 할 수 없어 자체 청백전으로만 1개월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시범경기를 대체할 교류 연습경기가 편성되기는 했지만, 이미 깨진 루틴으로 인해 기존의 시범경기 기간 정도의 연습경기로는 몸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시즌이 대략 50일 정도 늦춰졌는데 시즌 종료 목표일이 30일 정도 늦춰졌고, 올림픽 브레이크 3주를 포함해도 평소 시즌보다 2주 이상이 빡빡하다.

예열 시간이 평소보다 너무 길어져서 루틴이 깨졌으니 평소의 루틴에 익숙한 몸은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몸이 익숙하지 않아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가 근육이 놀라고 몸이 망가지게 된다. 코로나19에 대한 야구장의 방역 상태는 양호한 편이지만, 루틴의 변화로 인한 선수단의 건강 위험 요소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예비 선수 자원이 부족하여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팀은 그 선수들이 부상 당할 경우 전력의 밸런스까지 깨진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가 그 대표적인 예로, 특히 한화는 18연패까지 겪으며 한용덕 전 감독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지연 입국했던 외국인들, 성적 부진 또는 부상에 퇴출까지

스프링 캠프가 끝난 시점에서 5팀은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국내에 들어왔다. 나머지 5팀의 외국인 선수들은 일단 상황을 대기하다가 대한민국의 방역 상황이 다른 나라보다 좋은 것을 알고 뒤늦게 입국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늦게 입국하기 전 해외 유입으로 인한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들에 대하여 2주 격리가 시행됐다. 국내에 연고가 없는 일반 입국자들은 테일러 모터(전 키움 히어로즈)의 여자친구가 그랬듯이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서 격리해야 했지만, 대한민국의 취업 비자가 발급되는 외국인 선수들은 구단이 구해 준 개인 숙소에서 자가 격리가 가능했다.

문제는 이 2주 동안의 격리로 인해 팀 훈련에 참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타자들도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투수들은 투구수를 늘리는 루틴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늦어졌다.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의 경우 예외적으로 개막전에서 완봉승을 기록하긴 했지만, 결국 그 이후 자가 격리로 인해 루틴이 맞지 않는 여파가 드러났다.

애드리안 샘슨(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스프링 캠프가 끝나고 롯데 선수단과 함께 입국하여 자체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사실 이 때 이미 부친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걱정이 컸지만 팀과 일정을 함께하기로 결정하고 입국했다.

결국 샘슨도 개막 직전에 고향에 다녀오게 되면서 2주 자가 격리를 하는 바람에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 부상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장 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샘슨은 부친의 임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롯데 구단 측에서도 샘슨이 부친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가족에게 다녀오는 것을 허락했다.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에도 공을 던질 수 있는 별도의 거처를 구단에서 임시로 마련했고, 그나마 이 덕분에 샘슨은 자가 격리에도 불구하고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한 공백을 최소화한 것이었다.

지연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의 주요 성적을 살펴보자면, 케이시 켈리(LG 트윈스)는 9경기 3승 3패 평균 자책점 5.12에 그치고 있으며 타일러 윌슨(LG) 역시 3승 3패 4.47에 그치고 있다. 부친의 임종을 지키고 시즌을 늦게 시작한 샘슨은 5경기 2승 3패 평균 자책점 5.96을 기록하고 있다.

채드 벨(한화 이글스)은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5월 말이 되어서야 시즌을 시작했고, 제이크 브리검(키움 히어로즈)도 올 시즌 4경기만 등판한 뒤 팔꿈치 염좌로 이탈했다. 웨이버 공시되어 벌써 대한민국을 떠난 모터와 제러드 호잉(전 한화 이글스) 역시 지연 입국으로 인한 자가 격리 여파를 피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도 자가 격리로 인해 키움의 국내 훈련에 뒤늦게 합류했다. 그러나 요키시는 27일 경기까지 7승 2패 평균 자책점 1.42를 기록하며 다승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27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7회 프레스턴 터커에게 2루타를 맞기 전까지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비록 퍼펙트 게임에는 실패했지만 이 날 경기에서 요키시는 8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위력적인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감독들도 건강 위험 노출, 염경엽 감독 병원 입원

루틴 변화로 위험에 노출된 이들은 선수들 뿐만이 아니다. 코치나 감독 등 코칭 스태프들 역시 다른 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중압감이 큰 상태다. 결국 지도자들 중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염경엽(SK 와이번스) 감독이 25일 더블헤더 첫 경기를 치르던 도중 경기 초반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해 정규 시즌 승률 공동1위(포스트 시즌 포함 최종 3위)에서 올해 정규 시즌 승률 9위까지 추락한 것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염 감독이었다.

