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국내 프로배구 V리그로 복귀한 김연경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흥국생명 배구단 입단 기자회견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11년 만에 국내 프로배구 V리그로 복귀한 김연경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흥국생명 배구단 입단 기자회견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연합뉴스

 
'배구여제' 김연경이 11년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김연경은 10일 밀레니엄 힐튼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V리그와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4시즌을 활약했고, 이후 일본, 터키, 중국 무대 등을 거쳐 11년 만에 다시 친정팀에 돌아왔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달았던 기존의 등번호 10번을 그대로 달게 된다. 박미희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축하 꽃다발로 간판스타의 복귀를 반겼다.

오랜만에 흥국생명의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김연경은 월드스타답게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연경은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해 많은 팬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고 기대가 크다, 많은 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며 국내 복귀에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김연경이 고심 끝에 국내 복귀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역시 '코로나 사태'와 '도쿄올림픽'이었다. 김연경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해외 리그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년 올림픽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최근까지도 터키-중국 등 해외팀들의 러브 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개최가 예정된 도쿄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은 김연경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국내로 복귀하게 되면 국가대표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거나 컨디션 관리 면에서 훨씬 수월하다.

국내 복귀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부분은 역시 김연경이 과감하게 결정한 '페이컷'이었다. 김연경은 그동안 '여자배구 세계 최고 연봉자'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까지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활동하며 약 130만유로(한화 약 17억) 정도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V리그에서는 현행 샐러리캡 규정상 흥국생명에서 최대치를 감안해도 약 6억 5천 정도밖에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오히려 구단이 제시한 최대 연봉보다도 훨씬 적은 1년 3억5천만 원에 기꺼이 도장을 찍었다. 여기에는 구단은 물론 팀 동료들을 위한 배려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이미 샐러리캡 여유분을 거의 소진한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몸값 책정에 따라 남은 선수들 연봉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김연경의 기량과 명성을 생각하면 사실상 재능기부 수준이나 다름없는 계약이지만 정작 본인은 "국내 복귀를 결정할 때 처음부터 금전적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경기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수차례 강조한 김연경

특히 김연경은 기자회견 내내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배구선수로 내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게 뭘까라고 했을 때 항상 '올림픽 메달'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올림픽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조건(최고연봉 타이틀 등)들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년에 있을 올림픽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잘 준비해서 꿈꾸고 원했던 것(메달)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연경의 복귀로 인하여 V리그의 전력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이야기가 배구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김연경은 이에 대하여 미소를 지어보면서 "스포츠라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무실세트 우승, 전승 우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던데 정말 그렇게 말하는 것만큼 쉬웠다면 저도 아마 대충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리그는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물론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팀도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경계되는 팀'에 대해서는 여러 구단들을 골고루 언급하며 "모든 팀들이 전력이 좋아져서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FA 시장서 기존의 이재영의 잔류에 쌍둥이 자매인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영입한 흥국생명은 김연경까지 가세하며 최강 전력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데뷔 초반이던 2000년대 중후반을 능가하는 독주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신인 김연경이 가세한 이후 해외무대로 떠나기 전까지 정규시즌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통합우승 2회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에는 김연경 외에 황연주, 이효희, 케이티 윌킨스 등이 포진하여 막강 전력을 구축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김연경도 어느덧 30대를 넘긴 베테랑이 됐다. 기량은 전성기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대신 원숙함이라는 무기가 더해졌다. 해외무대에서 용병이자 에이스로서 매경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면, 흥국생명에서는 팀전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이다영-이재영 같은 스타들이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최근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V리그는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까지 가세하며 또 한 번 리그 흥행을 위하여 중요한 동력을 확보했다. 김연경이 오랜 해외 선수생활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 등은 한국 여자배구의 질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김연경의 국내 복귀 효과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의 호성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된다. 한국 여자배구가 앞으로 김연경의 귀환이라는 호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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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흥국생명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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