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이란 물체를 둘러싼 유체가 물체를 위로 들어 올리는 힘을 말한다. 동남아시아 해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며 더 이상 수면 아래에 잠겨 있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떠올라야만 한다.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생선을 누가 잡았는지, 내가 마신 커피 한 잔을 위한 커피는 누가 재배했는지를 궁금해해야 한다.

영화 <부력>은 캄보디아에서 태국으로 일하기 위해 떠난 수많은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를 알리는 사회고발 영화다. 인신매매 현장과 어선의 강제 노동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부터 고립된 배 안에서 일어나는 스릴을 다루고 있다. 선장과 노동자라는 수직관계뿐만 아니라, 같은 노동자끼리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미묘한 심리전도 압권이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누가 이 소년을 죽음의 바다로 내몰았을까. 가난의 대물림, 노동착취, 인신매매, 임금체불, 아동인권 실추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캄보디아에 사는 14살 차크라(삼 행)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 가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일을 해야만 했다.

축구화도 없이 공을 차고 물놀이가 마냥 좋은 열네 살,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마음에만 품고 있는 순수한 소년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질 것 없어 보이는 현실에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태국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태국으로 간다는 부푼 희망을 안고 차크라는 돌봐야 할 가족 때문에 온 케아 형(모니 로스)을 만난다. 그는 자신도 돌보기 어려운 극한상황 속 동생처럼 보호하고 도와주는 유일한 어른이다.

하지만 브로커에게 줄 500달러가 없는 차크라는 첫 월급에서 차감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브로커는 돈이 모자라거나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공장으로 안내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떠밀려 다다른 곳은 허름한 고기잡이배였다. 약속과 달리 하루 종일 부역에 시달리는 고통의 시작이었다.

배를 탄지 얼마나 지났을까. '일하면 준다던 돈은 언제 줄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잡어를 분류하는 작업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한 구역에서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씨가 말라 더 먼바다로 나갈 정도로 어획량은 무지막지했다. 어선의 일꾼들은 하루 한 끼 반찬도 없이 허연 쌀밥과 더러운 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그재그로 누워 쪽잠을 청하고 새벽이 되면 정신없이 강제노동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쌓여가지만 선장 롬란(타나웃 카스로)는 더욱 잔혹한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기에 이른다.

절대로 가라앉아서는 안될 이야기
   
지구의 어머니, 생명의 보고 바다 아래의 진실들이 불편하고 추악했다.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이곳까지 왔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하고 가혹했다. 일한 대가는 물론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학대에 시달렸다.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였다. 일하지 못할 정도도 아프면 쓸모없는 물건처럼 바다에 그대로 버렸다. 선장은 캄보디아 사람, 미얀마 사람이 어떻다는 둥 마치 동물 고르듯 일꾼을 흥정했다. 인격모독과 폭력, 하물며 살인까지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무법천지 한복판에 보호 장비 없이 들어온 꼴이었다. 그렇게 소년은 도망칠 수도 없고 도망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무력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오프닝과 클로징의 상반된 장면으로 소년의 성장을 암시한다.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소년의 가냘픈 등을 시종일관 쫓던 것에서 방향을 틀어 소년의 앞모습을 비추기 때문이다. 부모의 돌봄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는 법을 배운 소년의 성장을 모두가 지지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런 말을 썼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에게 세계다.' 알 속에서 머물고자 했을 때 진정한 새가 될 수 없다. 결국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만든 알을 깨고 나옴으로써 세상을 마주한다.

영화는 가난한 나라가 더 가난한 나라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보여준다. 아동인권과 강제노동을 고발하는 전복으로 상징되는데 불편한 장면이 내내 이어진다. 한 번 들어오면 죽어서야 벗어날 수 있는 죽음의 바다에서 무엇을 건질 수 있겠나. 돈도 희망도 꿈도 없다.
   
실제 노예노동 피해자들은 태국 수산업 종사 인구 60만 명 중 절반이 미얀마,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 전 세계 약 40%의 수산물이 현대판 노예노동의 결과로 잡히고 유통되어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어업 노동환경을 위해 영화는 호주 개봉 당시 #whocaughtmyfish 캠페인을 벌였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영화를 본 이상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은 배부른 변명이 될 뿐이다. 그들을 노동의 사각지대로 내몬 사람은 누구일까? 어쩌면 편리하고 싸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원했던 당신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오늘도 쉽게 먹고 마시고 생활한 일상은 누군가의 눈물과 땀방울로 채워진 것이라는 생각. 끊을 수 없는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