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예능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

MBC 새 예능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 ⓒ MBC

 
지상파 TV 편성 시간대 중 주말, 특히 토요일 오후는 '버림받은 존재'나 다름없다. 3사 모두 재방송으로 떼우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된 지 오래다. SBS같은 경우 아예 밤 8시뉴스 전까지 무려 7시간가량을 기존에 방송됐던 드라마나 예능의 재방송으로만 편성할 정도다. 야외 나들이, 외식 등 평소 바빠서 하지 못했던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에게 TV시청은 당연한 후순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MBC가 과감하게 신설 예능 프로그램을 토요일 오후 5시에 집어 넣었다. 게다가 진행자는 5년 만에 MBC를 다시 찾은 인기 요리연구가 백종원이다. '토요일 오후엔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기존의 통념에 비춰볼 때 이와 같은 편성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근데 MBC와 백종원은 왜 하필 이 시간에, 그것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요리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 것일까?  

오후 5시 생방송... 저녁 식사 마련할 시간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 MBC

 
20일 첫 방송 한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는 지난 2015년 <마이리틀 텔레비전>으로 대성공을 거뒀던 백종원의 MBC 귀환이라는 점에서 방영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백종원은 실시간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스튜디오 녹화에서 네티즌들과의 원할한 쌍방향 소통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한 바 있다.  

동시에 백종원은 tvN '집밥 백선생' 시리즈를 통해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연예인들을 제자로 삼아 기초를 다지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등 초보자들도 주방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다. 이번 새 예능 <백파더>는 그동안 백종원이 잘 해왔던 시청자들과의 소통과 초보자 상대 강의라는 두가지 틀을 하나로 묶음과 동시에 프로그램 협찬에 대해선 기부를 결정하는 등 기존 SBS <맛남의 광장>에서 이뤄지는 선한 영향력 확대도 꾀한다. 

TV 시청의 불모지인 토요일 오후 5시는 저녁 식사를 마련 하기에 적절한 시간대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미리 밥을 안치고 각종 반찬, 요리를 마련한 뒤 이후 방영되는 예능, 드라마 등을 시청하며 밥 먹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활용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왜 생방송을 택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첫 방송에서 <백파더>는 요리의 기본인 밥짓기, 계란 프라이부터 실시간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요리 초보자들이 자신들의 솜씨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가장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켜준 것이다. 

더디기만 한 생방송 진행 속도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 MBC

 
"요리 잘하는 분들은 이것 말고 딴 거 봐요"라는 백종원의 말처럼, <백파더>는 철저히 요리 초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쌀 계량부터 씻기, 물조절 등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시작하다보니 밥이나 찌개 정도는 만들 줄 아는 많은 시청자들에겐 큰 궁금증이나 흥미를 유발시키기 어려운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백파더>만의 '필살기'로 내세운 생방송 진행은 첫 회만 놓고 보면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된다. 50곳 가까운 시청자의 집안과 현장 스튜디오를 인터넷 영상으로 이어 쌍방향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이들을 두루 살피려다보면 자칫 방송 진행이 산만해지는 역효과도 발생한다. 집중적으로 화면을 보여준 부산과 광주 2곳의 시청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참여자들의 요리 상황 파악은 거의 불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방송만이 지닌 편집 요소의 배제였다. 사전에 촬영된 분량에 각종 효과와 재치 넘치는 자막을 삽입해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예능 프로만의 특징이 사라진데다 변변한 배경음악 활용도 없다보니 종종 눈과 귀의 피로 및 지루함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 90분이란 시간에 쫓기다보니,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황급히 방송을 끝내게 되는 아쉬움도 남겼다. 

리얼타임 쿡방, 예능계 새 바람 일으킬까?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 MBC

 
​공교롭게도 21일에는 케이블채널 올리브가 역시 생방송으로 이뤄지는 <쿡방라이브>를 신설해 방영한다. 스타 요리사만의 레시피를 실시간으로 배울 수 있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백파더>와 함께 관심을 모은다. 기존 쿡방에 '리얼타임' 생방송을 접목시킨 이들 프로그램의 등장은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접촉'이라는 요즘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대형 모니터를 앞에 두고 고수들을 따라하며 요리 실력을 키우는 모습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 화상 강의로 수업을 받는 요즘 학생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시간 채팅으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인터넷 생방송 및 강의 방식을 TV 무대로 이동시켜 유튜브 환경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의 생활 습관에 맞춘 프로그램의 등장은 경직되고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기존 지상파 예능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첫 방송에서 노출한 문제점을 재빠르게 보완한다면, <백파더>가 선보인 '리얼타임 쿡방'은 갈수록 획일화되어가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옛말처럼 <백파더>는 모든 시청자들에겐 포만감을 안겨주진 못했지만 정체되기만 한 지상파 TV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등장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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