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경기를 보고 있다. 2020.5.31

지난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경기를 보고 있다. 2020.5.31 ⓒ 연합뉴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의 스타 감독, '독수리' 최용수(FC서울 감독)와 '진공청소기' 김남일(성남FC) 감독이 나란히 '시련의 6월'을 보내고 있다. 두 감독이 이끄는 서울과 성남은 한때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었지만 최근에는 나란히 연패의 늪에 허덕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은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서울은 20일 홈구장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8라운드 경기에서 울산에 0-2로 패했다. 서울은 지난달 31일 성남전(0-1패)을 시작으로 전북 현대(1-4패), 대구FC(0-6패), 상주 상무(0-1패)를 맞아 연달아 패한 바 있다.

서울의 5연패는 안양 LG 치타스 시절이던 1995년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기록인 1997년 7연패 기록에도 2경기 차로 근접했다. 현재까지 2승 6패를 기록한 서울은 승점 6점으로 K리그 12개팀 중 10위에 머물렀다.

최용수 감독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울산을 상대로 익숙한 스리백 전술 대신 포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2015년 이후 최 감독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던 스리백 전술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현재 서울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은 명가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울산을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선택했고, 전반까지는 이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여 리그 최다득점을 자랑하는 울산에 단 1개의 유효슈팅도 허용하지 않을만큼 선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세종의 갑작스러운 퇴장이 경기 흐름을 바꿨다. 전반전에 이미 거친 태클로 경고를 받았던 주세종은 후반 18분 자신의 패스가 윤빛가람에게 차단당하자 조급한 마음에 공을 빼앗으려고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으나 공은 건드리지 못하고 상대 선수만 넘어뜨리고 말았다.

주세종은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가뜩이나 밀리던 서울을 수적 열세에 놓이게 했다. 이후 기세를 탄 울산은 후반 21분 비욘 존슨의 헤더골로 마침내 서울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서는 주니오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세종의 조급한 판단미스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서울에게는 너무나도 뼈아팠다.

서울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답답한 득점력도 여전했다. 서울은 이날도 골대만 두 번이나 때리는 불운 속에 울산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하며 대구-상주전에 이어 최근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5연패 기간 동안을 모두 포함해도 전북전 1골이 전부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에서 선수-코치를 거쳐 감독의 자리까지 오른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서울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K리그와 FA컵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 장쑤 쑤닝 감독을 거쳐 다시 FC서울로 복귀한 2018년에도 팀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구해냈다. 사상 첫 2부 강등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것이다. 2019시즌에는 다시 팀을 3위로 끌어올리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지난 2018시즌의 악몽이 떠오를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 페시치와 오스마르 등 외국인 선수들의 연이은 부진과 부상, 공격진의 세대교체 실패, 익숙한 스리백 전술에 대한 전력 노출과 기성용-이청용의 국내 복귀 불발 등 악재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용수 감독의 능력 문제보다는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부족이 더 아쉬운 상황이다. 그나마 서울전에서 4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연패탈출의 고비인 최하위 인천과의 27일 맞대결을 앞두고 작은 소득이다.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FC 김남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FC 김남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김남일 감독은 사령탑 데뷔 이후 롤러코스터같은 두달을 보내고 있다. 5월까지만 해도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초보감독임에도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6월 들어 거짓말같이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7일 대구에 당한 1-2 역전패를 시작으로, 울산(0-1), 수원(0-2), 상주(0-1)에 모두 패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최근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나온 득점이 대구전 후반 초반에 나온 양동현의 PK였을만큼 필드골 가뭄이 심각하다.

초반의 무패행진이 오히려 독이 된 듯한 모습이다. 약체로 예상됐던 성남이 초반 의외의 호성적을 기록하자 상대팀들은 성남을 집중분석과 견제의 대상으로 삼았다. 경기내용면에서는 주도권을 잡은 경기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나마 연패에도 불구하고 8경기에서 7실점밖에 내주지 않았고 3골 이상 대량 실점한 경기가 없을만큼 수비 조직력 자체는 탄탄한 편이라는 게 위안이다. 지난 상주전도 경기 막판에 뼈아픈 페널티 킥을 내줬지만 김영광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했을 수도 있었다.

성남은 공격 점유율이 높지않은 데다 부족한 마무리 능력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양동현-홍시후-토미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개인능력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켜줄 만한 해결사가 없고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 전방 압박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27일 부산전에서 임대로 영입한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를 활용할 수 있다는게 한 가닥 위안이지만 실전 공백기가 있는 만큼 당장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추가적인 선수 보강이 필요해보이지만 시민구단의 사정상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올해 처음 프로 감독 지휘봉을 잡아 현재 K리그1 유일의 초보감독인 김남일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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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김남일 성남FC FC서울 스타출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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