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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심곡천
 부천 심곡천
ⓒ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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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문 지 4개월째, 외출할 일이 생겼다. 2월부터 미뤄졌던 교육이 이제야 시작되어 교재를 받으러 간 것이다. 그동안 밖에 안 나간 건 아니지만 장보러 나간 것 말고 다른 일정은 전혀 없었다. 예정되었던 모든 모임이나 교육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되었던 탓이다.

평생학습센터가 있는 시민 학습원으로 향했다. 건물에 들어서자 손 소독제가 놓여 있었다. 요즘 어딜가나 그렇듯이 체온을 재고 출입 명부를 적는다. 더 들어갈 필요도 없이 출입구에 교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름을 적고 바로 교재를 받아들고 나왔다.

몇 달만의 외출인데 집을 나선 지 30분도 안 되어 용무가 끝났다. 아쉬웠다. 집 안에서 봄을 보내고 어느새 뜨거워진 햇살이었다. 좀 더 햇볕을 쐬며 자연을 들이마시고 싶었다. 내 발걸음은 자연스레 부천 시민 학습원 바로 앞에 있는 심곡천으로 향했다.
 
부천 심곡천
 부천 심곡천
ⓒ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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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곡천에서 올려다 보는 파란 하늘과 초록의 나무와 흐르는 물의 조화가 싱그러웠다. 눈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것 같다. 아래를 보니 물결에 닿은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여기가 이렇게 예뻤던가?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도 잘 몰랐다. 늘 가까이 있어서 하찮게 여겼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제각기 아름다웠다.

얕은 물 속에는 물고기떼가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고 있다. 자연을 한가로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이렇게나 좋은 것인 줄 미처 몰랐다. 나도 모르게 주변에 보이는 꽃들을 열심히 사진 찍었다. 어느 길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흔한 꽃들, 바쁘게 돌아다니며 생활할 때는 눈길도 주지 않았을 꽃들이다. 늘 곁에 있어 특별한 줄 몰랐던 것들에 대해 손쉽게 얻을 수 없게 된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부천 심곡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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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곡천 산책로는 걷고 있는 몇 사람과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몇몇이 가끔 지나다닐 뿐 한산했다.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나도 심곡천을 따라 끝까지 걸었다. 심곡천 끝에 다다르자 인공으로 만든 폭포 위에 노란색 현수막이 보인다.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일상,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 내용이다. 아프면 쉬기, 물리적 거리 두기, 개인 위생 철저히 하기 등. 하나씩 뜯어보니 당연히 우리 삶에서 지켜졌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소하여 지나쳤거나 혹은 어쩔 수 없어서 놓치고 있었다.

아픈데도 눈치 보느라 쉬지 못한 때도 있었고, 사람 간의 관계를 위해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어느 정도 거리 두기는 필수인데도 무시하고 살았다.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는 바로 이런 최소한의 건강을 위한 행동 수칙일 것이다. 모두가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함께 노력하는 덕분에 우리 삶은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다.
 
부천 심곡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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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은 이러한 생활 방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작고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며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 것, 크고 먼 것만을 바라보던 습관에서 벗어나 내 주변을 둘러보게 된 것도 코로나가 준 변화다. 더불어 내가 참여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교육에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1월 부천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신청했다. 2월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센터는 교육을 온라인 화상 강의로 변경했다. 

아이들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학부모인 나에게는 아직 낯선 영역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영상 강의를 본 적은 있지만, 아이들처럼 동영상 수업을 보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 온라인 화상 강의라니!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식은 학생 뿐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도 성큼 다가왔다. 컴퓨터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고, 프로그램 사용 방법을 몰라 서툴고, 불안정한 온라인 회선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하지만 그에 따라 움직이는 며칠 사이 나와 전혀 상관 없던 세상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코로나 이후 교육 방식의 다양화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배우는 사람을 학생으로만 제한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가르치는 사람의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그 경계가 사라져 더 양질의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와 상관 없이 각자의 집에서 실시간으로 듣는 강의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변화시킨 코로나19가 또 어떻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

태그:#코로나생활방역, #온라인화상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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