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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박홍근, 박주민, 전용기, 장경태 의원 등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발언 중인 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사진)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박홍근, 박주민, 전용기, 장경태 의원 등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발언 중인 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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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매체에 '계속거주권' 또는 '계속거주 보장법'이라는 말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보기 드문 일이다. 전에도 간혹 기사에 등장했지만 여러 매체가 동시에 거론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지난 9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세입자가 한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원 21명이 동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때도 같은 내용의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그때는 조용하던 언론이 이번에는 반응하고 있다. 반응은 두 가지다. 바람직한 입법 시도라고 반기는 경우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공박하는 경우로 나뉜다. 악의적 보도를 하는 매체도 있다. 
  
나는 주거권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살다 보니 주거 문제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목격하게 됐다. 주거 문제에 관심 가지게 된 이유다. 서울로 이사 온 뒤 20년 동안, 주민등록 초본에 기록된 것만 16번 이사하게 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날 때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돈다. 특히 임대 종료 기간을 3개월 정도 앞둔 시점부터는 주기적으로 신호가 온다. 마치 전기가 뇌를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곧 기한인데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까?'하는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식구는 많은데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지?', '벌어 놓은 것도 없는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메아리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다. 어떤 여자분은 "이사 온 첫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이다음에는 어디로 이사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들어 잠을 못 잤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지인은 "우리 부부는 평소에 사이가 좋은데 2년마다 한 번씩 싸운다"고 했다. 싸움 나는 시기가 계약 기간을 앞둔 시기라고 했다. 둘 다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살이 8년에 네 번을 이사 다녔다고 했다. 한국 세입자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주거약자인 세입자들을 '뺑뺑이' 돌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새들도 들짐승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세입자 가구를 '가정'으로, '사회 공동체의 기초'로 바라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입자 아니라 임대인 보호하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21대 국회선 개정해야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가정을 2년마다 강제로 이주하게 하나? 세입자 가정은 짐짝이나 소포가 아니라 사람이다. 세입자 또는 세입자 가구에 '이사 디엔에이(DNA)'가 있는 건 더욱 아니다. 정든 곳에서 이웃과 오순도순 살고 싶어 하지, 2년마다 이사 불안에 시달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집에 대한 세입자 요구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자 한다면 지금 바로 응답해야 한다. 이는 임대인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법률과 제도, 철학의 문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임대인을 보호하는 법률이라고 본다. 세입자 권리를 억압하고 짓밟는 법률이다. 세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이사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한 곳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편하게 사는 것, 임대료 올릴 때 공정하게 올리는 규칙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년이 지나면 언제든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할 권력을 임대인에게 주고 있다. 임대인은 원하는 만큼 올려달라고 할 수 있지만, 세입자는 '왜?'라고 항변할 권리도 없다. 대부분의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제도도 별로 없다. 이래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보호법'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진 한국 주거 역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주거 흑역사'다. 이제는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주거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인권 시대를 열자. 그 시작점이 바로 '계속거주권' 보장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될 수 있겠다. 약 2400만 명 세입자 대중의 눈길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지금 바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창우씨는 '집걱정없는세상' 대표입니다.


태그:#계속거주권, #계약자동연장, #계약갱신권, #주거권 보장, #전월세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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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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