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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현행 고용허가제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방송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엉터리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9일 JTBC 뉴스룸은 '인간 존엄 찾으려 헌재-법원으로 가는 이주노동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사업주의 임금체불, 협박을 피해 직장을 떠나려 해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가 고용계약 해지를 희망해도, 사업주가 이에 동의해주지 않아 사업장 이동을 못하거나, 동의의 대가로 상당한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는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보도가 나간 다음날, 고용노동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통해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가 이직을 하려면 사업주의 동의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보도내용과 다르다"고 한 후, 취업활동 기간 중 3회, 재고용의 경우 5회까지 사업주 승인이나 동의없이 이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 나가서 행정관서에서 사업장 변경 시 사업주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고까지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해명자료 홈페이지 보도자료 일부 발췌
▲ 고용노동부 해명자료 홈페이지 보도자료 일부 발췌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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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반박 성명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해명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고용노동부가 낸 보도해명자료는 법령과 실무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허위 사실로 일반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사업장 변경 절차에서 피해를 입는 이주노동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은 "1.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2. 휴업, 폐업-중략-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경우, 3.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이주인권단체들은 말한다. JTBC 보도처럼, 사업주가 합의의 조건으로 일정한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데도 고용노동부는 현실을 부정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고용노동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전국 모든 고용센터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요구했던 사업주 동의서는 불법행위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간 행위를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우삼열 소장은 고용노동부 해명이 나온 직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근무처 변경 신청을 하면서 고용센터 담당자에게 보도자료를 보여줬다. 그에 대해 담당자는 이런 내용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해서 근무처 변경을 할 수 없었다며 고용노동부 해명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법령과 고용센터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과 관련하여 횟수 제한뿐만 아니라 사업장 변경 신청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며 이주노동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어 늘 논란이 돼 왔다. 근로계약 만기로 이직 시 사업주 동의서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경우에도 입증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과도하게 부담시켜왔다. 그 결과 노동권과 인권 침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력을 무력화시켜 왔다. 

한편, 이주인권단체들의 반박에 대해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담당자는 "해명자료가 오해 여지가 있는 건 알지만 틀린 내용이 없다. 사업장 변경에 앞서 근로계약 해지를 할 때는 사업주 동의를 받지만, 행정관서에서 사업장변경허가서에 사업주 동의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 6만 3천 건이 노동자 자의의 의한 사업장 변경이었고, 불허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재차 반박하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근로계약 해지를 함에 있어 사업주 동의를 전제로 한 사업장 변경은 결국 고용변동신고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사실상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고용노동부가 말장난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근로계약 해지 동의를 핑계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볼모로 잡아두고 의사에 반하는 노동 착취를 합법화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는 고용노동부를 이주인권단체들이 규탄하고 나선 이유다. 
 
"그동안 고용허가제 관련 피해사례들이 보도될 때마다 고용노동부는 해명자료를 내기에 급급하며 책임회피식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에는 아예 허위사실로 시민들을 기만하고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성명서에서 피해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주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을 금하고 이를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사업장 이동 제한과 관련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센터에 고용노동부 해명자료를 들이대며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고, 이주인권단체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고용노동부는 슬그머니 해명자료를 삭제하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인권단체들은 그간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해 왔음을 통탄해 하면서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싶어 했던 이주노동자들과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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