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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주중에는 작은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가맹사업을 운영하며 주말에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배달 기사로 투잡을 하고 있습니다.[기자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 5월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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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재난지원금이 충전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에 찍힌 '백만 원'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가족들 앞에서 "아빠가 한우 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침 주말에 집안 행사가 있어서, 오랜만에 한우 전문점에서 그 비싼 고기를 별다른 고민 없이 먹었다.

그렇게 거나하게 점심을 먹으며 '저녁에는 뭘 먹을까? 먹는 것만 고민하는 건 저급하니 책을 사자'며 조잘조잘 대화를 나눴다. 우리 가족은 흡사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즐거운 고민을 했다.

재난지원금이 되찾아준 평범한 일상 
    
땅거미가 슬쩍 내려앉은 이른 저녁, 서점을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십수 년만인 듯싶었다. 재난지원금이 아니었다면 당장 필요한 책이 있다고 해도 분명 온라인으로 구매했을 것이다. 몇 가지 책을 산 우리는 동네 한복판을 길게 가로지르는 수변 상가를 거닐었다.

식당과 주점이 밀집된 상가 지역이라면 '당연한' 모습들이 눈에 보였다. 고깃집에서는 피어오르는 연기, 맥줏집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목소리, 부모들 틈에서 빠져나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는 아이들. 이러한 모습들이 이렇게나 반가울 줄은, 코로나 이전엔 미처 몰랐다.

그날 우리 가족은 소비의 전제 조건이었던 '계획과 절제'라는 부담을 벗어버렸다. 마음껏 소비를 즐겼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하루'라는 소확행을 누렸다. 바로 '재난지원금' 덕분이었다.
 
동네 서점 동네에 새로 생긴 서점
▲ 동네 서점 동네에 새로 생긴 서점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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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가 지난 지금,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거의 사용된 듯하다. 주변 지인들과 비교해도 재난지원금을 상대적으로 오래 사용했던 나 또한 지난 6월 22일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돈을 다 사용했다.

며칠 전 주말, 아내는 장을 보기 위해 인근 대형마트(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대기업 마트)에 갔다. 그간 쇼핑객이 줄어 한산했는데, 이번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모습에 놀라 그냥 돌아왔단다. 이 얘기만 들어도 재난지원금이 어느 정도 소진됐다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거의 소진된 지금, 지원금 정책의 핵심 대상이었던 소상공인들은 6월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매출 하락을 마주하고 있다. 다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단톡방 대화 점주들이 매출하락에 걱정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
▲ 단톡방 대화 점주들이 매출하락에 걱정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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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배달업종은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은 업종이었다. 그동안 언론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오히려 배달업종은 반사 이익을 봤다. 그러나 지역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4월에 들어서자 배달업종조차 접객업소처럼 매출이 하락했다. 배달 건수가 줄고 매장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난 탓이다.

3월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배달업 사장들이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5월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정말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것이었고, 그 시기도 적절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혜택을 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 사례가 대학가에 입점한 가게들이었다. 개학 특수를 전혀 보지 못했다. 지방의 모 대학 근처에서 영업하는 사장님 한 분은 개학 시즌이지만 '온라인 개강'으로 그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여 매출의 50%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하반기부터 동일 업종의 난립으로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덮치자,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풀리던 5월에도 매출 하락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재난지원금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뗀 후

6월에 접어들며 소비 위축이 업종 전반에 걸쳐 더욱 광범위해진 느낌이다. 주말에 나와 함께 부업을 하는 육류유통업체 직원은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이번 주말엔 달랐다.

"형님 혹시 형님 업계는 매출 어때요? 괜찮아요? 저희는 지금 매출이 확 줄었어요. 혹시 앞으로 수요가 더 줄어들까 두려워 서로 재고 푼다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으로 수혜를 봤다고 알려진 업종도 다시 돌아온 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인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장들과 정부 관료들, 정치인들 사이에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또는 기본소득제도' 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소상공인을 위한 저리 긴급 대출과 같은 '산소호흡기'성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한 생명 유지는 가능하다. 다만 치료비는 계속 누적될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국가가 그 비용의 전부를 부담하지만, 치료비는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전자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재정 또한 마르지 않는 샘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을 많은 전문가와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 문제를 논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소수를 구하기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감수할 것이냐,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것이냐'라는 '도덕적 딜레마'까지 들먹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단순하게 말하고 싶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는 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정치인, 관료, 전문가들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또 한 번의 '재난지원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효과는 검증되었으니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견디게 해줘야 한다.

또 이번 재난으로 많은 자영업자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원금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가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최근처럼 사회 보장과 복지 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던 적이 있을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의견 대립도 나오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으로 글을 끝맺으려 한다.
 
"오류를 저지르는 것은 가장 불행한 징조가 아니다. 깊은 관심을 두고 전념하다가 저지른 오류라면 여전히 그 오류로부터 교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불행한 경우는 진실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다. 진실에 대한 고려를 사치재나 그와 유사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  몬드라곤 창업자 호세 마리아 아스멘디아리에타 신부 어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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