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시즌 중 외국인 선수의 방출을 제일 먼저 단행했던 키움 히어로즈가 새로운 용병을 찾았다. 키움은 5월 30일 기존 외국인 야수였던 테일러 모터의 웨이버 공시를 발표한 뒤 3주의 시간 동안 새로운 야수 자원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6월 20일 키움은 모터를 대체할 외국인 야수로 내야수 자원의 에디슨 러셀을 영입했음을 발표했다. 러셀과의 계약금, 연봉 등 각종 비용은 도합 53만 달러로 발표됐다. KBO리그에서는 용병 선수의 최초 계약 시즌에는 각종 비용을 합하여 10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으나, 같은 팀과의 재계약에 한해서는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도 가능하다.

모터를 엔트리에서 제외한 뒤 키움은 지켜보고 있었던 다른 외국인 선수 자원들과도 협상을 시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은 프로 스포츠들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메이저리그는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갈등으로 개막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키움은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팔꿈치 통증으로 5월 27일부터 전력을 이탈했다. 간판타자 박병호도 시즌 초반 부진이 길어지면서 팀 전력 전체가 크게 약화될 우려 요소까지 있었다. 외야진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까지 겹치면서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김규민, 박준태 등도 기용해야 할 정도였다.

이에 키움은 외야수 영입을 목적으로 메이저리그 출신 야시엘 푸이그와도 협상을 했다. 1990년 12월 7일 생으로 쿠바 출신의 푸이그는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가 좋지 않던 시점에 망명하여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사실상 마지막 세대였다. 이후 미국과 쿠바가 외교 관계를 다시 정립하면서 쿠바 출신 선수들은 망명하지 않고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푸이그는 2012년 쿠바 탈출에 성공한 이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계약했고, 2013년 메이저리그에 승격됐다. 당시 타격 후 폭발적인 질주로 큰 돌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며,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던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선수였다.

뛰어난 기량으로 2014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된 적이 있는 푸이그였지만, 뛰어났던 야구 기량과는 별개로 문제가 있었다. 난폭운전으로 경찰에 두 차례나 적발된 적이 있으며, 감정 기복이 심하여 다저스가 푸이그를 관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푸이그는 2018년 시즌이 끝난 이후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되었고, 다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미국 시민권 취득에는 성공했지만 FA 시즌을 앞두고도 경기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면서 2020년에는 현 시점까지 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메이저리그 개막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모터를 방출했던 키움이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키움과 푸이그의 협상은 12일에 최종 결렬됐음이 알려졌다. 손혁 감독이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활동을 하던 시절 2014 올스타 게임 현장 중계 때 푸이그와 만나기도 했지만, 한 팀에 몸담을 가능성은 사라졌다. 

2016 염소의 저주 깨뜨렸던 컵스의 주축 에디슨 러셀

푸이그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 키움이 접촉한 외국인 선수는 놀랍게도 러셀이었다. 1994년 1월 23일 생 미국 플로리다 주 출신으로 2012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됐던 러셀은 2014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된 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러셀은 메이저리그 615경기에서 타율 0.242에 OPS 0.704를 기록했다. 311안타 186볼넷 60홈런 239타점 247득점 17도루를 기록한 내야수 자원이었다. 특히 2016년에는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적도 있으며, 소속 팀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는 데 공헌한 주축 멤버였다.

러셀은 원래 유격수였으나 스탈린 카스트로에게 밀려 2루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기량의 향상으로 카스트로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고 결국 컵스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러셀은 2016년 정규 시즌 151경기에서 525타수 125안타로 타율은 0.238로 다소 낮았다. 그러나 21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파워에서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내셔널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타율은 0.203으로 낮았으나 3홈런 13타점의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기여했다.

러셀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홈런으로 2타점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러셀의 활약에 힘입어 컵스는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했던 월드 시리즈 4차전에서 염소의 저주가 터진 이후(7차전 패배) 71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다.