사실 염 감독은 평소의 생활 루틴에 있어서도 식사하는 양이 적은 편이었으며 스트레스로 인하여 수면도 충분히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팀 성적의 급격한 추락으로 인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 감독은 평소와 똑같이 선수단을 지휘하려고 애썼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었던 24일에는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따로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자신의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먹을 고기까지 직접 구워주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하여 염 감독은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의식을 잃었던 순간 과호흡 증상이 일어났고, 왼쪽 팔다리가 저리는 증상도 지속되고 있어 거동이 어려울 정도라 당분간 경기 지휘도 힘든 상태다.

일단 염 감독은 병원에서 각종 추가 검사를 받는 것과 더불어 절대 안정을 위해 입원을 결정했다. 혈관과 신경 계통과 관련하여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향후 일정이 대구와 부산 원정이라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에게 가장 먼 원정 길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염 감독이 현장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박경완 수석코치가 감독 역할을 대행한다.

모기업 SK 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직접 면회까지 하려고 했으나 절대 안정을 위해 과일 선물을 대신 보냈으며, 구단에도 선수단의 건강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팀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감독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염 감독이 입원한 날 SK는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서 일단 8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무관중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도 원인, 7월부터 관중 입장 예정

시즌이 늦게 시작한 만큼 올 시즌 야구는 포스트 시즌을 11월 겨울에 치르게 됐다. 11월 이전에 포스트 시즌을 끝내기 위한 계획을 위해 순연 경기를 최소화 할 방안으로 잔여 경기 편성 때만 시행했던 더블헤더를 상시 시행하고, 경기 중간에 노 게임 처리되던 경기들도 서스펜디드 제도로 최대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더블헤더를 하게 되면 낮부터 밤까지 하루의 절반을 경기를 위하여 할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집중도 역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피로 누적을 막기 위해 더블헤더 첫 경기를 승리하면 두 번째 경기에서 백업 선수들을 위주로 라인업을 편성하는 팀들까지 나올 정도다.

또한 리그 운영 비용 절감 차원에서 퓨처스리그는 잔여 시즌의 인터리그를 모두 취소하고 리그 내부 팀들과의 경기로 다시 편성했을 정도다.

한편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거리두기의 단계별 기준 및 실행방안을 발표하면서 프로 스포츠의 관중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축구연맹(KFA) 등은 상호 논의를 통해 관중 입장을 개시하는 날짜와 경기장 별 관중 입장 비율을 조절할 계획이다. 관중 입장과 관련한 세부 지침안은 이번 주 안으로 확정될 예정이며 입장 개시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허가를 하기 전부터 관중 입장에 대한 매뉴얼은 준비되고 있었다. 관중 입장 비율은 점진적으로 높이되, 올 시즌은 50% 이내로 제한할 계획이다. 입장권 예매는 온라인만 허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은 입장할 수 없다.

선수들이 팬에게 사인하는 대면 접촉도 제한되며 하이파이브 등의 신체 접촉도 제한된다. 응원의 경우 각 팀의 응원단이 적절하게 음향 장치를 사용하여 응원을 유도할 수 있지만, 비말에 의한 감염 요소에 대한 대책으로 떼창 응원은 제한될 수 있다. 감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도의 식음료 판매도 당분간 제한된다.

경기장의 방역 상태는 양호하지만 거리두기의 여파로 인해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루틴이 갑자기 바뀌었고, 이로 인하여 선수들의 경기력과 부상 위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시즌은 이런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맞서면서 프로 스포츠는 다시 관중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관중 입장 계획이 속도를 붙인 만큼 프로 스포츠가 국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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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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