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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1월 28일 인권재단사람 2층 다목적홀에서 <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조사 > 결과보고회를 개최하였다.
 2019년 11월 28일 인권재단사람 2층 다목적홀에서 <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조사 > 결과보고회를 개최하였다.
ⓒ 인권재단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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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재단 사람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딱 10년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회사보다 인권재단 사람에서 일한 경력이 더 많아졌다. 잘 버틴 편이다. 그사이 많은 동료 인권활동가들이 현장을 떠났다.

이유는 다양했다. 이 일이 맞지 않아서, 사람과의 갈등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로, 미래를 상상할 수 없어서 떠난 사람도 있었지만, 인권단체에서 지급하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생활하는 것이 녹록지 않아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거나 다시 영리 회사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려니 했다. 어쩔 수 없으니까. 가끔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떠난 그들의 선택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씁쓸했지만, 붙잡을 수도 없었다. 하루아침에 월급이 오를 수 없으니 내 몫은 그가 선택한 새 삶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외식 프랜차이즈업을 하는 한 회사에서 약 6년 동안 일을 했다. 내부에서 승진도 했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으며, 업무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먹고 먹히는 야생과 같은 그곳에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대다수의 노동자처럼 참고 견뎌보려 했지만, 사회적 약자 소수자 곁에서 함께하는 전업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도 있었고, 제법 돈도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평소 받던 월급의 절반, 최저임금이 곧 시민사회단체 월급이 되는 삶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인권재단 사람을 선택했다. 이윤보다 가치를, 나를 위하는 삶보다 모두가 나아지는 삶을 꿈꾸었기에 인권활동가로서 경험하게 될 가난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쓰디썼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나의 첫 월급은 약 100만 원 남짓이었다. 이마저도 다른 인권단체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시민사회 활동가가 적은 임금에도 비영리 활동을 택하는 이유는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토양과 구조, 제도 등을 바꾸고 싶어서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 활동가가 생활을 포기할 정도의 적은 임금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해석해선 안된다.

그게 당연하다고 해석해선 안된다
  
시민사회 활동가는 헌신과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최저임금이 곧 시민사회 활동가의 임금이 되는 현실은 지난 5월 문화일보와 같은 저열한 기사를 만들어냈다. 시민사회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 성과는 깡그리 무시한 채 '누가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지' 경쟁하듯 보도한 언론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자존감을 짓밟았다.
  
 문화일보는 지난 5월 19일 <정의연 직원 연봉, 경실련보다 800만원 많아>라는 기사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임금 수준이 시민단체 중 규모가 큰 참여연대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울)의 평균 연봉보다 400만∼800만 원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5월 19일 <정의연 직원 연봉, 경실련보다 800만원 많아>라는 기사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임금 수준이 시민단체 중 규모가 큰 참여연대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울)의 평균 연봉보다 400만∼800만 원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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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문화일보는 <"정의연 직원 연봉, 경실련보다 800만원 많아">(https://bit.ly/3dv3rbC)라는 기사를, 머니투데이는 <"윤미향 최저임금" 정의연, 평균연봉 경실련보다 700만원↑>(https://bit.ly/2Yvhp9s)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 '정의연 직원들이 참여연대, 경실련보다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연봉 700~800만 원 더. 정의연 활동을 흠집 내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저임금 조금 넘는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기사였다.

그러나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이 기사를 통해 허탈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꼈고, 시민사회의 역할과 가치가 모두 더럽혀진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가 위안부 할머니, 곧 피해자들에게 지원되어야 할 돈으로 활동가들이 급여를 챙긴 것처럼 호도하는 최악의 기사였다.
   
물론 당시 이 기사를 접한 대다수 사람은 "문화일보, 연봉 6천만 원이나 받고도 이 정도 기사밖에 못 쓴다"며 비판했다. 최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패널로 출연한 임자운 변호사는 관련 기사를 일갈하면서 "본문의 부끄러움 때문에 제목 옆에 '내용 없음'이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사로서의 가치를 더 논하기에 시간이 아깝고 다시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팩트는 제대로 짚어보려고 한다. 과연 일부 언론보도처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급여는 높기만 할까.

모욕감

2019년 '인권재단 사람'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가 공동으로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조사>(https://bit.ly/3duTbAm)를 진행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곁에서 이들의 고통을 듣고 전달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권활동가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위함이었다. 71개 인권단체와 125명의 인권활동가가 참여한 설문 등을 분석한 결과, 인권활동가들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30.4%가 여전히 최저임금 미만의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었고, 상근 활동가의 평균 활동비는 약 182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주3일 근무나 활동비를 불규칙적으로 지급받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약 168만 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약 175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인권활동가들이 최저임금 전후의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활동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의 상황이 열악하다고 해서 이들이 과한 활동비를 지급받길 원한다면 큰 오산이다. 응답자의 76.8%가 175만 원~25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시민사회 단체 적정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금액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다수 단체는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후원금 중에 일부를 인건비로, 단체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가 입장에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인건비로 요구하기 쉽지 않다.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연구조사에서 인권활동가들의 평균 기부금액이 월평균 9만 원, 일반 국민의 기부금액보다 3배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1명을 제외한 124명 모두가 한 곳 이상의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하고 있었다. 서로를 품앗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금액의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으면서도 단체의 재정안정을 위해 후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인권, 시민사회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과 만나는 다양한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후원금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후원금 감소는 곧 활동가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조건마저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5월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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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의연 사건 이후 언론은 연일 시민사회단체가 마치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한 집단인 듯 흠집 내고 있고, 이는 곧 위축감으로 이어져 '기부'라는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이 매우 안타깝지만,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코로나가 남긴 차별과 혐오의 문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 제발 이들에게 수고한다는 말은 못 할지언정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임금 받는다고 조롱하고 폄훼하지 말아 달라. 과연 언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지금 진짜 필요한 말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민사회 활동을 하려면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월급날을 기다린다. 그 돈이 많든 적든 자신이 일한 가치의 보답을 받는 순간이고, 한 달 동안 일한 노동의 대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돈은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기 위한 조건의 전부는 아니다. 대다수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와 싸우고,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활동가들에게 빚지며 살아가고 있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면 어떨까.

"사회를 바꾸기 위해 당신이 하는 일은 정말 소중하다. 하는 일에 대한 가치만큼 충분한 대우를 못 받고 있지만, 그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좀 더 힘내 달라"

어쩌면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일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민석씨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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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재단 사람,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무지개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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