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포스터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 CJ 엔터테인먼트

 
지금 막 연애를 끝낸 다프네(쉐일린 우들리)는 내 인생에 사랑은 없다며 연애, 술을 끊로 작정했다. 6개월간 금욕하며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동안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려웠던 다프네는 상대방에게 종속되는 연애를 이어왔다. 설레는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하게 되는 건 좋지만 이별이 다가왔을 때 외롭고 지치는 생활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결심했다.

최근 다니던 직장도 갑작스럽게 그만두었다. 어쩔 수 없이 언니 집에 들어갔다. 일도 사랑도 삶도 잘 풀리지 않자 다프네는 금욕 생활로 새롭게 시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 갔다가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를 만나게 된다. 다프네는 섹시하고 충동적인 남자 프랭크(세바스찬 스탠)와 지적이고 섬세한 잭(제이미 도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둘 다 가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기침, 가난, 사랑 중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랑이 나타났다. 완벽하지 않은 적당한 결핍은 이끌림의 원동력이 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해 간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여성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다프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안정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애인 사이로 규정하기 꺼리는 잭과 충동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으로 상대방을 들었다 놨다 하는 프랭크를 만나며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한 감정은 마찬가지였다. 나아지는 것은 없고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둘 중 누구 하나 확실한 만남으로 단정하기도 싫다. 나이는 계속 들어가는데 뭐 하나 이루지 못해 불안한 여성의 심리를 영화는 다프네를 통해 보여준다.

무엇이 좋은지 몰라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그 결정이 필요할 때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인간관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지만 선의의 거짓말은 자신을 보호하는 거라 믿어왔다. 그러다 일이 꼬여가자 엄마 때문이라며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도 하고, 전 남자친구와의 실수를 돌아보며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계의 서걱거림은 다프네 자신에게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결정이 되지 않았으나 두 사람을 만나며 단단히 자신을 성장시켜 갔다. 파괴는 창조적 행동의 전제라고 말한 카잔차키스의 말을 떠올리며 과거에 발목 잡혀 자기혐오에 빠지기보다 앞으로 사랑할 사람은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된다. 내가 먼저 나랑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달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늘 상실에 두려워하던 불안함을 지탱해줄 평생 내 편인 동지를 얻게 된 것에 감사한다.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는 CJ 엔터테인먼트 글로벌 프로젝트이자 <라이크 크레이지>, <뉴니스>에 이은 드레이크 도리머스감독의 러브 트릴로즈 마지막 이야기다. 쉐일린 우들리, 제이미 도넌, 세바스찬 스탠이 합세해 로맨틱한 영상미를 완성했다. 감각적인 색감과 음악은 물론 그의 시그니처인 비주얼이 영화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 CJ 엔터테인먼트

 
특히 보이쉬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벗은 쉐일린 우들리와 세바스찬 스탠과 제이미 도넌의 상반된 이미지 변신을 주목할 만하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버키 역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던 세바스찬 스탠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거부할 수 없는 남자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억만장자 그레이를 맡은 제이미 도넌은 지적이며 섬세한 로맨틱 가이로 변신해 마음을 흔든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봤다면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심리 변화에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찬란하게 아름다웠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리는 사랑, 상대방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자유롭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을 잘 포착했다. 보고난 후 바로 와닿기 보다 이후에 계속해서 잔상이 남는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랑의 속성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구현한 영화다.
엔딩스 비기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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