러셀은 인디언스를 상대로 했던 월드 시리즈 2차전과 5차전에서 각각 1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컵스가 시리즈 패배 위기에 몰렸던 6차전에서 러셀은 그랜드 슬램을 포함하여 5타수 2안타(1홈런) 6타점으로 대활약하며 2승 3패로 위기에 몰려있던 위기의 컵스를 구해냈다.

러셀은 7차전에서도 1타점을 추가했으며 컵스는 7차전 연장 10회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승리했다. 1908년이 마지막 월드 챔피언이었던 컵스는 무려 108년 만에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염소의 저주를 깨뜨렸다.

키움과 계약한 러셀, 수비는 안정적인데 나머지 요소는 글쎄...

수비력은 안정적이지만 러셀은 경기 외적으로 문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러셀은 가정폭력에 연루된 혐의로 2017년에 기소됐다. 게다가 하비에르 바에즈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도 빼앗겼다. 당시 가정 폭력 문제에 강력하게 대처했던 메이저리그는 4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후 러셀은 재혼하여 다시 가정을 꾸렸고 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징계 이후에도 러셀은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주전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특히 오른손 투수들을 상대할 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결국 2019년 82경기 출전에 그친 러셀은 시즌이 끝난 뒤 연봉 조정 3년차를 맞이했지만 논 텐더로 방출됐다. 젊은 나이와 수비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3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논 텐더 방출 선수를, 그것도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뒤에서 버티고 있는 그를 찾는 팀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키움과 계약한 러셀은 일단 미국에서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도움을 거쳐 메디컬 체크와 취업 비자 발급 등 계약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를 마친다. 보통 메디컬 체크는 국내 병원에서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일단 의료 절차도 미국에서 대체하게 됐다.

우승 DNA 갖고 있는 러셀, 우승을 위해 영입한 키움

러셀의 정확한 입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입국 일정이 확정되면 러셀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바로 키움 측이 마련한 외국인 선수 전용 거주지에서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여 감각을 조율한 뒤 경기에  출전하는 시점은 빠르면 7월 중순이 될 전망이다.

러셀과 계약한 키움의 김치현 단장은 현장과의 논의를 통해 내야수를 영입했음을 발표했다. 러셀이 주로 맡았던 유격수 포지션은 키움에서는 김하성이 주전을 맡고 있으며 일단 모터의 빈 자리를 조정하여 메울 예정이다. 러셀은 2루수를 맡았던 경험도 있기 때문에 무릎이 좋지 않은 서건창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

김하성과 러셀의 주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일단 1루수에 박병호를 고정하고 유격수와 2루수 그리고 3루수 역할이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다. 무릎 상태 때문에 지명타자 출전 빈도가 높은 서건창의 상황도 배려가 필요하다. 외야 자원도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겹쳤기 때문에 김혜성이나 전병우 등 다른 선수들도 포지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하성이 이번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에 김하성과 러셀의 수비 능력을 같은 팀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는 김하성이 러셀로부터 수비와 관련한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며, 메이저리그 적응에 필요한 기타 요소들도 미리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또한 2008년 창단 후 아직 한국 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키움에게 있어서 러셀의 우승 경험은 또 다른 노하우가 될 수 있다. 시리즈 패배 위기의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 그랜드 슬램을 기록하며 팀을 구해낸 적이 있던 러셀인 만큼 포스트 시즌 결정적인 순간에 큰 활약을 보여줄 수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지연 개막하면서 올해 포스트 시즌에 한정하여 11월 15일 이후 모든 경기는 고척 스카이돔에서만 열린다. 고척 스카이돔을 홈 경기장으로 쓰는 키움에게는 올해가 결정적인 우승의 기회인 셈이다. 

모터와 푸이그 사례를 볼 때 프로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의 품행도 팬들에게 있어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잘못된 행동으로 팀의 분위기를 흐릴 경우 팀 전체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키움의 이번 선택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러셀은 경기력에 대한 키움의 기대와 품행 문제에 대한 팬들의 우려를 동시에 안고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키움이 러셀을 어떻게 관리할지, 그리고 러셀이 KBO리그 경기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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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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