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의 사운드트랙> 포스터

<16세의 사운드트랙> 포스터 ⓒ 마노엔터테인먼트

 
'음악은 국경 없는 언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음악에는 세대와 인종, 국적을 초월해 하나가 되는 힘이 있다. 음악의 힘은 시대에서도 비롯된다. 그 시대에 유행했던 노래는 같은 사운드트랙을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동질감을 주고 공감을 느끼게 만든다.

지난 200년 동안 영국에서 자란 모든 사람들에게 향수를 이끌어낼 것이란 평을 받은 이 영화는 같은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 16세의 사운드트랙 >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모두가 10대 시절 흔히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소재로 한다. 10대 시절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지금 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기분이 상하거나 욕심을 부리기도 하며, 그때는 알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가볍게 생각한다.

작품은 16세 소녀와 소년의 캐릭터를 공감가게 그려낸다. 메이지는 절친한 친구 메건이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남자와 첫 키스를 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친구들 중 키스를 하지 않은 건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래들에 비해 뒤쳐진다 생각한 메이지는 절친한 친구들 대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자 한다. 그 친구들은 학교에서 잘 나가는 무리다. 메이지는 이 무리에 들기 위해 남자와 키스를 해봤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16세의 사운드트랙> 스틸컷

<16세의 사운드트랙>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던 메이지는 무리해서 자신을 바꾸고자 한다. 잘 노는 무리와 어울리면 자기도 연애를 할 수 있을거라 여긴다. 인기 많은 네이든을 좋아하지만 수줍음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는 메이지는 새로운 친구들에게서 당당함을 배우고 싶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메이지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 매사 소극적인 메이지를 놀리고 무시하기 바쁘다.

그런 메이지와 우연히 파티 화장실에서 만나게 되는 벤은 갑작스러운 현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춘이다. 스스로 학교에서 가장 똑똑하다 여기는 A등급 벤은 새 학기 시험에서 충격적인 C등급을 받게 된다. 똑똑하다고 주변에서 인정을 받았던 벤은 노력하는 괴짜가 될 바에야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티에 가느라 공부를 못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파티장을 향한다.

벤은 학창시절 누구나 공부 때문에 고민해봤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한다는 건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벤 역시 자기가 똑똑하기 때문에 남들이 관심을 가져준다고 여긴다. '천재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은 따라가지 못할 바에야 포기하는 게 편하다는 마음을 품게 한다. 그런 벤 앞에 나타난 메이지는 변화를 이끌어 낸다.
 
 <16세의 사운드트랙> 스틸컷

<16세의 사운드트랙>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제목 그대로 '16세의 사운드트랙'을 중점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벤은 1년이 지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들은 사운드트랙을 구워 CD로 만든다. 당시의 추억을 음악으로 기록해두는 것이다. 학창시절의 1년은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준다. 1년 전과 전혀 다른 사운드트랙이 앨범을 채울 만큼 말이다. 메이지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려 남자경험을 만드는 게, 벤에게는 천재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공부를 포기하려는 거처럼 말이다.

두 청춘의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품어봤을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고민이다. 연애 경험이 없는 내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지고, 공부를 못한다는 건 나만 멍청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게 만든다. 영화는 이럴 때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학창시절은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메이지와 벤은 서로를 만나면서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16세의 사운드트랙> 스틸컷

<16세의 사운드트랙>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메이지는 벤과 친해지면서 진정으로 서로를 위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란 걸 알게 된다. 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축구를 하는 메이지는 잘 나가는 친구들이나 네이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서서히 내려놓는다. 학창시절에는 멋있다는 이유로,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그래서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에게 소홀해질 때가 있다.

메이지는 벤을 통해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벤은 메이지를 통해 노력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학창시절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도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한 걸 남이 아는데 점수가 안 나오면 바보같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메이지는 노력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임을 일깨워 주며, 특별한 건 타고난 게 아닌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힐러리 셰익스피어 감독의 이 데뷔작은 자매인 안나-엘리자베스와 함께 각본을 썼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학창시절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둘은 런던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는 물론 당시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공감을 유발한다. 이 공감은 특별함이 아닌 보편성을 지닌다. 학창시절을 보낸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떨림, 우정과 노력을 담아내며 두 청춘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16세의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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