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두산에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날 18연패에서 탈출한 한화는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1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두산에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날 18연패에서 탈출한 한화는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 연합뉴스

 
정말 길었다. 무려 23일 만에 승리를 구경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긋지긋한 18연패의 굴레를 벗어나 하루에 2승을 챙겼다. 9회말 3루주자 이용규가 7점째 해당하는 득점에 성공하면서 비로소 웃을 수 있었고 그 짐을 털어낸 독수리들은 2차전에서 서폴드를 앞세워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만약 이 경기마저 졌다면 더 긴 연패의 수렁에 빠졌을 것이다.

한화의 연패 기간 중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패턴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초반부터 시나브로 점수를 내주면서 경기 후반부에는 뒤집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또 하나는 초반에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지는 경우였다. 아래 표를 살펴보면 한화는 이번 연패 기간 중 4점차 이상으로 진 적이 18번 중 12번이나 됐다(전체 67%)였다. 타자들의 득점이 얼마나 저조했는지, 또 얼마나 심각한 집단 부진에 빠졌는지 상징하는 수치다.  

 
18연패 기간의 한화 이글스의 스코어보드 출처는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자료 편집.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이유는 반격 할 수 있는 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2회, 8회 득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투수들이 실점하면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큰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 18연패 기간의 한화 이글스의 스코어보드 출처는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자료 편집.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이유는 반격 할 수 있는 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2회, 8회 득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투수들이 실점하면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큰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 장정환

 
특히 부진은 득점 분포에서 더 두드러진다. 우선 경기 초반의 득점 분포도를 살펴보자. 그간 한화가 연패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특정 이닝에서 득점력이 저조한 것도 한 몫 하였다. 특히 18연패 동안 가장 점수가 나오지 않았던 이닝은 2회, 8회였다.

18번의 경기를 하면서 2회에 올린 득점은 단 1점이었다. 8회는 고작 3점에 불과했다. 따라서 연패 탈출에 가장 중요하다 판단했던 이닝은 초반 2회, 후반 8회였다. 이 두 이닝에서 어떻게든 점수를 내 분위기를 반전하고 연패 탈출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 나타난 상황을 좀 더 살펴보자. 2회 초 페르난데스(두산)의 홈런으로 두산은 4-2로 앞섰다. 만약 2회 말에서 한화가 무기력하게 물러났다면 분위기 반전이 힘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2회 말 노시환의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완전히 상대 팀에게 분위기를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데 성공했고 '연패 탈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아무것도 아닌 1점이지만 굉장히 상징적인 점수였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한화 이글스

아무튼 한화는 리그 상위팀 두산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선수들이 연패 탈출과 더불어 자신감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서 밝힌대로 한화의 연패가 유난히 좋지 않았던 이유는 '속절없는' 점수 차이의 패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6점차 이상 패배가 8번으로 전체의 약 44%를 차지했다.

특히 끝내기 패배, 또는 버티고 버텼지만 힘이 부족해 벌어지는 경기 후반 역전패가 18연패를 당하는 동안 단 한 게임도 없었다는 점을 선수들이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그 정도로 한화의 18연패는 무기력했다. 

어쨌든 한화는 지금부터 리빌딩을 기조로 움직여야한다. 물론 최원호 감독 대행이 더 잘 알겠지만 지금부터는 지는 경기가 나오더라도 하나로 뭉쳐 끈질긴 승부를 펼쳐 보여야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을 수 있다.

14일 경기로 연패를 멈추었다고 해도 만에 하나 지금보다 더 안 좋아져 희망마저 보이지 않으면 그 다음 선임되는 감독에게 굉장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선수들과 프런트가 최원호 감독 대행을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한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현재 표면적으로는 연패 탈출과 팀 분위기 개선, 가능성 있는 신진 세력 발굴이라는 중책을 떠 안았다. 하지만 끝도 없이 추락하는 팀을 어떻게든 연착시켜는 것도 이후 선임될 새로운 감독을 위한 그의 중요한 임무다. 최원호 감독 대행이 다시 2군으로 돌아가거나 그가 1군 감독으로 시즌 후 또는 중반부터 선임 되더라도 야구는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참고 - 일본의 18연패 사례
 
일본 프로야구 1998시즌 당시 최종 순위 당시 18연패를 기록했던 치바 롯데 마린스지만 최종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한스러웠던 시즌이었다. 출처는 일본프로야구 공식 홈페이지.

▲ 일본 프로야구 1998시즌 당시 최종 순위 당시 18연패를 기록했던 치바 롯데 마린스지만 최종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한스러웠던 시즌이었다. 출처는 일본프로야구 공식 홈페이지. ⓒ 장정환

 
그렇다면 우리 스포츠 언론에서 한 번씩 언급하는 일본의 18연패는 어땠을까? 우리 언론에서 언급하는 일본의 18연패는 1998년 치바 롯데 마린스(千葉ロッテマリーンズ)의 18연패(도중 1무승부 포함)다. 당시 치바 롯데의 18연패의 내용을 살펴보면 역전패 10회, 끝내기 패배 4회였다.

일본 프로야구 팬들이 한 번씩 회자하는 경기는 치바 롯데의 17연패째 경기다. 당시 선발 투수 쿠로키 토모히로(黒木知宏)가 9회 139구까지 던졌지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당시 얼마나 허탈해 했는지 홈런을 맞고 난 후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눈물을 그렁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물도 소용이 없었는지 팀은 연장 12회에 끝내기 홈런을 구원 투수가 허용해 연패를 막는데 실패했다. 이 지독했던 연패는 7월 9일 경기에서 끝났다. 당시 코미야마 사토루(小宮山悟) 투수가 14 피안타 140개(완투승) 6탈삼진의 활약으로 9-6승리로 연패의 종지부를 찍은 것.

그렇다면 연패는 얼마나 무서운 기록이었을까? 이 팀은 5월 4일까지 리그 1위였지만 당시 18연패로 23승 43패 1무승부(0.358)로 리그 최하위까지 무너졌다. 다행이 이 후 잘 추스려 최종 성적은 61승 71패 3무승부 승률 0.462로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아래 1998년 퍼시픽 리그 최종 순위표를 살펴보면 당시 팬들의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왔을 것이다. 당시 1위가 70승 61패 4무승부 승률 0.534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치바 롯데의 1998년 시즌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통한의 시즌이었다.

에필로그

프로야구계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매일 이기고 싶지만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패배 하더라도 잘 져야 다음 게임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애초에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중요한 문제는 바깥에서 보아도 무기력한 패배가 이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튼 최원호 감독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 하나가 덜어졌다. 한화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선수 뿐 아니라 프런트 역시 지금부터 팀의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금의 18연패보다 더 지독한 악순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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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는 각 사진 주석에 달았습니다. 일본 18연패 기록은 일본 주간 베이스볼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비상하라이글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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