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 ?넷플릭스


어렸을 때, 그러니까 1990년대쯤 축구를 참 좋아했다. 지금은 보는 걸 좋아하지만 그땐 하는 걸 좋아했으니, 딱히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진 않았다. 그래도 국경 넘어 들려오는 소문으로, 먼 나라 영국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네빌 형제 등이 주축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이다. 근데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는 당연히 아니었다. 

반면, 이웃 나라(?) 미국 선수 한 명과 그의 팀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더군다나 농구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기에 관심있을 리 만무했지만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를 향한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동경이 나를 지배했다. 지금은 조던보다 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도 있었고 더 우승을 많이 차지한 선수도 있었으며 더 매력적인 선수도 얼마든지 있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조던보다 더 영향력이 컸던 선수는 없었다. 그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었다. 

하여, 아이러니하게 마이클 조던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마이클 조던은 그저 마이클 조던일 뿐인 것이다. NBA 역사를 가로지르는 훌륭한 성적과 퍼포먼스 그리고 '에어 조던'으로 대변되는 문화 아이콘적인 영향력이 한데 뭉쳐 상징으로 다가온다. 마이클 조던이 아닌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런 와중에 다큐멘터리 한 편이 툭 튀어나왔다. 미국 현지에선 ESPN이 제작 방영하였고 해외에선 넷플릭스로 방영된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가 그것이다. 코로나 19로 모든 스포츠 경기가 연기, 취소되다시피 하는 현재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지 않을까.

시카고 불스 왕조의 마지막, '더 라스트 댄스'

작품은 NBA 1997-1998 시즌 시카고 불스를 중심으로 다룬다. 당시 불스는 1990년대 들어 5회 우승에 빛나는 최강 팀이자 스포츠 역사에 길이남을 '왕조'로 군림하고 있었지만, 단장과 감독 및 선수들간의 마찰로 '마지막'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즉, 감독 필 잭슨을 포함 마이클 조던,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등의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갈 예정이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전성기를 지나가고 있어 리빌딩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필 잭슨 감독은 시카고 불스 왕조의 마지막을 '더 라스트 댄스'로 명명한다. 

이 배드엔딩이 확실한 드라마의 마지막은? 나름대로 해피엔딩, 모두가 알다시피 우승이었다. 끝까지 드라마틱했던 이 드라마의 중심엔 당연히 마이클 조던이 있었다. 여기서 궁금한 건, 하필 어떻게 그때 그 시즌의 나날들을 통째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느냐? 전설의 화려한 마지막을 직감한 마이클 조던이 ESPN의 독점적 촬영을 허가했고, 자그마치 500시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던은 다큐멘터리로 내보내는 걸 허락하지 않다가 지난 2016년에 이를 허락해 올해 나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1997-1998 시즌의 시카고 불스와 마이클 조던 영상만 내보내는 건 의미가 크지 않으니 보다 살을 붙여 판을 키웠다. 그때를 중심으로, 전설들의 현재 모습과 목소리와 생각을 넣고 또 당시 시카고 불스 왕조를 형성했던 전설들 즉, 필 잭슨 감독, 마이클 조던,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의 옛날 옛적 이야기까지 모조리 끄집어냈다. 아울러 또 하나의 중심 이야기라고 하면, 마이클 조던의 1997-1998 시즌 이전까지의 NBA 정복기이다. 그가 어떻게, 왜 그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가 말이다. 

마이클 조던, 그와 그의 '농구'가 한데 섞인 드라마

마이클 조던은 NBA 이전 대학교 시절부터 이미 전국구 스타였다. 1984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오게 되었고, 바로 신인상을 꿰차며 질주한다. 조던이 불스에 오기 전까지, 불스는 시카고 주민들도 많이 찾지 않는 약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던이 오자 거짓말처럼 성적이 수직 상승, 동부 컨퍼런스 강팀으로 부상한다. 그렇지만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지라, 당시의 조던만큼 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팀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불스에서의 조던 초기, 즉 1980년대 내내 파이널 문턱에서 막히곤 했다. 

조던은 개인적으로 철저한 근력 운동을 통해 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기르고자 하고, 불스는 조던을 도와 진정한 강팀으로 부상하고자 감독과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한 해 한 해 준비를 거듭한 결과 1990-1991 시즌, 시카고 불스 역사상 최초의 파이널 우승 이후 3 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한다. 일견 당연한 결과일 테지만, 믿을 수 없는 결과이기도 했다. 지금 와서 기록을 보면, NBA 역사상 3년 연속 우승은 딱 5번 있었고 불스가 3년 연속 우승했을 당시엔 2번 밖에 없었다. 

모든 이를 뒤흔들 드라마틱한 전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니, 시작일 뿐이었다. 최정상에 등극하는 것도 모자라 계속 군림할 게 분명한 그때, 조던의 아버지가 괴한에게 피살 당하고 마는 것이다. 조던은 은퇴하고는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하며 MLB 마이너리그, 즉 야구를 시작한다.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 파업으로 오래지 않아 NBA로 복귀하는 조던. 

신이 조던에게 강림한 것일까, 이후 조던은 기록 면에서의 좌절을 겪고 날아올라 이전보다 더한 퍼포먼스로 다시금 시카고 불스를 정상에 올려놓는다. 그것도 3년 연속으로.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두 번째 3년 연속 우승의 마지막 시즌을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나를 포함한,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실들의 연속이다. 마이클 조던, '그'와 그의 '농구'가 한데 뒤섞여 버무려진 믿을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던 걸 지금에야 알게 되다니 말이다. 

'농알못'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탁월한 작품

작품은 탁월하다. 마이클 조던을 아는 사람부터 '농알못'까지 모두 흥미진진하게 관심 갖고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시간과 사건과 인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수월한 티키타카로 다큐멘터리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재미를 선사한다. 지루할 틈이 없는, 그렇다고 너무 흥미만 추구해 지치고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수완을 발휘한다. 오랫동안 준비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우리는 그저 마냥 즐기고 또 즐길 뿐이다. 한 번만 보고 지나치기엔 상상력까지 자극하는 면모가 넘쳐 흐른다. 

이 작품으로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간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수 있다. 딱히 단독 주인공이 조던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 그를 은근히 디스하는 인물들이 다수 출연해 말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조던과 개인적 친분이 있기 보다 조던이라는 상징의 관련자들, 이를 테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저스틴 팀버레이크, 나스, 샘 스미스 등이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하여, 작품은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간 아닌 농구인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농구인으로서의 조던은 어땠을까. 자기 위주와 주변 무시의 독불장군에 승부욕 화신이었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그랬다고 한다. 무엇보다 '승부욕'이 가장 크게 차지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출중한 능력에 더해져 이는 긍정적으로 발휘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타공인 '리더'였지만,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제대로 되고 훌륭하고 올바른 리더는 아니었고 위대한 리더였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대업을, 사실상 혼자의 힘과 능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달성해냈기 때문이다. 

미국 농구 역사는 물론, 미국 스포츠 역사와 전 세계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아이콘이 누구일까 자문해 보면 '마이클 조던'이 떠오를 것이다. 수없이 행해진 공식/비공식 조사로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그는 스포츠를 넘어선 시대문화적 아이콘이기도 했다. 우린 '에어 조던'이라는 나이키의 독자적 브랜드를 통해 마이클 조던을 접하고 소비하고 추앙하지 않았나.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이 작품이 이후 계속될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시카고 불스 NBA 왕조 승부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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